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화가 날 때 글 쓴다”...전미도서관상 최종 후보로 뉴욕서 작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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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 날 때 쓴다."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47) 작가가 미국 뉴욕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작가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이런 일들은 나를 화나게 만든다"며 "우리는 종(種)으로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작가와의 대화 자리에 동참한 안톤 허는 "정밀한 검토 과정을 잘 견뎌낼 만큼 소설이 탄탄했고, 번역 작업은 쉬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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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 날 때 쓴다.”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47) 작가가 미국 뉴욕에서 이렇게 말했다. 3일(현지시간) 맨해튼 53번가 공공도서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 자리에서다.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열 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사탕을 팔았어요. 다음 역에서 아이가 내렸는데 이번엔 아기를 업은 젊은 여성이 타더니 또 사탕을 팔았어요.”
정 작가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이런 일들은 나를 화나게 만든다”며 “우리는 종(種)으로서 실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온 그는 ‘대체 무엇이 당신을 화나게 만드냐’는 질문에 ‘뉴요커’들이 출퇴근길에 일상으로 무덤덤하게 지나치는 장면에 이처럼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앞서 전미도서재단은 번역가 안톤 허(42·허정범)가 영어로 옮긴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의 영문판(‘Cursed Bunny’)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최종후보로 선정했다. 전미도서상은 미국을 대표하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며, 최종후보작 다섯 작품 중 아시아권 작품은 ‘저주토끼’가 유일하다.
‘저주토끼’ ‘머리’ ‘몸하다’ 등 10편의 단편을 묶은 이 소설집은 출간 지난 2017년 출간됐다. 이듬해 안톤허가 영어로 번역한 것을 계기로 세계 20여 국에서 번역·출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판 소설집의 표제작은 억울하게 몰락한 친구의 원한을 갚기 위해 저주용품을 만드는 할아버지가 저주토끼를 만들어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단편 ‘저주토끼’였다. 영문판에는 ‘머리’가 제일 먼저 나온다. 한 중년 여성이 변기에 배설물 등을 버리는 족족 변기 안에서 머리가 자라 결국 이 여성을 대체한다는 호러 소설이다.
이렇게 표제작을 바꾼 것은 영미 독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선택이라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소설집 서평에서 “회사의 부패한 관행, 동물 고문, 불공정한 거래 등 모든 종류의 과거 잘못이 ‘저주토끼’에 담긴 10가지 이야기에서 부활해 현재를 괴롭힌다”고 했다.
이날 작가와의 대화 자리에 동참한 안톤 허는 “정밀한 검토 과정을 잘 견뎌낼 만큼 소설이 탄탄했고, 번역 작업은 쉬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매우 명확했다”며 “모든 것이 페이지 안에서 아름답게 들어맞았다”라고 평가했다.
슬라브 문학 박사인 정 작가는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다”며 “러시아어와 폴란드어를 한국어로 옮기면서 글쓰기를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 작가는 연세대 인문학부, 미국 예일대 러시아동유럽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애나대학에서 슬라브문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언어는 사람들이 가진 집합적인 세계관”이라며 “이제는 (러시아어와 폴란드어) 문법구조 뒤의 논리를 이해하다 보니 이런 것들이 한국어로 글을 쓸 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미도서재단은 오는 15일 전미도서상 수상작 발표할 예정이다.
장재선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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