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신화'였던 김범수, 고난의 길로… "기반없는 급속성장 허점 전형"

김승한 기자 2023. 11. 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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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기의 카카오, 환골탈태의 시점]-②유니텔·한게임·NHN의 아버지 김범수
[편집자주] 국내 대표 IT기업 카카오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부터 카카오택시의 독과점 논란까지 연일 정부와 수사당국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10여년 동안 급격히 외연을 넓혀온 이면에는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과 윤리 등 기초체력을 충분히 기르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카카오가 역경을 딛고 다시금 사랑 받는 국민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머니S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롤모델이자 '흙수저 신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사태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역대급 위기에 직면했다. 사실상 사면초가다. 단기간에 회사를 폭풍 성장시켜 그룹을 국내 재계 순위 15위까지 끌어올렸지만, 빨랐던 만큼 그 이면에는 후유증과 상처투성이다.
김범수, 경영일선 떠났지만...영향력은 여전
4일 업계에 따르면 김 센터장은 지난해 3월 카카오 의장 자리를 내려놓고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자리만 유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카카오의 미래 성장, 글로벌 사업에 몰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카카오 공동체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조직이다.

수사당국의 해석은 달랐다. 김 센터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카카오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에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사태와 관련된 법리적 책임 소재를 김 센터장에게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도 그룹 중대 결정에 있어 김 센터장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이에 따라 주요 경영진에 이어 김 센터장까지 구속되면 카카오의 신사업 및 해외진출은 당분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김 센터장이 처벌받는 것은 물론 금융업 등 계열사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 1·2인자들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며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이 우려된다"며 "사실상 주요 투자나 신사업 결정은 최고결정권자인 이들에 의해 이뤄지다 보니 공백이 장기화하면 카카오 투자시계는 당분간 멈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찬란한 1세대 레전드...빠른 성장 만큼 후유증도 커
김 센터장의 과거는 그 누구보다 화려했다. 삼성SDS에서 유니텔을 만든 그는 삼성을 떠나 1998년 한게임을 설립한 뒤 이해진의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만들었다. 이후 NHN을 떠났던 김 센터장은 2010년 카카오톡을 세상에 선보이며 '연쇄 창업가'의 대표주자가 됐다.

이후 성장속도는 눈부셨다. 카카오톡 기반으로 성장 틀을 갖춘 카카오는 2014년 '다음' 합병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계열사를 늘려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63개였던 카카오 계열사는 올해 8월 기준 174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기업 중 SK그룹(198개)에 이어 두 번째로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재계 순위도 쭉쭉 상승해 올해 기준 15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역시 2021년 6월 기준 75조원까지 오르며 그야말로 '카카오 제국'이 완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빠른 성장이 오히려 독이 됐다. 기반이 약했던 만큼 성장과정에서 여기저기 허점이 드러났다. 툭하면 불거지는 임직원 리스크,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문어발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매년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맞아야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그간 카카오의 끊이지 않는 논란은 단단한 지반 없이 빠르게 성장한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 전형적인 예"라며 "카카오가 준비 중인 쇄신안에는 계열사 정리와 도덕적 해이 등을 해결할 문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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