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급 몇십배 위기" 혹독한 겨울이 시작됐다
나홀로 호황인 미국은 고금리 긴축기조 당분간 유지할 듯
물가 올릴 이유 상당한 데도 이자 감당 안될 가계·기업 생각해 최대한 버틴 한은
가계부채 규모와 속도 키운 데는 정부의 '대출 우회로'도 한 몫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윤지나> 오늘은 '윈터 이즈 커밍'이라는 경고와 함께 고금리 시대를 단단하게 준비해야 된다, 이런 얘기를 드리러 왔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좀 정리해 보고요. 향후 몇 년간 계속 겨울이다~라는 전망을 우울하지만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 채선아> 이 '윈터 이즈 커밍'이라는 게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나오는 얘기잖아요. 겨울이 되면 대재앙이 도래할 것이다, 이런 경고인데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이 그렇다, 는 거죠?
◆ 윤지나> 맞습니다. 최근 주요 국내외 기관들에서 한국 성장률 전망을 계속 낮췄다. 그리고 가계대출 늘어난다. 이런 얘기들은 저희 오뜨밀에서도 주기적으로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근데 오늘 시점에서 또 뭐가 달라졌길래 <뉴스 탐구생활>에 또 들고 왔느냐.
어제 당정대 고위협의회가 있었어요. 당, 정부, 대통령실 이렇게 셋이 같이 회의를 한 거죠. 여기서 정부가 대출 추가 규제를 하겠다, 가계부채 막겠다, 이런 내용들을 얘기하면서 현재 위기를 조금 더 공식화했기 때문에 제가 들고 왔습니다.
◆ 신혜림> 가계부채 심각하다 경고는 들어왔는데 안 그래도 심각했던 가계부채가 어떤 환경을 만나 더 심각한 문제가 됐다, 이렇게 봐야 될까요?
◆ 윤지나> 네 어떤 심각한 문제가 왔을까요? 부채가 심했는데 고금리 장기화 조건이 마련되면서 더 심각해졌다. 큰일 났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윈터 이즈 커밍, 도대체 이 윈터는 어디서 왔냐를 따져보면 미국이에요. 그러니까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가 이제는 이제 미국발 고금리가 장기화 가능성이다. 이런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보셨을 텐데 이게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여기셔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근데 미국이 고금리면 우리도 고금리입니다. 미국의 금리가 높으면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 같은 데 투자됐던 돈들이 금리 높은 미국으로 가야지 그러면서 달러화로 표시되는 자산으로 내가 바꾸는 게 이익이잖아요. 다 갈아탄단 말이에요.
◇ 채선아> 어차피 원화로 벌어봤자 달러로 또 환전을 해야 되는 거니까 그렇죠. 달러에 다 몰리면 달러 가치는 굉장히 높아지는데 반면에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거잖아요. 원화로 수입을 하려면 또 수입 물가가 높아지는 거고 그렇죠. 저는 그냥 순수하게 미국이 금리 올리는 걸 좀 멈춰줬으면 어떨까.
◆ 윤지나> 지금 말씀하신 것 중에 왜 미국 좀 그만 올려라. 최근 월스트리저널 얘기를 소개해 드리자면 약간 상통하는데, "한미 동맹이 강화됐지만 미국 고금리의 대표적인 희생양은 바로 한국" 이런 표현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면 왜 올리는 지를 볼게요. 최근 발표된 올해 3분기 미국 실질 총생산 GDP 성장률을 볼게요. 시장 예상치를 상위했습니다. 잘 나가는 거예요. 전분기 대비 1.2% 성장한 거고 이게 얼마나 성장한 거길래라고 물으신다면, 우리는 이 기간에 0.6% 성장했어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느낌이 오죠. 미국도 고물가라 물가를 잡는다고 우리처럼 계속 금리를 올려오긴 했거든요.
◇ 채선아> 그러니까 금리를 높이면 다른 데 이제 돈을 잘 못 쓸 테니까 수요 자체가 줄고 그럼 물가가 잡힐 거다, 라고 해서 계속 올려놓은 거예요. 그래서 비교를 해보면 미국 금리는 지금 우리보다 한 2%포인트 높단 말이에요. 우리가 지금 3.5%인데.
