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경구 "'정의'가 판타지가 되는 세상…아픔까지 끌어안아주길"

강지영 2023. 11. 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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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기반 영화 '소년들'로 돌아온 배우 설경구
"만신창이 된 모습 보여주려 일주일 굶기도"
"영화 통해 사회문제 공유하며 많은 이야기 나누길 바라"
"배우로서 많은 걸 이뤘다고 생각…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
■ 저작권은 JTBC 뉴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강지영

[앵커]

이분은 특별한 수식어보다는 이름 석 자로 바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배우 설경구 씨를 '뉴스룸'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영화 '소년들'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런데 올해만 벌써 네 작품. 연이어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든가, 힘이 무엇일까요?

[설경구/배우 : 현장에서 주는 어떤 호기심 같은 게 계속 저로 하여금 새로운 걸 좀 찾고 공부하게 만들지 않나. 두렵기도 한 공간이기도 하고 매일매일 그 스트레스를 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현장이라는 곳이. 근데 그 스트레스랑 두려움 때문에 또 도전해 보려고 하는 그런 욕심도 생기는 거고 그런 것 같아요.]

[앵커]

그렇군요. 영화 '소년들'은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재심 사건으로 유명한데 '사실 머릿속에 각인돼 있던 사건이다'라고 말씀하신 걸 봤어요.

[설경구/배우 : 10대 소년들이 억울하게 누명을 써서 옥살이까지 했던 사건이고 나중에 재심을 거쳐서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게 피해자 가족이 재심하자고 한 변호사님이나 피해자분들, 그러니까 사회적 약자가 받은 그런 피해를 같은 소시민 사회적 약자들이 다시 표면적으로는 제자리로 돌려놓은 사건이에요.]

[앵커]

그 사건을 조명해서 주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 작품을 선택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설경구/배우 : 정의라는 말이 이제 갈수록 판타지 같은 단어가 되는 세상에서 (맞아요.) 이런 사회의 모순 때문에 모순에서 겪게 되는 아픔을 버리지 마시고 이렇게 좀 끌어안아주셨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있고요. 좋은 의미로 영화로 이렇게 받아주셔서 많은 분들과 서로 이렇게 공유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을 가지고.]

[앵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라서 촬영을 할 때 약간 한계가 좀 지어지는 듯한 그런 느낌도 받지 않으십니까?

[설경구/배우 : 실화를 모티브로 한 거지 실화를 재연한 게 영화가 아니라서. 제가 맡은 캐릭터는 실제 그 사건과 관련이 없는 캐릭터예요. (맞아요.)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사건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형사반장님이 계세요. 그때도 15세 소년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을 때 제보를 받고 진범을 잡아서 자백까지 받아낸 형사반장님이 계신데, 그분의 모티브를 갖고 오면서 그분이 겪었던 일들이 좀 일정 부분 와 있어서 그분한테 좀 많이 도움이 됐죠. 도움을 받았죠.]

[앵커]

영화를 보면서 저는 '공공의적' 강철중이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배우님께서도 '좀 정리된 강철중이다'라는 표현을 쓰시기도 했더라고요.

[설경구/배우 : 근데 어떤 사건이 닥쳤을 때 몰아붙이고 수사에 의지를 보이는 건 비슷한데 저는 좀 다르게 봤어요. 강철중이라는 인물은 오락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보통 사건에 대해서는 좀 나태해요. 별로 관심 없고 그런데 자기 기준으로 이건 아니다 싶었을 때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인물이라고 한다면 황준철 반장은 모든 사건을 좀 과하게 수사하는, 모든 사건을 다 책임감을 갖고 과하게 수사하는 인물이 아닌가 그렇게 분석을 했습니다.]

[앵커]

감독님께서 설경구 씨에 대해서 디테일이 상당히 강한 배우다라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설경구/배우 : 이 영화 같은 경우는 처음 재판이 일어나고 그 후에 재심까지 17년 동안의 기간이 점프가 돼서 있어요. 과거와 현재가. 그래서 이제 과거를 먼저 찍고 17년 후를 찍자니 이 또 좌절하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인물을 표현하려고 하니까. 저한테 주어진 시간이 한 일주일밖에 없어서 그냥 뭐 굶었죠. 방법이 없으니까.]

[앵커]

연기하시는 거에 대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 부분이, 애드리브라든지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바로바로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하시는 편입니까? 아니면…

[설경구/배우 : 애드리브를 치거나 그런 걸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 영화에서 허성태 씨가 나오는데 허성태 씨는 원없이 애드리브를 치시더라고요. 처음으로 선한 역할을 한다고 그러면서 진심으로 좋아하더라고요. 자기 처음으로 좋은 역할을 한다고.]

[앵커]

그리고 미담이지만, 제가 봤는데 허성태 배우에게 배우 의자를 선물해 주셨다고. 허성태 배우가 그거 받고 우셨대요.

[설경구/배우 : 아니 그거 고마워서요. 거의 다 고맙고 한데 특히 이제 배역에서 제 측근 같은 배우여서 (맞아요.) 더 이렇게 애정이 갔던 것 같아요.]

[앵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사회 문제를 꾸준히 건드려야 한다. 사실 쉽지 않고 어찌 보면 좀 부담도 되는…

[설경구/배우 : 영화가 할 수 있는 기능이 그래도 사회적 기능이 조금 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좀 이렇게 서로 공유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이런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나은, 네.]

[앵커]

사실 설경구 배우가 한 번 전환점을 줬던 작품이 저는 '불한당'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설경구/배우 : 네, 그게 전환점이 됐죠. 그때 변성현 감독님인데, 처음 만났을 때 저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고 가둬둔다라는 생각을 했어서 초반 촬영할 때 되게 많이 부딪혔었어요. 날 좀 내버려 두라고 그랬는데 찍어둔 거를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뭐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그다음부터 이제 말 잘 들었죠.]

[앵커]

내가 모르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끄집어내셨구나.

[설경구/배우 : 네, 나중에는 오히려 제가 '어떻게 할까요?' 물어볼 정도로.]

[앵커]

그렇게 하실 정도로, 그랬군요. 사실 저는 그 코믹했던 연기 모습도 보고 싶다는 욕심도 좀 나요. 개인적인 팬으로서.

[설경구/배우 : 제가 연극할 때는 코믹 연기를 했어 가지고 제 연극할 때의 모습을 봤던 친구들은 저 사람은 코미디로 풀릴 것 같다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박하사탕'이라는 영화를 하면서 좀 더 과묵해진 것 같아요.]

[앵커]

과묵해지고. 점점 경찰 이런 것들.

[설경구/배우 : 코미디도 하고 싶죠.]

[앵커]

하지만 코미디 멜로 고른다면 멜로 쪽으로 좀 더.

[설경구/배우 : 코믹 멜로.]

[앵커]

코믹 멜로. 한꺼번에 하면 되겠네요. 그렇군요. 작품마다 그럼 새로운 모습을 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십니까?

[설경구/배우 : 하는데 안 됩니다. 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새로운 역할이 창조된다라고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연기라는 게 제가 갖고 있는 재료를 갖고 출발하는 거기 때문에 이게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 본질이 보이게 되면 이건 100% 창조가 아니지 않는가라는 생각 때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을 좀 극단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 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져요.

[설경구/배우 : 제가 뭐 영화를 하고 이런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연기를 시작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많은 걸 이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 그게 이제 얼굴에 보여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좀 많이 해요.]

[앵커]

잘 드러나고 있지 않나…

[설경구/배우 : 앞으로가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앵커]

배우로서 나이를 잘 들어가고 싶다. 알겠습니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설경구/배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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