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10월엔 안정된다 했는데"···꺾이지 않는 소비자 물가
3.8%로 7개월만에 최고치
이상기후로 농산물값 오르고
국제유가 불안 요인도 지속돼
"올해 중 2%대 복귀 어렵다"
“소비자 물가는 계절적 요인이 완화하는 10월부터 다시 안정화할 것.”(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달 5일)
“국내 물가는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상저온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하락 속도가 완만할 것.”(추 부총리, 이달 2일)
10월에 물가가 꺾일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근원물가는 추세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석유류와 농산물같이 시세 변동성이 높은 품목들이 안정세를 찾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올해 안에 2%대 물가 상승률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8% 올랐습니다. 올 3월(4.8%)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입니다.
지난 8~9월 당시만 하더라도, 정부는 “10월에 들어서면 물가가 안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상품 수요가 많은 추석만 지난다면 향후 물가가 하향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2.3%로 저점을 찍었다가 8월 3.4%로 반등한 후 세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석유류는 전년 대비 하락률이 9월(-4.9%)보다 축소된 –1.3%를 나타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뒤에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됩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7.3%나 올라 9월(3.7%)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이는 농산물 물가 상승률이 7.2%에서 13.5%로 큰 폭으로 뛰며 2021년 5월(14.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기 때문입니다. 신선 과실의 경우 26.2%나 올라 2011년 1월(31.9%) 이후 약 1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상 저온 현상으로 출하가 지연되면서 10월 이례적으로 높은 물가 수준을 보였다는 설명입니다. 보통 농산물은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올수록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이상 기후가 수확에 영향을 주면서 예년 대비 가격 안정화 추세가 더뎠다는 뜻입니다.
의류·신발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8.1% 올라 1992년 5월(8.3%) 이후 31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서민의 의식주 전반에서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의류 품목 가격이 하락했던 부분이 반영된 가운데 원재료 물가 상승 등으로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먹고 입는 분야에서 물가 압력이 뚜렷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린 3.2%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1월 4.3%로 정점을 찍은 후 기조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한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대비 3.8%로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면서도 “핵심 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기준) 상승률은 전년대비 3.2%로 8개월 연속 하락세 유지했으며 관리물가의 소비자물가 상승 기여도도 0.78%포인트로 9월 1.07%포인트 대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안에 물가상승률이 2%대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연말에는 3% 초중반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물가는 계속 내림세를 나타내는 한편 이스라엘·하마스 간 갈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한국은행도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 변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최근 유가나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도 8월 전망 경로를 웃돌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한은은 앞서 8월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을 각각 3.4%, 2.4%로 예상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이달에 이어 앞으로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에 더해 최근 높아진 농산물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추가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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