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FA컵 우승 경사에 '찝찝 한스푼', 축협-연맹 논쟁→ACLE 진출팀 여전히 '미정'

김성수 기자 2023. 11.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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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2023시즌 FA컵 챔피언에 등극하며 구단 역사에 새로운 트로피를 추가했지만, 우승 후에도 조금의 찝찝함이 남아있다. 개편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한국 FA컵 챔피언이 설 자리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KFA

포항은 4일 오후 2시15분 경상북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FA컵 결승전에서 전북을 4-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은 이 우승으로 FA컵 5회 우승을 달성함과 동시에 전북, 수원 삼성과 함께 FA컵 최다 우승 구단이 됐다. 2013년 대회 결승에서 전북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던 포항은 2023년에 같은 상대를 결승에서 만나 10년 만의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황인재가 든든히 지키고 있던 포항의 골문을 연 것은 야속하게도 포항에서 뛰었던 전북 공격수 송민규였다. 전반 16분 구스타보가 오른쪽에서 왼발로 올린 크로스를 송민규가 문전에서 오른발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포항 골키퍼 황인재가 팔을 뻗어 막아냈다. 하지만 송민규가 왼쪽으로 흐른 공을 재차 왼발로 때린 것이 황인재 골키퍼를 지나 포항 수비수 하창래와 골대를 연달아 맞고 골라인을 넘어 송민규의 득점이 됐다. 포항 그랜트가 끝까지 공을 걷어내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포항은 그럼에도 결국 동점골을 만들며 승부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전반 44분 고영준이 왼쪽에서 박스 안으로 낮게 투입한 왼발 크로스가 전북 수비수 정태욱의 발을 맞고 굴절돼 박스 중앙으로 향했다. 이를 뒤에서 달려온 한찬희가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양 팀은 점수 균형을 이룬 채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 균형을 무너뜨린 것은 페널티킥이었다. 후반 3분 포항 수비수 신광훈이 포항 박스 안에서 전북 수비수 정우재에 태클을 걸어 넘어뜨렸고, 정우재가 고통을 호소했다. 주심이 이 상황을 온필드 리뷰로 확인한 후 전북의 PK를 선언했다. 후반 6분 키커로 나선 구스타보가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전북에 2-1 리드를 선사했다.

포항은 리드를 다시 내줬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전북의 골문을 공략하며 동점골을 노렸고, 결국 결실을 맺었다. 후반 29분 김종우가 헤딩한 것을 고영준이 가슴으로 떨어뜨려 놓은 것을 포항 외국인 공격수 제카가 공이 바닥에 닿기 전에 오른발 발리 슈팅을 때린 것이 그대로 전북의 골문 왼쪽에 꽂혔다.

포항의 집념은 결국 역전을 만들어냈다. 후반 33분 포항 미드필더 김종우가 전북 박스 앞 오른쪽에서 패스를 받음과 동시에 오른발로 공을 컨트롤하며 골문 방향으로 돌았다. 이후 가져간 왼발 중거리 슈팅이 땅으로 낮게 깔려 전북 골문 오른쪽 아래 구석을 그대로 파고들어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의 3-2 역전. 포항은 후반 추가시간 홍윤상의 오른발 감아차기 골을 더해 4-2로 도망갔고, 안방에서 5번째 FA컵 별을 달았다.

ⓒKFA

한편 AFC는 지난 8월14일 집행위원회를 ACL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하나의 대화로 지러지던 ACL이 2024~2025시즌부터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와 AFC 챔피언스리그 2(ACL2)로 나뉜다. ACLE 참가팀은 기존 ACL 40팀에서 24팀으로 축소되며, 8강부터 한 지역에 모여 토너먼트를 치른다. ACL2에는 32팀이 참가한다. 현행 AFC컵(ACL 하위 레벨 대회)에 해당하는 세 번째 위상의 대회는 AFC 챌린지리그(ACGL)가 된다.

현재 K리그는 ACL에 4팀을 내보내는데, 2024~2025시즌부터 ACLE에 3팀, ACL2에 1팀을 보내게 된다. 현재는 K리그1 1~3위와 FA컵 우승팀이 ACL에 진출하며, FA컵 우승팀이 리그 3위 안에 들 경우 차순위인 4위까지 ACL 출전권을 얻는다. 2023~2024 ACL에는 울산(2022 K리그1 1위), 전북(2022 K리그1 2위, FA컵 우승), 포항(2022 K리그1 3위), 인천(2022 K리그1 4위)이 참가했다.

대회 재편 후 ACL 출전권 배정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는 K리그1 1~3위가 ACLE에 참가하고 FA컵 우승팀은 ACL2로 가는 것. 둘째는 K리그1 1~2위와 FA컵 우승팀이 ACLE에 진출하고, K리그1 3위는 ACL2로 가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안을 두고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K리그 운영 주체인 연맹은 리그 상위권 팀이 최상위 대회에 최대한 많이 나갈 수 있는 첫 번째 안을, FA컵 운영 주체인 협회는 FA컵 챔피언이 최상위 대회에 나갈 수 있는 두 번째 안을 주장하고 있는 것.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AFC에 K리그팀의 참가 형태를 최종 통보하는 것은 맞지만 연맹과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AFC에서 통일된 지침을 내리기보다는 각 참가국이 (진출 형태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리그 1~3위가 ACLE에 나가는 것을 공식발표했고, 일본도 같은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제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아시아 최상위 무대에 몇 경기만 치르는 단기전 FA컵에서 우승한 팀이 나가는 것보다, 리그 38라운드를 치르며 높은 순위를 받은 팀이 출전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고 연맹 측 의견을 말했다.

물론 지금까지 ACL에 함께 나가던 K리그1 3위와 FA컵 우승팀 둘 중 하나는 하위대회로 가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심사숙고가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FA컵 챔피언이 결정된 지금까지도 진출권 배정은 확정되지 않으며 우승 축포에 찝찝함을 남겼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기자회견에 임하는 포항 김기동 감독(왼쪽)과 김인성. ⓒ프로축구연맹

K리그1이 35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리그 2위 포항, 3위 광주, 4위 전북, 5위 인천, 6위 대구 등 ACL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팀들도 진출권 분배 미정으로 확실한 목표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순위 싸움을 위해 경기마다 전력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 즉 시즌 막판 중요한 '선택과 집중'을 펼치는 것도 ACLE 진출 범위 미정으로 애매해졌다. ACL 진출권에 대한 논의가 길어짐에 따라, 좋은 성과를 낸 팀들이 여전히 마음을 졸이고 있는 아쉬운 상황이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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