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 끝판왕’의 몰락…현대차가 미소 짓는 이유는? [박민기의 월드버스]
합리적 가격 등 가성비 차량 끌면서
현대차·도요타 등 신규 소비자 흡수
지프도 부랴부랴 ‘저가형 모델’ 출시
시장 장악에 나선 지프는 전례 없는 차량 가격 인상에도 시동을 걸었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지프 이미지를 ‘럭셔리 브랜드’로 끌어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지프가 생산하는 일부 풀사이즈 SUV 모델 가격은 10만달러(약 1억4000만 원)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지프는 곧 미국시장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자동차기업 중 하나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전략은 동시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습니다. 차량 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급등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지프에 충성심을 보였던 기존 고객들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프로드 대명사’로 불리는 지프는 미 자동차 산업이 호황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점점 입지를 잃고 있습니다. 소비자 변심으로 인한 여파가 그대로 시장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던 지프 판매량은 올해 3분기에 4% 줄어들며 9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올해 1~9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는데, 지프 대표 모델인 ‘컴패스’와 ‘그랜드체로키’를 제외한 모든 모델의 판매량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프 판매량은 이미 2021년 2%, 지난해 12% 감소한 바 있습니다.
지프에 위기가 닥쳤지만 반대로 다른 경쟁기업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지프가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자 일부 소비자들은 조금 더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차량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현대자동차 등 기업들은 차량 재고 회복과 소비자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지난 분기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특히 현대차와 도요타 등은 저가 옵션을 갖춘 가성비 모델을 선보이며 새로운 고객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프 모회사 스텔란티스를 밀어내고 곧 미 자동차시장 4위 자리를 차지할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프가 랭글러 등 주요 모델 가격을 급격히 올리면서 ‘가성비’라는 최대 무기 중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지프는 지난 5년 동안 인기모델 랭글러의 가격을 40% 인상했습니다. 이는 관련 업계 평균 인상가인 31%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여기에 근 20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5만달러(약 6700만 원)를 넘는 차량 구입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시절 제품기획 디렉터였던 마크 쿠들라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이탈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며 “지프는 수많은 난관과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기에 직면한 지프이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화위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가성비를 위한 ‘저가형 모델 출시 확대’가 대표적입니다. 지프는 지난 9월 그랜드체로키 저가형 모델을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가격은 3만6000달러(약 4900만 원)로 책정됐는데, 이는 오리지널 모델의 시작가보다 약 3000달러 낮은 수준입니다. 또 다른 대표 모델 랭글러 저가형의 ‘2도어 스포츠’ 모델은 3만2000달러(약 4300만 원), ‘4도어 기본 모델’ 가격은 그랜드체로키 저가형 모델과 같은 3만6000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일각에서는 간단한 몇 가지 옵션을 추가하면 순식간에 가격이 1만~2만달러가 올라가는 만큼 저가형 모델이 여전히 완전한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례로 랭글러 기본 모델을 구입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색상은 흰색 한 가지 뿐이지만, 만약 소비자가 595달러(약 80만 원)를 추가하면 선택할 수 있는 색상은 9가지로 늘어나게 됩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 중 하나인 ‘검은색 하드톱’을 선택할 경우 1495달러(약 202만 원)가 추가됩니다. 미 자동차 전문조사기관 스트래티직비전의 알렉산더 에드워즈 대표는 “지프가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좋지만 소비자 충성심을 유지하려면 그들이 가격 인상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격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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