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하고 싶은 것 많은데"‥오늘 '점자의 날'

조재영 2023. 11. 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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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비장애인들에게는 편리한 시설들이 장애인에겐 도리어 장벽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이 큰데요.

오늘 '점자의 날'을 맞아 점자로 세상을 읽는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일상을 조재영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고교 2학년생 공화목, 허재혁 군.

둘은 11살, 14살 때 갑자기 시력을 잃었습니다.

1년 가까이 배운 점자가 이젠 익숙하지만, 넘어야 할 장벽이 계속 등장합니다.

"이거 음료." <음료.> "이것도 음료요."

맛과 성분이 제각각이어도 점자로는 그냥 다 '음료'입니다.

똑같이 '탄산'이라고 적힌 캔.

알고 보면 콜라와 사이다, 전혀 다른 제품이고, 주스와 커피는 점자가 아예 없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021년 4월 20일)] "점자를 읽어도 무슨 음료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제조사들이 그저 음료, 탄산 또는 맥주로만 써놨기 때문입니다."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바뀐 게 없습니다.

또래들이 자주 찾는 패스트푸드점은 갈 엄두도 못 냅니다.

[공화목 학생] "<한 번 눌러보시겠어요?> ……."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망설입니다.

[공화목(18살)] "소리가 안 나서… 안 들리네요, 이게."

점자 없는 기계, 화면 속 '주문하기' 버튼을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이거… <영어로 바뀌었어요.>"

'장애인 배려 키오스크'란 게 드물게 있지만, 막상 방문한 곳에 설치된지 몰라 쓸 수 없습니다.

최근 급증한 무인 상점.

QR코드 찍기와 셀프 결제를 못 하니까 넘을 수 없는 문턱입니다.

[허재혁(18살)] "뭔지 물어볼 수 있는 곳도, 그런 분도 안 계시고 하니까… 사용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곧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데, 문제집 구하는 것도 큰일입니다.

책 1권을 사서 복지관에 보내면, 특수 파일을 내려받는 데만 두 달 대기가 기본입니다.

[허재혁] "수학 (문제집)을 맡기면 거의 1년 가까이 걸리는 것 같아요. 올해 1월쯤 신청한 게 이번 주에 다 왔거든요."

출판사들이 대부분 저작권을 이유로 원본 파일을 잘 안 넘겨주는데, 요청은 쏟아지고 자원봉사자는 적고, 입시 준비하다 입시가 끝날 판입니다.

[송지숙/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학습지원센터장] "학습을 해야 되는 책들, 이런 것들이 좀 많이 문제가 되는 거죠. 점자로 받아보셔야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은, "눈이 어둡다고 마음까지 어두워선 안 된다"며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만들어진 지 97년째 되는 날입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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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승우 / 영상편집: 권지은

조재영 기자(joja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40275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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