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챙기며 변화 나선 윤 대통령, 쇄신 동력 이어갈까
현장 행보 나섰지만 인사·대야관계 근본 변화 지적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현장' 행보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며 변화에 나서고 있다.
낮은 자세로 민심을 듣고 야당에 먼저 다가서며 쇄신을 부각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이 용산 밖으로 나가 들은 현장 목소리를 일일이 보고받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정관이 현장에 갔던 것까지 무슨 얘기가 나왔는지 다 보고받았다"며 "현장 목소리가 그대로 담긴 보고서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김대기 비서실장부터 말단 행정관까지 참모들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청년에게 들은 민심이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한 주간 내놓은 메시지는 '응답'에 초점이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소상공인대회에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특단의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회 개최사에 나선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소상공인 대출 총액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한 것에 해결책을 즉각 제시했다.
또 오 회장이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한 폐업률 증가를 지적한 것에도 윤 대통령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임금 근로자가 자영업으로 이탈하는 일을 막겠다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생각이 현장과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대전에서 신진 과학기술 연구자를 만났을 때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둘러싼 우려를 적극적으로 달래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대기 비서실장이 지난달 23일 청년 과학기술인과 원로 과학자에게 들었던 목소리도 "연구 현장 우려도 잘 알고 있다"는 윤 대통령 발언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에는 '민생 타운홀'을 열고 직접 소상공인, 무주택자, 청년, 주부 등과 만나 애로사항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행사에서 카카오 택시 수수료와 은행 고금리 문제를 직접 강하게 따지면서 '해결사'로서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 같은 현장 중심 국정운영으로 쇄신 시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와 올해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윤석열다움'을 드러낸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독선적인 이미지가 꾸준히 발목을 잡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섰을 당시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잡은 것도 '불통' 이미지를 걷어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 속에서 연이은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야당과 대립각을 세워왔으며,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로 나타난 민심을 수용해 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의 바뀐 모습이 국민들에게 체감되려면 인사(人事)와 대야관계에서 더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한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결국 인사만큼 쇄신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연말까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진에도 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다가오는 인사가 집권 3년 차를 가를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야관계도 당장 오는 9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 상정이 예정돼 있어 또다시 충돌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실은 법안 처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인사와 대야관계에서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아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보선 패배의 민심을 수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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