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도시의 풍경에 대한 치열한 탐구...이진용과 정지현

이교준 2023. 11. 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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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가 한 명은 평생 골동품을 수집해왔고, 다른 한 명은 틈만 나면 폐기물을 찾으러 다닙니다.

대상과 목적은 다르지만 시간과 도시의 풍경에 대한 치열한 탐구 과정이 닮아 보입니다.

이교준 기자가 두 작가를 소개합니다.

[기자]

널찍한 가죽 소파 두 개가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습니다.

책 그림 8점을 수평으로 이어 붙인 작품은 관람객을 환상적 세계로 안내하는 듯합니다.

이진용 작가는 책이나 가방 등 골동품에서 영감을 받아 물건에 쌓인 시간의 이미지를 그려왔습니다.

[이진용 / 작가 : "그 사물을 그린다기보다 그 사물에 대한 시간의 이미지를 계속 이렇게 축적시켜 나가는 식으로 작업의 방향이 그런 것 같아요. 한 점을 4~5년간 하는 작업도 있고…]

시간과 함께 축적된 묵시적 힘을 표현하기까지 날마다 수행하듯 세밀한 붓질을 반복합니다.

이번이 벌써 40번째 개인전.

힘겨운 창작의 순간 격려의 존재가 되었던 세계적인 개념 미술가 요셉 보이스에 대한 경외를 담은 작품도 처음 선보였습니다.

전시장을 환하게 비추는 작품은 거리에 버려진 간판을 해체해 만든 '더블데커'입니다.

정지현 작가는 길거리에 버려진 건축 자재와 간판 등 폐자재를 활용한 작업에 집중해왔습니다.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수구 덮개는 빼어난 철제 조각으로 변신하고, 비닐에 싸인 약국 간판은 3D 스캐닝 등을 거쳐 석고상 같은 작품으로 거듭납니다.

본연의 기능과 원형에서 벗어나 사물의 본질과 의미를 다시 찾아보려는 시도입니다.

[정지현 / 작가 : 사물이라는 것들에 대한 본질, 목적, 의미 같은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그런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제안해보고 경험할 수 있게끔 해보고 싶어서 작업을 했습니다.]

정 작가는 도시 풍경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산업 폐기물 속에서 다른 무언가가 될 가능성을 찾으며 이 시대 조각이 나아갈 새 방향을 모색합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촬영기자 : 곽영주

■ 전시 정보

이진용 개인전 <시간의 풍경>

11월 2일~12월 9일

비트리 갤러리

11월 3일~2024년 1월 21일

아트선재센터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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