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무슨, 공부 방해꾼이지”…태블릿PC 지급 놓고 ‘시끌시끌’[장연주의 헬컴투 워킹맘]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 서울의 한 대형 영어학원은 최근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외 쉬는 시간에 태블릿PC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 학원은 최근까지 태블릿PC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태블릿PC로 유튜브 등을 보는 경우가 늘면서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3시간짜리 수업을 듣고 있는데, 30분 안팎 유튜브를 보고 갔다고 털어놨다.
#. 스웨덴의 학교들은 최근 디지털 교육을 줄이고 종이책 위주의 아날로그 교육으로 돌아가고 있다. 태블릿PC 같은 디지털기기 사용, 인터넷 검색, 키보드 자판 익히기 같은 디지털 교육시간을 줄이는 대신 종이책 읽기나 연필을 사용한 글쓰기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그 이유는 학교수업 중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해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전국의 교육청들이 각각 수백,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학생들에게 디지털기기를 보급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이 확대된데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디지털기기 사용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여기면서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집에도 컴퓨터가 있고 가뜩이나 휴대전화나 태블릿을 많이 써서 '중독'이 될까 걱정인데, 학교에서도 굳이 써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워킹맘의 경우에는 아이들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휴대전화에 이어 태블릿PC까지 통제해야 하는 기기만 늘어난데다 태블릿PC는 정작 통제하기도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태블릿PC 지급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고,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서는 디지털 교육이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며 다시 아날로그 교육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국 학교에서의 디지털 기기 보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1인 1스마트기기 보급은 교육의 디지털 대전환에 발맞춰 전국 17개 모든 교육청이 벌이고 있는 사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디지털기기인 ‘디벗’을 보급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디벗’은 '디지털(Digital)+벗'의 줄임말로 학생들은 1학년 때 보급받은 기기를 졸업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예산 600억원을 들여 관내 모든 중학교 1학년 학생에 7만2000여대, 교원 대상으로 1만7000여대를 보급했다. 현재까지 중1과 중2에 디벗이 보급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9월 기준, 1800여억원을 투입해 초등학교 5학년과 중·고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태블릿PC·노트북 등 디지털기기를 지급했다. 또 광주교육청은 650억원을, 전북교육청은 880억원의 예산을 디지털기기 보급에 투입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의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2025년부터 초등학생들에도 디벗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스마트기기 중독 등 우려를 고려해 초등학생 디벗 보급은 후순위로 미룬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의 경우, 디벗이 보급되더라도 집에는 가지고 갈 수 없게 하도록 했다. 학교에 충전·보관함을 두고 학교에서만 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중고등학생은 학생과 학부모가 디벗을 학교에 두고 갈지, 가정에서도 활용할지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디벗이 보급된 관내 중학교 400여곳에 충전·보관함 342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또 디벗을 통한 유해사이트 및 게임 접속은 관리프로그램을 설치해 제어하고, 디벗 파손을 예방하고자 올해부터 파손방지 강화유리를 부착할 예정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교에서의 디지털기기 보급에 대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집에서도 스마트폰 지도가 힘든데, 디벗때문에 통제해야 할 스마트기기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1 학부모 A씨는 "서울시교육청이 디지털+친구라는 뜻으로 스마트 기기에 '디벗'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친구는 무슨 '공부 방해꾼' 아니냐"며 "가뜩이 디지털기기 사용이 많아 고민인데, 학교에서도 굳이 디지털기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안그래도 코로나19 이후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사용시간이 늘어서 걱정인데, 디벗은 시간관리가 되지 않아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2 학부모 B씨는 "아이들이 학교 쉬는 시간에도 태블릿으로 유튜브나 동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다더라"며 "게임이나 유해한 영상은 차단이 된다고 하는데, 이걸 푸는 방법을 아는 아이들도 있으니 통제가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학교 소관"이라는 답변을 얻었다며 학교에서 왜 디벗을 나눠주기만 하고 관리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더욱이 맞벌이 가정의 경우, 아이가 혼자 집에 있을 때가 많아 디벗을 통제하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다.
워킹맘인 또 다른 중1 학부모 B씨는 "게임을 거의 안하던 아이가 디벗때문에 게임에 빠졌다"며 "디지털시대가 되고 있긴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디지털기기에 익숙해져 있는데 학교에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업하는 것이 더 낫지 않냐"고 반문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디벗이 자녀의 스카트기기 의존도를 높인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크다는 지적에 대해 "학부모들도 디지털전환시대에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그 바탕에서 우려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우려를 관리하면서 전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교육청들이 무상으로 디지털기기를 나눠주겠다고 나선 것은 학생수는 크게 줄어든 데 비해 교육청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급증한 것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학령인구는 2010년 734만명에서 올해 531만명으로 200만명이나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교부금은 32조2900억원에서 75조7600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디지털 교육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기기 보급에 나서고 있는 반면,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지에서는 거꾸로 디지털 교육 보다는 종이책 위주의 아날로그 교육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노르웨이에서는 같은 내용을 배워도 종이로 공부하는 게 컴퓨터로 공부하는 것보다 더 이해력을 높인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앤 맨겐 노르웨이 국립도서교육연구센터 교수는 "노르웨이 초등학생 72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종이로 읽은 학생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읽은 학생들보다 독해력 테스트에서 약 20% 이상 높은 점수를 보였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학습하는 게 학생들의 문해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스웨덴 교육부는 학교 수업 중 디지털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해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떨어졌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스웨덴 초등학교 4학년 국제 읽기능력 시험(PIRLS) 평균 점수는 2016년 555점에서 2021년 544점으로 11점 떨어졌다.
이에 스웨덴의 학교들은 아예 디지털 교육을 줄이고 종이책 위주의 아날로그 교육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예컨데 태블릿PC 같은 디지털기기 사용, 학생 혼자 인터넷 검색, 키보드 자판 익히기 같은 디지털 교육 시간을 줄이고, 대신 종이책 읽기나 연필을 사용한 글쓰기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스웨덴 정부는 2023년 스웨덴 학교 도서 구입 비용으로 6억8500만 크로네(약 823억원)를 쓰기로 했다. 내년과 후년에도 매년 500억원 정도를 써서 책을 구매할 예정이다.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지난 8월 자료를 통해 "디지털 도구는 학생의 학습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손상시킨다"며 "인쇄 교과서와 교사의 전문 지식을 통해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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