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식민지배 사과 안 했지만… 나름 호평 받은 찰스 3세 케냐 방문

김태훈 2023. 11. 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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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1963년까지 이어진 영국의 케냐 식민통치에 대해 '사과'를 하진 않았지만, 나름 진정성 있는 언행으로 호평을 받았다.

2022년 즉위 후 찰스 3세가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를 찾은 것은 케냐가 처음이다.

물론 찰스 3세가 과거 영국에 협력했던 케냐인들만 챙긴 것은 아니다.

앞서 초미의 관심사는 찰스 3세가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에 대해 케냐에 사과할 것인지 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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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독립운동 탄압에 "깊은 유감" 표시만
영국군에 살해된 저항군 후손들과도 만나
CNN "경청의 힘 돋보여… 모친보다 낫다"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1963년까지 이어진 영국의 케냐 식민통치에 대해 ‘사과’를 하진 않았지만, 나름 진정성 있는 언행으로 호평을 받았다. 2022년 즉위 후 찰스 3세가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를 찾은 것은 케냐가 처음이다. 마침 올해는 케냐의 독립 60주년에 해당한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오른쪽)이 지난 1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샘웰 은티가이 음부리아에게 훈장을 전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지난 10월31일부터 이날까지 4일 일정으로 케냐를 국빈 방문했다. 이 기간 가장 눈길을 끈 일정은 참전 노병과의 만남이었다. 올해 100세가 훨씬 넘은 케냐 노병 샘웰 은티가이 음부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소속으로 이집트, 미얀마 등 전선에서 추축국과 싸웠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시절에도 현역으로 복무했다. 2022년 9월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는 찰스 3세의 어머니다.

찰스 3세가 이 노병을 만난 것은 참전용사를 기리는 훈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음부리아는 1940년대에 이미 수많은 훈장을 받았지만 1950년대 들어 이들을 전부 버렸다고 한다. 당시 케냐는 영국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른바 ‘마우마우’(Mau Mau) 독립운동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문제는 마우마우 저항군이 과거 영국 정부나 군대에 협력했던 케냐인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음부리아는 마우마우 저항군한테 해코지를 당하지 않으려고 영국에서 받은 훈장을 모두 없앴다.

이번 케냐 방문을 계기로 찰스 3세는 음부리아에게 번쩍번쩍 빛나는 새 훈장을 전달했다. 음부리아는 크게 기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CNN은 소개했다.

물론 찰스 3세가 과거 영국에 협력했던 케냐인들만 챙긴 것은 아니다. 그는 마우마우 저항군으로 활동하다가 영국 군대와 경찰의 모진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후손과도 만났다. 찰스 3세와의 간담회 참석자 중에는 에블린 키마티라는 여성도 있었다. 그의 아버지 데단 키마티는 1950년대에 마우마우 저항군을 이끌고 싸우다가 영국군에 붙잡혀 처형당했다. 에블린은 찰스 3세에게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조차 없는 아버지 시신을 찾을 수 있도록 영국 정부가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케냐를 국빈으로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난 10월31일(현지시간) 열린 국빈 만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찰스 3세는 과거 케냐의 독립운동을 영국이 탄압한 것에 ‘유감’을 표명했으나 식민통치 자체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에서 실권은 리시 수낵 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있고 찰스 3세 등 왕실은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에블린의 요구에 찰스 3세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알려지지 많았다. 다만 CNN은 “입헌군주제 국가의 국왕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찰스 3세는 에블린 같은 사람들의 얘기를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앞서 초미의 관심사는 찰스 3세가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에 대해 케냐에 사과할 것인지 여부였다. 찰스 3세는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주최한 국빈 만찬에서 독립운동 무력 진압 등 영국의 폭력 행사에 대해 “가장 깊은 유감”(deepest regret)을 표시했다. 다만 식민통치 자체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에 루토 대통령은 “훌륭한 첫걸음”(good first step)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CNN은 옛 식민지 국가를 대하는 찰스 3세의 자세는 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찰스 3세의 외국 방문이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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