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본연의 맛 살려 코스의 기대감·풍미 채운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차분한 분위기
과하지 않은 배려가 담긴 파인다이닝
콩테 치즈 곁들인 주악 코스 기대 높여
세가지 주전부리 다양한 식감 선보여
아욱 모티브 전채요리 냉채 입맛 돋워
생선·소고기 등 2시간여 식사 큰 만족
10월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달이다. 매해 돌아오는 결혼기념일 때문이다. 파인다이닝을 운영하지만 정작 바쁜 스케줄 때문에 다른 파인다이닝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기에 매해 10월은 와이프와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이 계절은 파인다이닝에서도 길지 않은 가을 메뉴를 먹을 수 있어 여러모로 결혼기념일의 파인다이닝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신중하게 찾아보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만끽하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손 셰프의 ‘이타닉 가든’을 선택했다. 평소에도 눈여겨보던 곳이라 특별한 날에 방문하는 기분이 남달랐다. 서울 역삼동 조선 팰리스 호텔 36층에 있는 이타닉 가든은 2022년 리뉴얼 오픈 후, 섬세하고 아름답게 새로운 요리를 창조하며 한식 문화를 선도하는 손 셰프가 진두지휘하는 레스토랑이다.
햇밤으로 만든 미음은 여름을 이겨낸 밤의 부드럽고 고소하며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다. 콩테 치즈를 곁들인 따뜻한 주악은 익숙한 듯 오묘한 맛을 더한 치즈 풍미를 내며 앞으로 나올 코스의 기대감을 한껏 충족해 준다. 또 세 가지 색과 맛으로 표현된 주전부리는 각각의 다양한 식감과 맛 그리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디테일이 들어간 플레이팅으로 먹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김부각으로 접은 학은 이 메뉴를 내기 위한 손 셰프의 고뇌와 주방에서 이 학을 접고 있을 스태프들의 노력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생선, 김치, 소고기와 전복요리, 국수, 마지막 자개함의 디저트까지 약 2시간에 걸친 식사는 길다는 생각보다 엔딩을 보기 싫은 영화 같이 이 시간이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오늘 같은 기념일에 완벽한 파인다이닝의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콩나물 요리
콩나물은 정말 우리나라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자재 중 하나다. 싫어하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맛이 좋다. 콩나물은 콩을 그늘에서 발아시킨 것으로 시장을 돌다 보이는 검정 비닐 봉투에 덮어 놓은 콩나물을 300원어치, 500원어치씩 사던 어릴 적 기억들이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싶다. 콩나물을 요리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데친 콩나물을 건져낸 뒤 남은 물에 마늘, 고춧가루, 소금을 풀어 국으로 내고 데친 콩나물은 양념에 무쳐 반찬으로 내는 일석이조 요리로, 가성비가 아주 좋다. 또 라면을 끓일 때 소량의 콩나물만 넣어도 맛이 깊어지는 효과가 있어 냉장고 한쪽엔 항상 콩나물이 있는 집이 많다. 콩나물이 주인공인 대표적인 요리 중에 하나가 바로 콩나물국밥으로, 다진 오징어와 마늘, 콩나물을 넣어 깊고 시원한 맛을 낸다.
<재료>
계란 3개, 오징어 50g, 참기름 10㎖, 콩나물 50g, 소금 약간, 물 30㎖.
<만들기>
① 콩나물과 다진 오징어는 물에 데친 후 다진다. ② 콩나물 데친 물은 차갑게 식힌다. ③ 계란을 푼 후 콩나물 데친 물에 섞는다. ④ 다진 오징어와 콩나물을 계란물에 섞은 후 그릇에 담는다. ⑤ 그릇은 랩으로 감싼 후 중탕으로 천천히 찐다.
김동기 그리에 총괄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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