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엔비디아는 꿈꿀 수 없나…"키운다"던 반도체, 예산 삭감 수난사
부가가치 높은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 3% 불과
반도체 '초강대국' 약속한 정부는 반도체 R&D 예산 줄줄이 깎아
한국의 엔비디아 키울 팹리스 지원 규모는 91% 대폭 삭감
세계는 '칩 전쟁', 반도체 생태계 형성까지 국가 단위 투자
뒤쳐졌던 일본은 대만 기업 모셔오 수십조 투자하기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은정 기자, 윤지나 기자
◇ 채선아>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CBS 조은정 기자, 뉴스고인물 윤지나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 특별 출연한 조은정 기자가 기획재정부 출입 기자이다 보니 잡아온 주제가 반도체 얘기더라고요. 반도체 얘기가 사실 여기저기 다 보이거든요. 경제 뉴스, 외교 분야도 보이고 외신에서도 들리는데 막상 관심도 없고 잘 모르다 보니 어디에 집중해 봐야 되나 그걸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 그 포인트를 꼼꼼하게 짚어주시는 거죠.
◆ 조은정> 반도체를 보통 저희가 기사를 처음 쓸 때 '산업의 쌀'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고 근데 우리가 반도체 강국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지만 실제로 반도체 강국인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잖아요.
반도체 비중이 얼마나 큰지 감이 안 오실 텐데, 제가 나라 재정 살림을 담당하는 기재부를 출입하는데, 9월에 저희 출입처에서 가장 크게 벌어진 일이 바로 역대급 세수 펑크였습니다. IMF 때보다 더 많은 세수 결손이 났어요. 59조 1천억 원이 세수가 덜 걷힌 겁니다. 원인이 어딨었냐면 법인세가 많이 안 거쳤고요. 그중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면서 거기에서 법인세가 큰 구멍이 났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세수 결손 사태가 발생했던 겁니다. 저는 출입하면서 반도체 산업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이렇게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면 나라 살림이 흔들리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채선아>그러니까 반도체가 휘청이면 말씀하신 대로 나라 세수가 이렇게 펑크가 나버리는 상황인 거잖아요. 제가 반도체에 대해서 잘은 몰라도 여기까지는 아는 게 대만과 우리가 강국이라는 건 들었어요. 이미 기술 차이가 엄청 나서 이건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들었거든요. 근데 지금 경기가 안 좋으니까 좀 그런 거지, 좀 있다 보면 경기가 회복되고 다시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드는데요.
◆조은정>지금 말씀하신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통 메모리 반도체를 반도체로 생각하는데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이렇게 나뉩니다. 우리는 엄밀히 말해서 반도체 강국이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강국. 메모리 반도체는 말 그대로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D램, 낸드 플래시 같은 걸 가리켜요. 반면에 시스템 반도체는 저장을 넘어서서 추론과 연산을 하는 등 정보를 직접 처리합니다.
◇윤지나>작은 컴퓨터 같은 거네요?
◆조은정>모든 기계들이 똑똑해지고 우리는 그거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당연히 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커지겠죠. 이미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훨씬 크거든요. 성장 속도도 훨씬 더 빠르고 비중도 더 높습니다. AI의 어떤 정보 처리 기능들이 다 들어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이 되어 있는 거거든요.
◇윤지나>제일 중요한 대목, 우리는 메모리반도체 강국에 불과하고 시스템반도체는 약한 거예요.
◆조은정>메모리 반도체는 지금 D램 같은 경우 삼성전자가 36%, sk하이닉스가 22% 정도로 이렇게 세계 점유율이 1 2위를 다투고 있어요.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한국의 점유율이 3% 정도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스템 반도체와 같이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거죠. 주식 좀 하시는 분들, 미국 주식 엔비디아라는 기업 들어보셨을텐데, 이게 테슬라보다도 이게 시가총액이 크거든요. 이 엔디비아가 바로 시스템 반도체의 대표적인 회사고요. 알짜 시스템 반도체 기업은 미국이 독점하다시피 가지고 있어요,
◇채선아>길게 보면 우리도 미래에는 시스템 반도체 시대에 참여를 해야 되는 거예요. 아까 그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우리가 높았는데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기를 못 폈던 기업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였잖아요. 이들도 이제는 시스템반도체도 잘하고 싶어 해서 달려들었을 것 같은데요, 또 제가 기억에 남는 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이런 말을 했어요. "반도체는 나라에서 키운다." 그래서 지원을 대폭으로 하겠다라는 말이 기억에 나거든요. 지금 열심히 이렇게 하고 있나요?
