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늘리는 김동연…中 '경제 실세' 만나고 국민의힘과 '각' 세우고

2023. 11. 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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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 중국 방문한 김동연, 경제·금융 정책 조율하는 최고위급 책임자 허리펑 부총리 만나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양안 관계 발언' 등으로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가 불편한 관계에 놓인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중국의 '경제 실세'를 만나 이목을 끌었다. 최근 중국과 관계 복원 성과가 썩 좋지 않은 윤석열 정부와 차별성을 부각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국내 이슈에서는 '경기도 김포 서울 편입' 이슈를 두고 중앙 정부 및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지지율도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범진보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도에서 김동연 지사는 12%를 기록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13%)의 뒤를 바짝 쫓았다. 1위는 이재명 대표로 41%였다. 김 지사는 9월 대비 4%포인트 상승세를 보였다. 지방선거 직후인 작년 7월 10%를 기록한 이후 처음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10월 30~31일 전국 1000명 대상 ARS 방식 조사, 응답률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동연 지사, 허 부총리와 5년 9개월 만의 만남

4박 5일간 중국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2일 저녁 베이징시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접견실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경제담당부총리를 만나 주목을 받았다.

허 경제담당부총리는 최근 공산당 중앙재정경제위원회(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에 임명된 중국 정부의 경제·금융 정책을 조율하는 최고위급 책임자다. 명실상부 시진핑 중국 주석의 경제분야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김 지사가 허 부총리를 만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주목을 받았다. 허 부총리의 위치는우리로 치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보다도 높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시절,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직을 맡고 있던 허 부총리와 한중경제장관회의에서 만난 인연이 있다. 이날 만남은 5년 9개월 만이다. 김 지사와 허 부총리는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 30분을 넘긴 약 1시간 30여 분 동안 면담을 진행하며 한중경제 협력강화를 위해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양국 경제협력 방안, 세계경제 동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과거 허 부총리와의 만남을 언급하며 "(사드 배치 여파 등으로) 거의 2년 만에 끊어졌던 한·중관계를 복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각각 자리가 바뀌어서 다시 만나게 됐는데 그 당시 어려웠던 관계를 복원했던 계기를 만들었던 것처럼 앞으로 한중관계의 좋은 계기를 오늘 만남에서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중간 긴장 관계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경기도는 이번 만남에 대해 "동일 직급 또는 직책이 아닌 이상 면담이 성사되지 않는 것이 중국의 외교 관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면담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며 "김 지사와 허리펑 경제부총리 간 개인적 인연과 경기도의 발전잠재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한·중협력이 중요한 시기에 경제전문가인 김동연 지사가 경기도뿐 아니라 한국의 지도자로서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핵심 인물을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교류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 회담을 하는 등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시진핑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한미일' 외교에 주력하면서 지난 4월 중국 대만 양안 관계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고 하는 등 불문율을 깨고 중국을 자극하는 언사를 한 것도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타 죽을 것"이라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 바 있다.

김 지사는 한미동맹을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일관되게 '균형 외교'를 주장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쏠림 외교'와 차별화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번 허 부총리와의 만남도 '균형 외교'를 강조해 중국과 경제 교류 활성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기조의 연장선이라는 게 김 지사 측의 설명이다.

▲ 김동연 지사는 3일 오후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뒤 "김포시 서울 편입 주장은 한마디로 서울 확장이고 지방 죽이기"라며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김포시민을 표로만 보는 발상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

보폭 늘려가는 김동연 …"때릴수록 존재감은 더"

최근 김 지사는 현 정부의 외교 기조는 물론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 등 현안과 관련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이 '김포 서울 편입론'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김 지사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고 김 지사 측은 보고 있다. 실제 김병수 김포시장은 김포시 서울 편입론의 배경을 두고 "서울 편입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설립준비 과정과 발맞춰서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교통 문제랑 관계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김 지사 추진 정책을 전면 반대하고 나선 모양새가 됐다.

김 지사의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4박5일 간의 중국 출장을 마친 후 귀국길에서 김 지사는 "'김포시, 서울 편입' 주장은 한마디로 서울 확장이고 지방 죽이기"라며 "참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김포와 서울을 연결하는 지도를 보면 세상에 이렇게 생긴 도시가 있나 싶다. 그야말로 선거용 변종 게리맨더링(특정 정당 등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획정하는 것)"이라며 "세계적 조롱거리가 될 것이고, 또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대국민 사기극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의 이같은 자신감은 최근 김포 서울 편입 이슈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도 전국에 걸쳐 '편입 반대론'이 우세한 것과 무관치 않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에 대해서도 "누가 노선을 변경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정부 및 여당과 전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 처가 일가와 관련된 의혹인데다, 경제 관려 출신으로 '국책 사업' 진행 과정에 훤하다는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김포 서울 편입과 같은 '땅따먹기'에 집중할 수록 김 지사의 존재감은 더 부각될 것"이라고 평했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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