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에게 불리한 ‘이준석 신당’ [최병천의 인사이트]
(시사저널=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내년 총선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최대 변수는 여권에서 '윤석열-이준석의 정치연합'이 복원되는지 여부다.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이준석 신당'이다. 이준석 신당론은 왜 나왔는지, 국민의힘 입장과 이준석 전 대표(이하 이준석) 입장에서 각각 살펴보고, 이준석 입장에서 무엇이 유리한 선택인지 살펴보자.
먼저 여당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준석 개인'의 탈당은 위협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준석 신당'은 매우 위협적이다.
이준석의 핵심 지지 기반은 2030세대다. 그중에서 2030 남성들이다. 이들은 '보수 성향을 갖는 무당파'다. 지난 대선에서 약 6대 4 비율로 윤석열 후보를 더 찍었다. 유권자 연합의 한 축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은 다시 '무당파 성향'으로 돌아섰다. 한국갤럽 10월 월간통합 자료에 의하면,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28%, 민주당 21%, 무당층 50%다. 30대 남성은 국민의힘 31%, 민주당 28%, 무당층 36%다. 무당파 비중이 20대 남성은 50%, 30대 남성은 36%다. 찍으면 보수를 더 많이 찍지만, 현재는 무당층이다.
국회의원 의석수는 총 300석이다. 지역구는 253석, 비례대표가 47석이다. 지역구 중에서 수도권은 121석이다. 만일 '이준석 신당'이 만들어지고, 수도권 절반에 해당하는 60명이 출마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이준석 신당은 여당에 매우 위협적이다. 이준석 신당 출마자들은 당선은 못 돼도 여당 후보자를 떨어뜨릴 수는 있다.
'이준석 개인'의 탈당은 어떨까? 이 경우 이준석이 출마하는 지역구에 한해 국민의힘 후보자에게 타격을 준다. 이준석 신당 출마자가 50명이면, 국민의힘 50명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준석 1명이 탈당하면, 여당 1명에게만 타격을 주게 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준석 신당은 위협적이고, 이준석 개인의 탈당은 위협적이지 않다. 최근 부쩍 '이준석 신당'이 언급되는 이유다.
이준석에게 내년 의원 당선은 하위 목표…상위 목표는 다음 대선
이번에는 이준석 입장에서 살펴보자. 이준석의 단기적 목표는 2024년 국회의원 당선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목표는 2027년 대선 도전이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내년의 의원 당선이 더 중요한 게 아니라, 다음 대선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둘 다 의원 경험이 없었다. 대통령을 하기 위해 반드시 국회의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 입장에서 국회의원 당선이 대선에 도움이 되면 하는 것이고, 안 되면 그냥 곧바로 대선후보에 도전하면 된다. 상위 목표는 2027년 대선이고, 2024년 의원 당선은 하위 목표다.
이제 남은 판단은 이준석에게 놓여 있는 '선택지'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선택지별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이준석의 '향후 선택'을 추론할 수 있다. 이준석에게는 크게 4가지 선택지가 있다. ①유승민-이준석 신당 ②금태섭 등 외곽의 제3세력과 연합신당 ③국민의힘 공천을 통한 출마 ④탈당 후 무소속 출마다. 하나씩 살펴보자.
①유승민-이준석 신당의 경우, 이준석 자신은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다. 유승민-이준석 신당은 국민의힘 후보를 대거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당선자를 5명 배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총선이 끝나면 '꼬마 정당'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이준석 개인의 스피커 파워도 '국민의힘 내부자'일 때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사람들은 내부자 비판은 주목하지만, 외부자 비판은 그러려니 한다. 결국 2027년 대선 도전이라는 상위 목표에서 판단해 보면, 이준석 입장에서 '손해 보는' 선택이다.
②금태섭·양향자·류호정 등 외곽의 제3세력과 연합신당(이하 '연합신당')을 만드는 경우다. 이 선택의 장점은 출마자를 한 명이라도 더 조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언론의 주목도 더 커질 수 있다. 군소 정당에서 출마자 60명을 배출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선거 출마는 돈과 열정, 인맥을 총동원하는 과정인데 군소 정당으로 출마할 경우 당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준석 입장에서, 연합신당의 최대 단점은 '배가 산으로' 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군소 정당일수록 빠른 의사결정과 전략적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연합신당을 만들 경우 '잡탕 & 짬뽕 & 부대찌개'가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연합신당의 전략전술,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논쟁이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반(反)윤석열 노선을 취할지, 반(反)민주당 노선을 취할지, 제3의 독자 노선을 취할지 논쟁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나중에 국민의힘으로 복당할 때도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연합신당을 버리고 혼자만 탈당해 국민의힘에 복당해도 문제고,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한 합당도 쉽지 않다. 이준석이 연합신당을 통해 2027년 대선에 나갈 생각이라면 이 선택도 가능하다. 그런데 그럴 경우 본선에서 5~10% 얻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 대선 도전이라는 상위 목표에서 판단해 보면, 이준석 입장에서 '손해 보는' 선택이다.
'이준석 신당론'은 이준석의 협상력 키워줘
남는 선택은 ③국민의힘 공천을 통한 출마 ④탈당 후 무소속 출마다. 원칙적으로 국민의힘 공천이 가장 좋다. 안 되면 차선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다. 무소속 출마의 최대 장점은 '복당'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무소속 출마는 단점도 있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이준석 개인의 무소속 출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준석 신당의 출현 가능성이 높아져야 이준석 공천 가능성이 높아진다. 논리적으로 딜레마 상황이다. 무소속 출마는 국민의힘에게 위협이 되지 않고, 이준석 신당은 이준석에게 불리하다.
이런 경우 이준석에게 어떤 선택이 바람직할까? '칼집의 칼' 노선을 취하는 것이다. '칼집의 칼'은 칼집 안에 있을 때 위협적이다. 칼을 꺼낼 듯 말 듯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위협적이다. 외교 이론에 있는 '미치광이 전략'과 유사하다. A를 선택할지, B를 선택할지 모를 때 상대방은 더 겁을 먹게 된다. 막상 칼집에서 칼을 꺼내면 뭐라도 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되, 나도 손해를 보는 장사다.
정리해 보자. '이준석 신당론'은 이준석에게 유리하다. 이준석의 협상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준석 신당'은 이준석에게 불리하다. 2027년 대선 도전이라는 상위 목표에서 봤을 때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준석 입장에서는 이준석 신당론이 더 많이 회자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준석에게 공천을 주고, 이준석 신당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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