◆ 윤지나> 맞아요. 물가를 잡는다고 금리를 높이면 경기가 침체될 수가 있거든요. 왜냐하면 말씀하셨던 대로 돈을 묶는 거니까, 긴축하는 거니까 그럼 금리가 높으면 기업이 투자받기도 어렵고 돈 빌리기도 어렵고 그러니까 경기가 침체되는 건데요. 아까 보니까 성장률이 괜찮죠, 침체 안 됐죠. 그리고 제조업도 활기라서 제조업 고용 인구가 2008년 이후 미국 최고치라고 합니다. 경기에 문제 없다는 거예요.
그러면 물가 잡는 데만 집중해야겠네, 마음껏 금리를 올려도 되겠네 올려야겠네 이렇게 되는 거예요. 금리의 키를 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고금리 긴축 기조 유지라는 입장이 되게 완강해서 만약에 고금리를 이렇게 하다가 미국 경제가 좀 침체될 경우 어떻게 할 거냐 물으면 "좀 침체돼도 감수할게. 물가가 잡힐 때까지" 이렇게 나오고 있어요.
그러면 미국은 언제까지 고금리를 견딜 수 있을까, 언제까지 물가를 잡는 데 금리를 헌신할 수 있을까 싶죠. 우리 한국은행, 중앙은행이죠 보고서를 통해서 미국의 물가 목표 2% 도달 시점이 어딘가 그러니까 2%는 미국이 도달하고자 하는 물가 상승률이에요. 이 시점을 2026년으로 보았습니다. 멀었죠.
◆ 신혜림> 한참 남았어요.
◆ 신혜림> 그리고 우리는 미 금리를 따라갈 거고. 미국은 고금리여도 경제가 잘 나가서 버틸 수 있다, 여기까지 이해를 했어요.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윤지나> 버틸 수 없는 거니까 제가 이러고 있는 거겠죠. 이게 바로 다가올 윈터의 정체입니다. 우리는 미국만큼 버티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는 부채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고금리가 됐을 때 타격이 너무 큰 거예요.
◆ 신혜림> 윈터 이즈 커밍이라는 게 부채와 지금 금리의 만남인 것이군요.
◆ 윤지나> 우리같이 빚진 가계들, 이자 감당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 들잖아요. 투자받고 대출받아서 사업하는 기업들 돈 빌릴 수나 있을까? 당장 떠오르는 것은 역시 우리 지구 최고 규모의 가계 부채입니다.
◆ 신혜림> 주위에서 곡소리가 나는 중이거든요. 금리 상단이 지금 7% 돌파했다고 하잖아요. IMF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 가계부채 GDP 대비 108%, 스위스에 이어서 세계 2위입니다. 이거는 절대 수준인 거고 증가 속도도 봐야 되잖아요. 집계 26개국 중에 우리나라가 최근 5년간 증가 속도가 제일 빠릅니다.
◆ 윤지나> 10월 29일 기준 4대 은행 가계대출 금리 하단 한 달 제일 낮은 부분 한 달 새 0.09에서 0.46% 포인트 뛰었어요. 지금 대출 변동금리 보면요 4.57~7.13%, 주담대 혼합 현금이 4.36~ 6.76% 그러니까 6% 7% 대략 이자가 이렇다고 생각하면 돼요. 버티겠습니까? 못 버티는 거예요. 그래서 2030 취약 차주 그러니까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 그다음에 신용이 없고 소득이 없는 대출자들 많을 거 아니에요. 2030 중에는 이런 사람들의 빚 연체율이 세대 중에서도 가장 높아요.지난달에는 또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7년 3개월 만에 최대치였어요. 경매로 나온 아파트 경매를 왜 나왔을까요? 대출을 껴서 샀는데 이자 부담 때문에 못 갚으니까 경매에 넘어간 거예요. 대출금을 상환을 못한 영끌족이 속속 늘어나는 분위기가 반영됩니다.