◆조은정>윤 대통령 대선 공약 중에서 반도체 부분이 엄청 강조가 됐었거든요. 그래서 '반도체 초강대국' 이런 어떤 타이틀을 내세웠었어요, 사실 시스템 반도체가 초기 투자가 좀 필요한 부분이고 그럼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경우는 메모리 반도체에 워낙 이제 강점이 있다 보니까 중소기업들 위주로 해서 나라에서 이거를 잘 지원을 하겠다. 그래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겠다, 하면서 2030년까지 지금 3%였던 시스템반도체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계획도 세워놓은 상탭니다.
◇윤지나>2030년까지 7년밖에 안 남았잖아요. 괜찮나요?
◆조은정>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인데요. 지금 R&D 예산 삭감 즉 연구개발 예산 삭감 때문에 지금 몇 개월째 난리잖아요. 사실 반도체는 워낙 대통령이 강조했던 분야이기도 하고 해서 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R&D사업은 안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고 뜯어봤더니 아니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반도체IP라는 게 있는데, 이게 아주 작은 세밀한 설계도를 만드는 개념이거든요. 이걸 얼마나 여러 개를 확보하는지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강국이 될 수가 있는 거거든요. 반도체를 만드는 설계도랄까.
◇윤지나>반도체 전쟁에서 일종의 총알 같은 거군요.
◆조은정>정부 전략에서도 이 부분이 강조가 돼 있는데 반도체IP를 많이 만들겠다. 그런데 그 약속과는 달리 시스템 반도체 핵심IP R&D 예산이 전년 대비 83% 넘게 깎였습니다. 이건 거의 포기한 거 아니냐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예산이 67억 원이었던 게 11억 원으로 확 줄었어요. 3대 차세대 기술이라면서 정부가 집중 투자하겠다 예고했던 AI, 차량용 반도체, 이런 사업들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도 10%씩 그냥 쭉쭉 깎였습니다.
◇채선아>제가 뉴스에서 R&D 예산 깎았다고 할 때 뭘 정확히 깎았는지를 모르니까 사실 안 와닿았어요.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우리의 미래 먹거리라고 할 수 있는 그 시스템 반도체 관련된 예산을 지금 깎은 거잖아요. 관련 연구진들은 힘이 쫙 빠질 것 같은데요.
◆조은정>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연구 개발자들이 많은데, 제가 초거대AI 반도체 기술 개발자를 좀 만나봤거든요. '초거대 AI'라는 용어는 이제 자리를 잡았는데, 쉽게 생각하면 인간의 뇌 같은 AI다. 인간의 뇌처럼 유연하게 이렇게 사고를 할 수 있는 AI. 여기 연구진이 "우리 랩에서 목표했던 그런 연구 성과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얘기해요. 사실 초거대AI는 올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살리겠다, 키우겠다면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었어요.
◇윤지나>아까도 초강대국 발표했던 거 제대로 안 하고, 올해 과기부에서 발표한 것도 안 하고 예산 삭감하고, 왜 그러는 건가요.
◆조은정>사실 국민들은 그런 발표를 보고 좀 안심을 하는 건데 그 뒷면에 예산을 보니까 다 깎이고 있었던 거예요. 기자들이 많이 체크를 해봐야 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팹리스라고 들어보셨나요? 시스템 반도체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회사 명칭이거든요. 아까 설계 얘기를 잠깐 했는데 이게 그 반도체 설계도를 그리는 회사예요. 엔비디아가 지금 가장 대표적인 팹리스 회사입니다.
◇윤지나>엔비디아가 지금 시가총액이 테슬라보다 높아진 게, 수요가 많으니까 이렇게 잘 나간다는 거죠.
