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리스크 지뢰밭, 컨트롤타워로는 '한계'
격랑에 빠진 카카오가 그룹 내 컨트롤타워 강화에 나섰지만 최근 연달아 터진 위기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특유의 자율경영 체제로 그룹을 빠르게 성장시켰으나 계속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한계에 부딪혔다. 카카오가 다시 선제적 리스크관리 체계를 세웠지만 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자율경영 체제 자체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게 아니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 등 근본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9월말 CA(공동체 얼라인먼트) 협의체를 개편했다. 2021년 김범수 당시 이사회 의장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뒤 CAC(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를 설치했던 것을 회사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개편한 것이다.
CA 협의체는 카카오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컨센서스를 이루고 고민하는 조직이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가 사업관리 부문을,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이 경영지원 부문을,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이 위기관리 부문을, 현재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CIO(투자총괄대표)가 투자 부문을 각각 총괄하기로 했다.
CA 협의체 개편은 그동안 계열사 내부에서 준법감시기구나 컴플라이언스를 각자 운영해온 카카오가 컨트롤타워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동안 자율경영 체제 안에서 계열사별 이슈를 각개전투로 풀어내는 게 힘들어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계열사들이 하나의 기준을 따르는 게 아니라 각자도생하며 카카오 본사의 통제도 제대로 받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이처럼 카카오가 그룹 컨트롤타워를 강화해 나가자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성장할 수 있었던 자율경영 체제를 쉽게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 대기업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마다 나오던 쇄신안 중 하나가 계열사별 독립경영 강화 또는 상장을 통해 그룹 오너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던 만큼 자율경영 체제가 갖는 장점도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과거 재벌집단의 경우 오너의 컨트롤이 너무 강했기에 쇄신안으로 자율경영 강화를 외쳤다"며 "이는 오너의 영향력을 희석해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돌아봤다. 유 교수는 반면 "카카오는 자율경영 체제로 좋은 점이 있었다"며 "그룹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안이 반드시 컨트롤타워를 확대·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만한 일을 하지 말자는 가이드라인이 분명해야 하고 임직원 모두가 합의해야 한다"며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스톡옵션 행사 등을 하지 말자는 등 강령을 세워놓고 못 지키면 물러나는 식으로 해야 한다. 카카오는 지금껏 실적만 내면 된다며 문제가 있어도 슬그머니 넘어갔던 게 문제였다"고 했다.
한편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한계를 느낀 카카오는 외부 감시기구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카카오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준법과 신뢰 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위원회는 카카오와 독립된 외부 조직으로 운영 규정에 따라 카카오 관계사의 주요 위험 요인 선정 및 그에 대한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단계에서부터 관여한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 카카오가 사회적으로 지적받았던 여러 문제들에 대한 관리 감독과 능동적 조사 권한을 갖는다. 위원회는 개별 관계사의 준법감시 및 내부통제 체계를 일신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 추가 외부 인사 영입 등 조직을 갖춰 연내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지금 카카오는 기존 경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빠르게 점검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부터 준법과 신뢰 위원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계열사들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선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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