◆ 신혜림> 더욱더 순수한 뇌를 가지고 중요한 질문을 해볼게요. 한국은행이 이렇게 못 버티는 사람들 많잖아요. 금리를 내려주면 어때요?
◆ 윤지나> 안 됩니다. 안 돼요. 오죽하면 당정대 회의까지 했겠냐고요, 추가 대출 규제 검토 한다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금리를 지금처럼 올리다 못해 아주 더 조이겠다는 거예요. 왜 그러냐, 지금 부채를 갚을 능력이 안 된 사람들 챙겨줄 여력이 없는 거예요. 미국 금리가 높다 높다, 제가 그랬잖아요. 그런데 이게 미국 금리 따라가는 걸 최대한 저항한 거예요. 한미 금리차 지금 너무 크죠, 부채 규모 커지는 거 제어해야죠, 물가 잡아야죠. 지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잖아요. 그런데도 최근에 계속 동결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나름대로 저항을 한 거예요. 우리나라 부채 규모가 너무 크니까 금리 올리면 다 죽을까 봐 올릴 이유가 큰 데도 6차례나 동결하고 못 올린 거였어요.
◇ 채선아> 이창용 총재가 그런 말을 했어요. 동결하면서도 아니야~더 올릴 수도 있고 긴축 기조를 한동안 계속 갈 거니까 조심해~돈 빌리지 마! 빚내서 하지 마! 이렇게 경고를 계속했어요.
◆ 윤지나> 맞아요. 그러니까 미국이 금리를 지금 우리랑 2%p 차이 나잖아요. 여기서 더 안 올려도 차이가 큰 거예요. 만약에 내린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큰 차이. 그래서 우리 정책 금리까지 내려가는 데는 시간이 한참 걸릴 거예요. 지금 미국은 내려와야 되고 우리는 올려야 맞춰지니까.
◆ 신혜림> 못 버티는 사람이 나가 떨어지는 걸 그냥 보고만 있어야 되나요. 정부가 가계대출을 규제한다고 하고 나섰는데 얼마 전까지는 대출 상품 내주겠다, 집 사라 뭐 이런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으면 한은이 경고해 왔듯이 정부도 경고를 세게 하고 그랬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윤지나> 그래서 사실 한국은행이 6번 금리 동결하는 하고 앞서는 금리를 올릴 동안 기자들에게 계속 질문에 시달렸어요. 정부랑 좀 메시지가 엇박자 아니에요? 이창용 총재는 그런데 거기다 대고 그렇습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애매하게 돌려서 말하긴 했는데 지금 지적해 주신 내용 때문에 그런 질문을 받은 거겠죠.
대표적으로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의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적용 제외,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을 해왔는데, 이런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대출을 쉽게 해줬어요. 그리고 전매 제한 같은 그런 부동산 규제도 완화했어요. 한은이 이제 올해만 아까 동결 6번 했지만 금리를 2% 올렸거든요. 그런데 금감원 같은 데서 은행에 금리 인하해! 왜냐하면 서민들 어려워! 그러면서 금리 인하해! 이렇게 나왔어요. 한은과 정부의 메시지가 반대인 상황이 계속 벌어져 왔던 거죠. 그러다가 정부가 어제 갑자기 가계부채 큰일입니다!라고 하니까 약간 지금 와서? 뜬금없네,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고요. 한은이 기준금리 쭉쭉 올리는데 정부가 이런 식으로 쉽게 대출 받을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1% 이상 금리를 낮춘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는 애널리스트가 있어요. 한은이 2% 올림 뭐해, 정부가 1% 낮춰줬는데. 이런 거죠.
◇ 채선아> 미국 고금리 때문에 우리 상황이 이렇다고 원망하기에는 우리 정부의 정책도 조금 안일했던 게 있는 것 같고, 이 와중에 중국 경기도 회복 안되고 있더라고요. 수출을 통한 경기 회복도 어려운 상황인 거고요. 우리 경제의 내년을 바라보는 경제학자가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내핍의 시대다" 내년은 이 궁핍한 상황을 인내하며 견뎌봅시다, 라는 멘트로 마무리하면서 여기에서 인사 나눌게요.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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