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암호화폐 3억4000만 달러 빼돌린 북한…가치 떨어지자 사이버 공격 다양화

게티이미지뱅크

북한이 올해 3억 달러를 훌쩍 넘는 규모의 암호화폐를 빼돌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핵·미사일 개발의 ‘돈줄’로 활용해 온 암호화폐의 가치가 떨어지자, 북한은 사이버 공격을 다양화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보미 부연구위원이 내놓은 보고서 ‘진화하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 현황과 대응’을 보면, 올해 3분기까지 북한이 빼돌린 암호화폐 규모는 약 3억4000만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암호화폐 피해액의 29.6%에 해당한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보다 되레 줄어든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등으로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각국이 지난해 발생한 ‘액시 인피티니 사태’를 계기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액시 인피티니 사태란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액시 인피티니’를 상대로 벌인 해킹을 말한다. 당시 라자루스가 훔친 가상화폐 규모는 6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암호화폐 해킹 이외의 다른 사이버 공격에도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다시 금융권 공격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면서 "지난해부터 랜섬웨어 공격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러시아의 환전 서비스를 이용해 암호화폐 현금화 문제의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북한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킹을 통해 빼앗긴 자산을 회수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