◆조은정>수요도 많고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을 하고 애플이나 퀄컴 같은 미국 기업들도 다 팹리스예요. 이 팹리스를 당연히 우리도 키워야 된다라는 얘기가 나오고요. 그래서 지금 유럽 중국 일본은 천문학적인 돈을 지금 쏟아 붓고 있거든요.
◇윤지나>설마 이 돈도 줄이는 거예요?
◆조은정>좀 심각했습니다. 팹리스 지원 예산이 91% 깎였어요. 원래 200억 대가 넘었었어요. 문재인 정부 때 K- 팹리스 육성 사업 이래가지고 커졌었는데 지금 내년 예산이 18억이 남았거든요. 정부가 사실 올해 초 발표를 한 게 "우리는 30개를 기업 선정해서 아주 초반부터 밀어주겠다. 초반부터 판로까지 개척해 주겠다"라고 약속을 한 게 있어요.
◇윤지나>그럼 정부 발표라도 하지 말든가, 아까 말씀하셨듯이 연구진들은 그렇게 정부가 내놓은 계획 , 청사진을 보고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지원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연구 계획을 짤 거 아녜요.
◆조은정>지금 세계 상황을 보면 이게 진짜 칩 전쟁이거든요. 전쟁이 과장하는 말이 아니라 최근에 '칩워'라는 책이 출간이 돼서 이게 되게 지금 호응이 좋아요. 크리스 밀러라는 미국 교수가 쓴 건데 얼마나 이 반도체 전쟁이 치열한지를 쭉 다루고 있는 책이거든요. 우리는 일본이 어떻게 하는지를 좀 많이 신경 쓰잖아요. 일본이 지금 얼마나 처절하게 반도체 따라잡으려고 하고 있는지를 보니까 저는 취재하는 입장에서 좀 소름이 돋더라고요. 구마모토현이라고 한국과도 좀 가까운 지역인데 거기가 이제 원래 되게 한적한 시골 지방입니다. 근데 거기가 지금 꿈틀꿈틀하는 거죠. TSMC 들어보셨나요?
◇채선아>대만 반도체 기업이요. 삼성전자보다 더 잘 나가는 회사잖아요.
◆조은정>맞아요. 그 TSMC 공장이 제1공장, 제2공장 일본에 지금 계속 들어서고 있거든요. 그걸 일본에서 지원을 해줘요. 지원이 얼마나 파격적이냐면 우리가 설비 투자 3분의 1, 그냥 돈 줄게. 대신에 일본에서 10년 이상 반도체 생산해줘, 이런 파격 조건. 그러면 자기네들한테 기술도 전수되고. KB증권에서 최근 '진격의 일본 반도체'라는 보고서를 낼 정도로 일본이 이렇게 처절하게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얼마 안 되는 몇십 몇백 억도 막 다 깎여 나갈 때 일본은 올해 31조를 더 투자한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지나>정부가 지금 글로벌 칩 전쟁 상황을 모르고 있는 건가요?
◆조은정>윤석열 대통령이 6월 28일날 발언을 하나 했거든요. "나눠먹기식 R&D 예산은 원점에서, 제로 베이스로 검토를 하라"고 해서 감사원 감사가 바로 들어갑니다, 이후 몇 개월 만에 R&D 예산이 한꺼번에 조정이 된 거예요. 세세하게 들여다 볼 그런 시간들 없이 사업들이 일괄적으로 예산이 깎였습니다.
◇채선아>한국경제가 반도체에 엄청 기대고 있어서, 오늘도 사실 조금 좋은 뉴스처럼 보이는 수출 호조다 이런 기사가 있었거든요. 이런 것들도 거의 반도체 상황에 기대던데요.
◆조은정>반도체가 청신호면 경제가 청신호, 반도체가 또 하락이면 아까 나라 살림이 잘 안 되는 정도거든요. 우리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하락을 하고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의 두 가지 큰 요인이 인구와 생산성이거든요. 근데 인구는 이미 지금 너무 절망적인 상황이잖아요. 생산성을 끌어올려서 시스템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빨리 차지를 해야 되는데 지금 좀 우려가 많이 되는 상황입니다.
◇채선아>오늘 조은정 기자와 얘기 나눠봤고요 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다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조은정 기자, 윤지나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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