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나가" 멋쟁이 조선 남자들 [전시리뷰]

김보람 기자 2023. 11. 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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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들의 장신구 100여점 ‘한눈에’
망건에 수놓고 갓끈 활용해 자신 표현
실용성 있는 장식… 지혜·예술 美 느껴
실학박물관서 내년 2월24일까지 전시
실학박물관의 장신구기획전 ‘조선비쥬얼’ 전경. 김보람기자

 

조선의 남자들은 어떻게 ‘멋’을 냈을까. 격식에 맞는 옷을 차려입어 예를 갖추고 체면을 차리면서도 ‘갓’의 크기를 늘리거나 줄이고, 모자 안 잘 보이지 않았던 망건에도 수를 놓았으며, 다양한 종류의 갓끈 등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했다. 공·사적으로 외부와 접촉이 많았던 조선의 남자들은 장소와 용도에 따른 의복 뿐 아니라, 장식의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실학박물관에서는 이 같은 조선시대 남성들의 장신구 100여점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획전 ‘조선비쥬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여성 못지 않게 화려했던 남성의 장신구를 조명하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선 남성들의 장식은 ‘머리’에 집중돼 있었다. 하루의 시작은 상투를 틀고 망건을 조이는 일이었는데, 이 같은 행위가 끝나면 꾸밈의 반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좌측부터) ‘윌리엄 베어드 갓’(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능창대군 망건’(고궁박물관 소장).

조선 남자를 상징하는 장신구 중 으뜸은 단연 ‘갓’이다. 당시 집한 채 가격을 호가하기도 했던 갓은 외출할 땐 반드시 착용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전시장에 들어서면 숭실대학을 설립한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가 착용했던 양태가 큰 갓이 눈길을 끈다. 갓은 모자와 양태로 구성되는데, 19세기 전반까지 모자가 높고 양태가 어깨를 넘을 정도로 커지다가 사치와 허비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19세기 후반 들어 양태가 다시 작아지는 모습을 띤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국가민속문화재인 능창대군의 망건과 영친왕의 망건도 볼 수 있다. 남성용 헤어밴드인 ‘망건’은 상투를 튼 뒤 이마에 둘러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없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마가 패일 정도로 꽉 조여매면 눈매가 올라가 최적의 ‘리프팅’으로 인상을 바꾸기도 했다. 능창대군의 망건은 황색 말총과 검은색 말총으로 기하무늬를 넣어 짰으며, 좌우에 매화 옥관자가 달려 있다. 영친왕의 망건은 보다 원형을 잘 갖추고 있으며, 짜임이 섬세한 수작으로 좌우에 작은 금관자와 중앙의 호박 풍잠이 있다.

이 같은 장신구가 어우러진 모습은 ‘권기수 초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시 63세의 권기수는 양태가 좁은 ‘소립’을 쓰고 좁은 소매에 쥘부채와 선추, 안경을 들고 있으며 붉은 세조대를 맨 형태를 보인다. 실용을 추구한 장신구가 어우러진 조선 ‘멋쟁이’의 모습이다.

갓, 갓끈 등 장신구 모음. 경기문화재단 제공

이밖에 당시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대나무, 구슬, 유리 등으로 만들어진 ‘갓끈’, ‘귀걸이’, 옷고름을 매는 복식에서 중앙에서 만나는 복식으로 변화하며 생긴 ‘단추’, ‘안경’과 화려한 무늬의 ‘안경집’, 높은 신분인 남성들의 신 ‘태사혜’와 ‘나막신’ 등 남성들의 미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다채로운 장신구를 볼 수 있다.

관람객 A씨는 “옛 남성들이 사용했던 장식품은 멋과 실용, 예술성까지 돋보였다”며 “장신구를 하나 하나 해체해서 조선시대 남성들의 멋과 유행을 알 수 있게 했다. 손톱만한 장식에도 각각의 처지와 신분이 드러나 재미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정미숙 학예연구사는 “조선 남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어떤 장식을 하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실용성에 바탕을 둔 장신구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와 공예예술의 아름다움을 느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선보인 이번 전시는 내년 2월24일까지 이어진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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