답답해서 고구마라고요? 말랑·달콤해진 말랭이 속살 좀 보세요!

서지민 2023. 11.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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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말랭이’ 만드는 전북 김제 공덕농협 가보니
모양 균일하고 상처 없는 원물 골라
1 ~ 2개월 후숙으로 단맛 끌어올려
건조 후에 남는 양은 8분의 1 남짓
겉면 쫄깃·안쪽 야들한 식감 조화
어르신 간식·술안주 전천후 활약
전북 김제 공덕농협 농산물가공사업소에서는 수확한 고구마 가운데 무게 200∼500g 정도의 크고 묵직한 것을 가공용으로 선별한다.

수확철을 넘긴 늦가을, 시골에서는 이맘때 앞마당 한편을 고구마에 내준다. 고구마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볕 좋은 곳에 가지런히 널어두면 건강 간식 고구마말랭이가 완성된다. 수분을 반 이상 날려 식감은 쫄깃하게, 단맛은 응축시킨다. TV 볼 때나 등산 갈 때 한두개씩 집어먹기 간편하고 어린아이에게 줄 건강 간식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고구마말랭이는 극강의 단맛이 매력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난다. 품종에 따라 미세하게 맛이 달라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전남 해남 ‘해남고구마식품주식회사’에서는 호박고구마로 말랭이를 만든다. 말리면 특유의 호박향이 더욱 강해져 호불호가 갈린다. 해남에서는 자색고구마도 많이 생산되는데 말랭이로 만들면 원물보다 색이 더 짙어 검은색에 가까운 보라빛이 난다. 경기 여주에서는 밤고구마가 대세다. 밤고구마말랭이는 전분 함량이 높아 쫄깃하기보다는 부드러운 편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고구마 품종은 ‘베니하루카’다. 갓 캐서 쪄 먹으면 밤고구마 같은 식감인데 후숙시키면 당분이 꿀처럼 흘러넘쳐 시장에서는 ‘꿀 고구마’로 통한다. 달고 촉촉해 말랭이를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한두달 숙성을 마친 고구마를 오븐에서 200℃ 고열로 굽는다. 이를 냉동한 후 껍질을 벗겨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그대로 건조기에 넣고 70℃에서 9시간 동안 서서히 건조한다.

고구마 수확이 마무리되고 이를 말랭이로 가공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국에서 고구마말랭이 주문이 물밀듯이 들어와 일주일에 1만개씩 팔린다는 전북 김제 공덕농협 농산물가공사업소를 찾았다. 10월말 농산물가공사업소 창고엔 안팎으로 고구마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대부분 ‘베니하루카’다.

고구마말랭이를 만드는 첫 순서는 가공용 고구마를 선별하는 작업이다. 혹자는 ‘어차피 가공 과정을 거치니 상처가 났거나 한 귀퉁이가 썩어 상품성이 없는 상품을 쓸것’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품으로 말랭이를 제조하면 군내가 심하고 식감이 딱딱해 먹을 수가 없다. 균일한 모양에 무게가 200∼500g인 크고 묵직한 고구마만 분류해 말랭이로 탄생시킨다.

김양덕 공덕농협 농산물가공사업소 과장은 “해마다 작황이 다르지만 특히 올핸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고구마 모양이 예쁘고 부드러워 맛있다”며 “수매한 전체 고구마 가운데 30%가량을 가공용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수확 후 바로 고구마를 굽고 말릴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1∼2개월 동안 ‘큐어링’ 이라는 후숙 과정을 꼭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큐어링이란 고구마를 온도 30℃, 습도 85%에서 보관해 표피에 유상조직을 발달시키는 저장법이다. 이때 고구마 속 전분이 당화되면서 단맛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푸석했던 식감이 촉촉하게 바뀐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나면 그제야 오븐 속에 고구마가 들어간다. 200℃ 고열에서 빠르게 구워 찐득한 꿀이 뚝뚝 흐르는 군고구마를 만든다. 여기까지 과정이 완료되면 고구마를 냉동해 연중 균일한 맛을 낼 수 있도록 한다. 그다음 껍질을 까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이때도 으스러지지 않게 얼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김 과장은 “간혹 고구마를 삶은 뒤 으깨 반죽을 만들어 성형틀에 넣고 건조시키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씹는 맛이 없고 당도도 덜하다”고 설명했다.

고구마 조각을 넓은 판에 서로 붙지 않게 가지런히 펼친 다음 건조기에 넣는다. 최고 70℃까지 올라가는 건조기에서 9시간 동안 서서히 말리는 게 핵심이다. 수분은 18∼20% 남게 된다. 원물 4t을 말랭이로 만들면 대략 500㎏이 나온다. 복잡한 과정 끝에 고작 몇조각 말랭이를 얻을 수 있으니 한조각 한조각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완성된 고구마말랭이는 파우치에 소포장해 판매한다. 한 봉에 7∼8조각이 들어간다. 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완성된 말랭이 표면에는 곶감처럼 하얀 분말이 묻어 있다. 고구마 안에 있던 당분이 흘러나와 굳은 것이다. 혀끝으로 맛보면 설탕 묻힌 듯 달다. 말랭이를 한입에 쏙 넣어본다. 겉면은 젤리처럼 쫄깃해 질겅질겅 씹히는데 안쪽은 부드러워 입안에서 한데 어우러진다.

말랭이를 조금 다르게 맛보고 싶다면 전자레인지에 넣고 5∼10초 돌려보자. 더욱 부드러워져 치아가 안 좋은 어르신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우유와 곁들여 먹는 것도 추천한다. 요거트에 빠뜨려놓고 반나절 정도 있으면 통통하게 불어 색다른 맛을 낸다. 고구마말랭이가 술 안주로 등장하면 인기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소주 한잔에 안주 삼으면 무한정으로 들어가 대적할 상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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