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종노릇’ 한마디에 역대급 ‘돈 보따리’ 푼 은행권…상생금융 경쟁 시즌2

2023. 11. 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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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종노릇·갑질·독과점’ 비판에
주요 금융지주, 상생금융 대책 마련 나서
금융당국,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 만나 대책 점검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대통령까지 나서 고금리에 따른 민생경제 악화의 주범으로 ‘은행권’을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주요 은행들을 중심으로 정부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상생금융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전한 것을 계기로, 은행들은 각종 소상공인 지원 대책 세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조만간 주요 금융지주 회장을 직접 만나, 윤 대통령 지적 사항에 대한 대책을 점검할 계획이다.

尹 지적에 곧바로 ‘돈 보따리’ 푼 은행권
4대 시중은행 사옥 전경.[각 사 제공]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에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약 11만명에 대해 665억원 규모의 ‘이자 캐시백’을 제공하고, 취약 자영업자에 300억원 규모의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하나은행은 오는 12월부터 해당 방안을 차례대로 시행할 전망이다.

여타 주요 은행들 또한 이와 같은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전 그룹사 대표를 긴급 소집해 상생금융 현황을 점검하고 신속한 정책 실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각 계열사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추가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대규모 상생금융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 또한 다음주 중 상생금융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진옥동 회장 필두로 은행 중심의 상생금융 방안을 만들기 위해, 주말에도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 또한 상생금융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이어진 대통령의 ‘은행 때리기’…금융당국도 직접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윤 대통령이 은행의 독과점 및 이자장사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 발언을 지속한 영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은행의 ‘이자장사’를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은 연일 계속됐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이달 1일 21차 비상민생경제회의에 참석해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기업 대출에 비해 가계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이 더 부도율이 낮고 대출채권이 안정적인데 이런 자세로 영업해서 되겠나.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영업행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금융당국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금융권의 수신 경쟁 심화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수신금리 등 과당 경쟁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달 11월 셋째 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각 금융지주 회장들은 별도의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해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토대로,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상생금융 방안과 실효성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발언에 대출금리도 ‘오락가락’…‘관치’ 비판도 계속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을 필두로 한 ‘은행 때리기’가 실제 영업행위에도 영향을 주면서,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를 틈타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들을 대상으로 ‘이자장사’ 논란은 가중됐다. 이에 올 2월 윤 대통령은 “은행의 돈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독과점 체제 및 금리산정 체계 등 은행 수익성과 관련된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금리 조정 압박도 계속됐다. 올 초 이 원장은 시중은행 현장 방문을 통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인하 및 상생금융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가계대출 부채 확산 방지를 위해 은행권에 대해 되레 가계대출 금리 인상을 유도하기도 했다.

은행권의 불만도 거세진다. 지난 1일과 2일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의 ‘은행 때리기’에 반발했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일관성 없는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잠재적인 손실은 은행 문턱을 높여 취약계층에 피해를 전가하고 있다”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정부의 금리 조정 압박과 ‘돈장사’ 비난을 참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연합회 ‘2022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에서 사회공헌활동에 쓴 금액은 총 1조2380억원으로 전년(1조617억원)과 비교해 1763억원(1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올해 들어서도 사회공헌 압박이 계속되며, 그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도 대규모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번 상생 대책도 추가되며 수익성 대비 사회공헌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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