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포항 10년 만에 트로피…김기동 감독 "감독으로 첫 우승, 정말 꿈꿔왔던 순간"
[스포티비뉴스=포항, 박대성 기자] "커리어만 바라보고 오지 않았다. 우승 감독이 돼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지 않겠냐는 주위의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욕심은 났지만 욕심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선수들과 팬들을 위해 좋은 축구를 하는 게 우선이었다."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이 커리어 첫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감독으로 첫 번째 우승이다. 지도자로서 꿈꾸던 순간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포항은 4일 오후 2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FA컵' 결승전에서 전북을 4-2로 꺾었다. 전북에 선제 실점을 허용했지만 끝까지 따라 붙어 분위기를 만들었고, 공방전 끝에 점수 차이를 뒤집어냈다. 2013년 이후 10년 만에 FA컵 정상을 밟은 이들은 이번 우승으로 전북현대, 수원삼성 함께 FA컵 통산 최다 우승 타이(5회)를 기록하게 됐다.
김기동 감독은 FA컵 우승을 이끌며 이날 최고 지도자상을 받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우승이다. 꿈꿔왔던 순간이 오늘이었다. 상당히 기쁘다. 우리 선수들이 3개 대회를 치르면서 매일 피곤했었다. 정말 많이 피곤했다. 이번 결승전에서 경기력 측면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선수들이 응집력을 가지고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 유나이티드와 FA컵 4강전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2013년도에 4강전에서 4-2로 이기고 승부차기로 이겼으니, 결승전은 4-2로 이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나와의 약속을 이렇게 잘 지킬 줄 몰랐다. 일부러 시나리오를 만든 게 아닌가 생각까지 들었다. 나를 포함해 선수들, 포항 팬들, 코칭 스태프 모두 우승 타이틀을 꼭 하고 싶은 욕망이 컸었는데 오늘 우승을 하게 돼 상당히 기쁜 하루가 될 것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
전북과 FA컵 결승전은 정말 치열했다. 홈에서 초반부터 전북을 밀어 붙였지만 전북도 만만하지 않았다. 포항이 중원에서 빌드업을 하려고 하는데 달라 붙어 볼을 끊었다. 한교원의 슈팅이 황인재 골키퍼 손 끝에 걸린 뒤 옆 골대를 강타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전북에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끌려 갔다. 전반 16분 송민규가 포항 골문을 뒤흔들었다. 측면에서 구스타보 패스를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슈팅했다. 득점에 환호했지만 친정 팀 포항을 위해 두 손을 올리며 세리머니를 하진 않았다.
포항은 포기하지 않았다. 전반 27분 제가 연계를 시작으로 한찬희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 정규 시간 1분을 남긴 시점, 포항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왼쪽 측면에서 공격 템포를 올린 이후 고영준이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찔러 넣었다. 전북 수비 숲을 통과한 볼이 한찬희 발에 걸렸고 지체 없는 슈팅으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후반 초반에도 포항에 위기였다. 정우재가 박스 안에서 넘어지자 전북 단 페스레스쿠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테크니컬 라인을 지나 강하게 항의했다. 이후 비디오판독시스템(VAR) 판정이 이어졌고 페널티 킥으로 정정됐다. 키커는 구스타보였고 포항 골대 왼쪽으로 밀어 넣었다.
김기동 감독은 후반 10분 심상민, 홍윤상을 투입해 일찍이 변화를 줬다. 포항은 전북 측면을 공략했고,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기회가 생기면 슈팅을 시도했다. 꾸준히 전북 진영에서 기회를 노리던 포항은 후반 30분 제카의 묵직한 슈팅으로 포효했다.
동점골 이후 분위기가 포항 쪽에 쏠렸다. 동점골 뒤 포항의 공격은 더 매서워졌고 후반 31분 한찬희가 강한 중거리 슈팅으로 전북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김종우의 낮고 빠른 슈팅 한 방이 전북 골망을 뒤흔들며 스틸야드를 뜨겁게 달궜다.
추가 시간에 돌입해도 포항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프리킥에서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했고 최대한 볼을 지켰다. 홍윤상이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과감한 슈팅으로 전북 골망을 뚫었고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우승을 결정지은 뒤, 김기동 감독은 기뻐하는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때 감정을 묻자 "주인공은 내가 아닌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그런 기분을 만끽하고 있을 때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흐뭇하게 바라봤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감독 커리어 첫 우승이었다. 10년 만에 포항에 안긴 FA컵 우승이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김기동 감독은 "커리어만 바라보고 오지 않았다. 우승 감독이 돼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지 않겠냐는 주위의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욕심은 났지만 욕심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선수들과 팬들을 위해 좋은 축구를 하는 게 우선이었다. 선수들이 정말 잘 따라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 다음 스탭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좋은 축구를 위해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승까지 오면서 가장 생각났던 순간이 궁금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의외로 덤덤했다. 취재진 질문에 "덤덤했다"라고 말문을 연 뒤 "결승전에 올라온 건 이번이 두번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서 져 오늘만큼은 이기고 싶었다. 선수들에게 우승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날 믿어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믿고 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있게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포항은 FA컵 결승전 직전 리그에서 만난 전북전에 교체 이슈가 있었다. FA컵 결승을 준비하면서 영향이 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우리가 설정한 목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선 경기에 집중해야 했다. 해외 사례도 있고, 국내 사례도 있다.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김종우에게도 "6번을 달고 뛴 선수 중 참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선수"라며 농을 던지더니 "마지막 경기에선 무언가 할 거라는 느낌이 있었다. 골을 넣어 킹이 돼라고 했는데 골을 넣었다. 이제 킹이 된 것 같다"라며 미소 지었다.
한편 FA컵 우승팀에겐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주관 클럽 대항전 진출권이 주어진다. 아직 챔피언스리그 혹은 ACL2 진출권 중 어떤 티켓이 주어질진 확정되지 않았다.
김기동 감독에게 이를 묻자 "FA컵 결승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도 말했지만, FA컵은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모든 팀을 망라하는 권위있는 대회다. 이 대회를 크게 성장시킬 원동력은 있다고 본다. 여기에서 우승한 팀이 AFC 대회를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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