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한도, 3000만원서 1억 이상 확대할까
“누가 산부인과 지원하겠나… 3000만원 현실에 안맞아”
소아청소년과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 보상 방안도 검토
정부가 분만시 발생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한도액을 현재 3000만원에서 더 늘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산부인과의 의료사고 소송 비용이 수억대에 달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최소 1억원은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는 소아청소년과(소청과)의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국가가 보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 회장은 “일본의 경우 보통 3억원, 대만은 1억원을 의료사고 보상액으로 지급하고 있고, 영국은 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가 다 지급한다”며 “분만 의료사고에서 의사가 보상액을 부담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역시 한도액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지만 인상폭에 대해서는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한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산부인과 관련 협회 등에서 제시하는 금액이 3억, 10억 등으로 너무 큰 상황”이라며 “보상액을 올리기 위한 근거가 어떤 게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2019년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와 관련 논의에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액을 최대 1억원(정부 90%, 의료기관 10%)으로 제시한 선례가 있는 만큼 인상이 추진된다면 최소 1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소아청소년과의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국가가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 부담 등으로 전공의들의 소청과 기피 현상도 따르고 있어서다. 2017년 112%, 2018년 113%, 2019년 99%에 달했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올해 25%까지 떨어졌다. 의료계에서는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 있던 미숙아 4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한 뒤 담당 전문의(교수), 전공의, 간호사 등 의료진이 잇따라 구속된 것이 전공의들의 소청과 지원율에 미친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유훈 소청과 전공의는 지난달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중환자 진료에 대한 부담이 성인보다 소아를 볼 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어렵지만, 분쟁이나 소송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응급실 확대나 암병원, 지방거점병원 같은 걸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런 게(필수 의료분야 인력 확충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소청과 포함 여부와 함께 분만 불가항력 의료사고와 같은 보상 한도액을 둘지, 분리할지 등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소아청소년 의료사고가 어떤 유형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현재 소아청소년과학회에 의견 조회를 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러한 방안을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통해 논의할 계획이다.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는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방안과 의료인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법률전문가와 의료계, 소비자계 등 관련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로 지난 2일 첫 회의가 열렸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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