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로 쫓겨난 ‘피자의 왕’…머스크·잡스처럼 재기할 수 있을까 [추동훈의 흥부전]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3. 11. 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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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29][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24] 존 슈내터

인플레이션 여파로 식탁물가가 치솟고 있습니다. 원자잿값 폭등으로 라면과 빵, 우유 등 대표적인 식료품 가격이 오른 가운데 일부 식당에선 주류와 공깃밥의 가격도 올린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외식 및 배달음식 부담도 당연히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치킨과 더불어 대표적인 배달 음식, 바로 피자업계에서 주인공을 만나볼 예정입니다.

여러 프랜차이즈 배달피자 가운데도 창업자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알아차리셨을 텐데요. 다름 아닌 미국의 3대 테이크아웃 피자 체인점 ‘파파 존스’입니다. 네 맞습니다. 오늘 이름으로 남은 창업자는 파파존스의 아버지(PAPA)이자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사실상 축출된 비운의 경영자, ‘존 슈내터’입니다.

존 슈내터
존 슈내터는 1961년 11월 미국 인디애나주 재퍼슨빌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 매리 슈내터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했고, 아버지 로버트 슈내터는 재퍼슨빌의 판사로 일한 법조인 집안의 자식이었습니다.

1980년 재퍼슨빌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83년 볼 스테이트 대학 경영학를 졸업합니다. 경영학도였던 그는 일찌감치 창업에 눈을 떴습니다. 어떤 사업을 해볼까 고민해보던 그에게 기회는 아버지 덕분에 찾아왔습니다. 남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사업에 관심이 많던 그의 아버지 로버트는 재퍼슨빌의 선술집인 ‘믹’s 라운지‘를 지인들과 함께 공동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믹스 라운지
존 슈내터는 여기서 기회를 포착합니다. 그는 대학교 졸업 이듬해인 1984년, 애지중지하던 애마 ’Z28 카마로‘ 차량을 팔아 마련한 1600달러로 중고 피자 장비를 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선술집 뒤에 공간을 마련해 피자를 굽고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제법 맛이 좋았습니다. 바로 파파존스 피자의 시작입니다.

인기에 힘입어 1년뒤 그는 별도 가게를 내고 피자장사를 본격화했고 이후 지역에서 존 슈내터의 피자는 명물이 됐습니다.

파파존스는 자체 개발한 디핑소스로 특히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는 크러스트 피자를 먹는데 맛있는 소스로 사랑받으며 파파존스의 이름을 전국구로 확장하는데 큰 공을 세웁니다. 이후 파파존스는 승승장구를 이어갑니다. 1993년 창업 10년만에 상장에 성공한 파파존스는 상장 다음 해 전국에 500개의 지점을 내며 북미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킵니다. 현재는 전 세계 49개 국가 5500개 이상 지점을 내며 미국 내 3위 피자배달회사로 발돋움합니다.

그의 창업의 기반이 된 애마 카마로
2009년 존 슈내터는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팔았던 자신의 카마로 차량을 25만 달러를 주고 다시 매입합니다. 지금의 파파존스를 만드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애마를 다시 사들인 것은 그만큼 그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이 컸기 때문이겠죠.

흥미롭게도 일론 머스크 역시 지금의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시드머니를 마련해줬던 자신의 2번째 창업회사 x.com 도메인을 680만달러를 지불하고 수십 년 만에 되사왔습니다. x.com은 현재 자신이 인수한 SNS회사 X(구 트위터)로 연결되며 그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파존스의 아버지인 존 슈내터는 불명예스럽게도 회사에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사건은 2017년 11월에 발생합니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던 파파존스는 당시 그 이유를 놓고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헌데 존 슈내터는 미국프로풋볼(NFL)선수들의 국민의례 거부 사건이 매출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발언한 것입니다.

NFL 국민의례 거부 모습
당시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국수주의 정책과 인종 차별 묵인 논란 가운데 NFL 선수들은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뜻으로 한쪽 무릎을 꿇으며 항의했는데 이를 놓고 미국 사회에서도 찬반 양론이 치열하게 격화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피자 회사 중 NFL 메인 스폰서였던 파파존스의 경영자가 이러한 사건이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발언하면서 큰 논란이 발생한 것이죠.

연일 보도가 확대되자 그는 결국 CEO 직에서 사퇴했습니다. 물론 NFL 메인 스폰서도 박탈당했죠. 그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 그는 한번 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릅니다. CEO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그는 2018년 파파존스의 마케팅 대행사인 론드리 서비스와의 회의 도중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단어(N-words)를 사용했다는 보도로 또다시 위기를 맞습니다.

전화회의에서 발생했던 지나가는 이야기라고 항변했지만 그의 발언으로 대중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고 보도 하루만에 그는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나며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맞이했습니다. 국민의례 거부 사건 논란 7개월만에 또다시 그의 입이 발목을 잡으며 그는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와 같이 회사에서 쫓겨난 또 하나의 창업자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파파존스 로고
물론 존 슈내터는 시간이 지난 후 이 사건을 자신을 경영진에서 쫓아내기 위한 조작극이라고 항변하며 아직도 법적 분쟁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법원은 존 슈내터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놓기도 하며 여전히 다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존 슈내터는 회사에서 물러나고 1년 뒤인 2019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달간 40판의 파파존스 피자를 먹어봤지만 그 맛이 예전만 못하다며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파파존스를 낳고 길렀던 그 입장에선 어려움을 겪는 파파존스를 바라보는 마음이 어떨까요. 슈내터는 “현 경영진이 떠나고 내가 돌아온다면 직원들이 환호할 것”이라며 “심판의 날은 오고 역사는 바로잡힐 것”이라고 말하며 여전히 회사 복귀에 대한 미련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파파존스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그는 피자 광고와 피자 포장지, 로고에 자신의 얼굴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회사에서 물러나며 그의 사진은 로고에서 사라지게 됐는데요. 위기의 파파존스, 과연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위기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화려한 복귀에 성공한 것처럼, 그의 재기도 언젠가는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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