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에 떠밀리는 한옥마을 주민들..."소음에 쓰레기까지"
[앵커]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서울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합니다.
얼마나 피해가 심각한지, 권준수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서울 북촌의 한옥마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면서 정작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요.
직접 만나봤습니다.
[주민 A 씨 : 도움이 되는 게 있어 뭐 있어? 전부 어질러놓고만 가고. 시간을 정하라는 거야. 7시면 7시 8시면 8시. 그게 안 되잖아. (시간을 안 지키는구나.) 젊은 애들이.]
[주민 B 씨 : 드론을 많이 날리던데 되게 시끄러워요. 시끄럽고 마당 같은 데나 집 안에 있으면 이렇게 신경 쓰이고.]
코로나 이후 일상 회복과 함께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북촌 주민들은 매일매일 괴롭다고 하소연합니다.
스트레스를 참지 못한 나머지 한옥마을을 떠나는 주민도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옥마을이 형성된 종로구 삼청동과 가회동에 거주하는 주민은 각각 2천6백여 명과 4천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주민이 10% 넘게 줄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4명 가운데 1명이 한옥마을을 떠난 셈입니다.
[주민 C 씨 : 많이들 떠나셔서. 이사 가셨더라고요. (여기도 이사 가셨어요?) 얼마 전에. 머리에 지진 나죠. 개인 생활이 안 돼요.]
이렇게 한옥마을을 떠나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자체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광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고,
특정 요일은 방문하지 말라는 팻말을 여기저기 내걸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은 거의 없습니다.
더구나 중국인 단체관광 빗장이 풀리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매달 백만 명 넘게 입국할 것으로 예상돼 한옥마을 주민 피해도 덩달아 커질 전망입니다.
[서원석 /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 : 돈을 안 받으니까 이제 저가 단체 관광객들을 (한옥마을에) 풀어 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신청을 받는다거나 아니면 사전 허가제를 실시해서 일정 밀도를 낮추고 분산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무엇보다 관광지는 관광객이 즐기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YTN 권준수입니다.
촬영기자; 이수연
그래픽; 홍명화
YTN 권준수 (kjs8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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