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첫 우승에 기뻐한 김기동 “선수들이 약속을 잘 지켰다”
“선수들이 약속을 잘 지켰네요.”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은 지도자로 첫 우승한 기쁨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포항은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한찬희와 제카 그리고 김종우, 홍윤상의 연속골에 힘입어 전북 현대를 상대로 4-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통산 5번째 FA컵 정상에 올랐다. 꼭 10년 만의 우승인데, 당시 FA컵 결승전 상대도 전북이었다.
김 감독에게는 2019년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은 이래 첫 우승이라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선수들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보는 그의 입가에는 그야말로 아버지 미소가 흘러나왔다.
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만나 “주인공은 내가 아닌 선수들”이라면서 “선수들이 그 기분을 누릴 때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주위에서는 ‘그거만으로는 안 되고, 우승해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말하던데, 욕심은 냈지만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선수들이 잘 따랐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우승의 기쁨을 토로하면서 2년 전 아깝게 우승을 놓친 아픔도 떠올렸다. 더 큰 무대였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이다.
김 감독은 “결승전에 오른 것은 오늘이 두 번째였다. ACL 결승전에선 무기력하게 패배한 기억을 갖고 있다”면서 “오늘은 꼭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경기 전 선수들에게 ‘난 오늘 우승할 것 같다. 자신한다. 믿어라’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내 말을 믿고 잘 따라줬다”고 활짝 웃었다.
김 감독은 결승전 스코어와 관련해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그는 포항이 FA컵에서 우승했던 2013년 준결승에선 4-2로 이기고 결승에선 승부차기로 우승한 것에 빗대 올해는 제주와 준결승에서 승부차기로 이겼으나 결승에선 전북에 4-2로 승리하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당부했다. 거짓말처럼 스코어까지 맞아 떨어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김 감독은 “오늘 경기력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응집력을 가지고 한 부분을 칭찬한다”면서 “선수들이 (4-2 승리) 약속을 이렇게 잘 지킬 줄은 몰랐다”며 크게 웃었다.
포항은 이번 우승으로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출전권도 얻게 됐다. 한국에는 총 3장의 ACLE 티켓이 배정되는데, 지금껏 국내에선 K리그1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우선권을 갖고 있었다.
일각에선 3장 모두 K리그1 성적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김 감독은 “FA컵은 아마추어와 프로를 총망라하는 권위 있는 대회다. 좀 더 대회를 성장시킬 부분이 있다. 상금을 더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우승한 팀이 ACLE에 나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항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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