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초비상' 결국 페디 없이 5차전 유력… 'PS 무적' 신민혁이 5차전 출격, kt는 벤자민이 벼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 중 하나인 존 모로시는 3일(한국시간) 올해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아시아 리그의 스타들을 선정했다. 올해 FA 시장에서 유독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들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KBO리그에서는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이정후(25‧키움), 그리고 올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 투수로 손꼽히며 리그를 평정한 에릭 페디(30‧NC)가 뽑혔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야 이미 예정된 일이었지만,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페디가 이런 대접을 받을 것이라 점치기는 쉽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평가가 끝난 선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4년 워싱턴의 1라운드(전체 18순위)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페디는 팀이 애지중지하는 유망주 중 하나였다. 마이너리그 단계를 차분하고, 또 순탄하게 거쳤다. 2017년에는 메이저리그 데뷔에도 성공했다. 구단이 꾸준히 육성하는 선발 자원이었고 다소 길었던 적응기를 거쳐 2021년에는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페디는 2021년 빅리그 29경기(선발 27경기)에서 7승9패 평균자책점 5.47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뻗어나가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2022년 27경기에서 127이닝을 던졌으나 6승13패 평균자책점 5.81에 머물렀다. 발전이 없었다. 2022년 연봉 215만 달러를 받은 페디는 그렇게 논텐더, 쉽게 말해 방출됐다. 워싱턴은 그 이상 연봉을 줄 생각이 없었다. 한계가 보였던 선수였다.
그런 페디는 오프시즌 NC와 계약하며 KBO리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래도 2년간 빅리그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선수였다. 100만 달러에 한국에 올 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했는데 NC의 틈새 공략이 기가 막혔다. 페디는 사설 훈련 시설이 많은 애리조나로 이사해 겨울 동안 땀을 흘린 끝에 올해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리그 MVP가 유력한 성적으로 팬들의 사랑을, 그리고 리그 선수들 전체의 존경을 동시에 받았다.
페디는 시즌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소화하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로는 첫 트리플 크라운의 영광까지 안았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구위였다. 최고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데, 그 공이 똑바로 오는 게 없었다. 투심의 움직임은 맹렬했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스위퍼까지 던지면서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다만 이번 포스트시즌 행보가 매끄럽지 않다. 시즌 최종전부터 불행의 씨앗이 뿌려졌다. 팀이 3위 싸움에 한창이던 10월 16일 KIA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었다. 그런데 6회 2사 후 고종욱의 타구에 오른쪽 팔꿈치 부위를 맞았다. 페디가 얼어버렸을 정도의 강한 충격이었다. 곧바로 강판됐고, 1점대 평균자책점 도전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허무하게 끝이 났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이 여파가 두고두고 페디와 NC를 괴롭히고 있다.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휴식일상 원래 나서기 어려웠다. 그러나 휴식일이 충분했던 SSG와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도 모두 나가지 못했다.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 팀 동료들이 힘을 내 준플레이오프를 3전 전승으로 끝내고 플레이오프에 오른 게 다행이었다.
페디는 10월 3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해 진면모를 선보였다. 6이닝 동안 1실점으로 잘 막았고, 무려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kt 타선을 꽁꽁 묶었다. 올해 리그 MVP가 될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는 역투였다. 최고 154㎞의 빠른 공에 평소보다 구사 비율을 더 가져간 스위퍼가 춤을 췄다. 우타자 바깥쪽을 찌르는 제구도 명품이었다. 부상 여파에서 상당 부분 탈출한 것으로 보여 NC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반대로 kt, 그리고 잠재적인 한국시리즈 파트너인 LG로서는 악몽이었다.
그런데 1‧2차전을 모두 이긴 NC가 3‧4차전에서 모두 지며 시리즈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NC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휴식일과 로테이션상 페디의 5차전 출격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페디가 이 중요한 한 판을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3일부터 이상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3일 4차전 이후 강인권 NC 감독은 선발 예고를 하지 않았다. “페디의 몸 상태를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팔꿈치 타박상 여파가 있는 페디는 1차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그런데 부상 여파가 있었기에 닷새의 휴식에도 100%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웬만하면 선발로 나왔을 테지만, 컨디션 문제가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불펜에서 출격할 수도 있갰지만 그 정도 몸 상태가 된다면 차라리 선발로 먼저 나와 3~4이닝을 잡아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어쨌든 6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페디의 모습을 5차전에서 보기는 어려워졌다.
페디가 빠진 가운데 NC는 우완 신민혁(24)이 5차전 선발 중책을 맡았다. 페디에 비해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포스트시즌 성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신민혁은 올해 ‘빅게임 피처’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내비치고 있다. SS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⅔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스타트를 잘 끊은 것에 이어, kt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6⅓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2경기 12이닝에서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성적은 페디 못지않다.
2차전에서 신민혁의 투구에 꽁꽁 묶였던 kt는 3일 4차전에서 홈런 세 방을 포함해 14안타 11득점을 거둔 타선의 반등에 기대를 건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선발은 예상대로 웨스 벤자민이다. 벤자민은 10월 31일 플레이오프 2차전 당시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82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투구였던 가운데 타구에 허벅지 부위를 맞아 100구를 채우지는 못했다. 신민혁과 리턴 매치로 설욕을 노린다.
페디는 올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컴백이 유력한 상황이다. 모로시 또한 페디를 하위 선발 로테이션의 일원으로 간주하는 팀들이 있음을 시사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달라붙으면 NC는 돈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설사 같은 돈이라도 페디는 미국을 선호할 것이다. 만약 NC가 5일 5차전에서 진다면, KBO리그에서 페디의 등판은 지난 플레이오프 1차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페디와 NC는 5차전에서 이기고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기회를 얻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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