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본연의 맛 살려 코스의 기대감·풍미 채운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2023. 11. 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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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닉 가든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차분한 분위기
과하지 않은 배려가 담긴 파인다이닝
콩테 치즈 곁들인 주악 코스 기대 높여
세가지 주전부리 다양한 식감 선보여
아욱 모티브 전채요리 냉채 입맛 돋워
생선·소고기 등 2시간여 식사 큰 만족
이타닉 가든에서 보낸 시간은 마치 끝나지 않길 바라는 영화처럼 긴 여운이 남는 행복한 식사 시간이었다. 손종원 셰프의 새롭게 재구성된 한식은 요리를 먹는 이로서, 공부하는 이로서, 만드는 이로서도 너무나 크게 마음속 깊이 와닿았다.
이타닉 가든
◆손종원 셰프의 이타닉 가든

10월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달이다. 매해 돌아오는 결혼기념일 때문이다. 파인다이닝을 운영하지만 정작 바쁜 스케줄 때문에 다른 파인다이닝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기에 매해 10월은 와이프와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이 계절은 파인다이닝에서도 길지 않은 가을 메뉴를 먹을 수 있어 여러모로 결혼기념일의 파인다이닝은 특별하고 소중하다. 신중하게 찾아보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만끽하며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손 셰프의 ‘이타닉 가든’을 선택했다. 평소에도 눈여겨보던 곳이라 특별한 날에 방문하는 기분이 남달랐다. 서울 역삼동 조선 팰리스 호텔 36층에 있는 이타닉 가든은 2022년 리뉴얼 오픈 후, 섬세하고 아름답게 새로운 요리를 창조하며 한식 문화를 선도하는 손 셰프가 진두지휘하는 레스토랑이다.

금테를 두른 거울이 둘러싼 긴 통로 너머에서부터 환한 미소의 매니저가 마중 나와 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차분한 분위기의 가게 내부를 거쳐 청량하고 파란 가을 하늘이 정면으로 보이는 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비취빛 같은 옅은 민트색이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느끼도록 해 준다. 자리에 앉아 레스토랑 소개를 듣고 나자 햇밤으로 만든 미음이 나온다. 그릇에서 올라오는 풍미를 만끽하며 스푼을 잡아 본다. 따뜻하게 데워진 스푼에서 손님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배려심의 깊이를 느껴 놀라게 된다. 또 재료 자체만의 단맛으로 품격을 올려 두 번 놀라게 된다. 그 후로도 경이로운 음식의 표현과 위트 있고 전문적인 소믈리에의 페어링 설명, 서버들의 과하지 않은 친절과 배려 덕분에 식사 내내 불편함을 느낄 틈 없이 오롯이 그 시간을 즐길 수가 있었다.
주전부리
◆이타닉 가든의 가을

햇밤으로 만든 미음은 여름을 이겨낸 밤의 부드럽고 고소하며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다. 콩테 치즈를 곁들인 따뜻한 주악은 익숙한 듯 오묘한 맛을 더한 치즈 풍미를 내며 앞으로 나올 코스의 기대감을 한껏 충족해 준다. 또 세 가지 색과 맛으로 표현된 주전부리는 각각의 다양한 식감과 맛 그리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디테일이 들어간 플레이팅으로 먹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김부각으로 접은 학은 이 메뉴를 내기 위한 손 셰프의 고뇌와 주방에서 이 학을 접고 있을 스태프들의 노력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다음으로 냉채가 나온다. 한식을 코스로 풀었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이 차가운 요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 상 차림에서는 ‘찬’ 또는 ‘안주’의 위치에 있을 요리들이 긴 코스로 표현 될 때에는 주역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맛의 강약과 담음새, 양까지 신경 써야 하는지라, 자칫 잘못하면 하나의 요리라기보단 구성을 맞추기 위해 그저 끼워 넣은 느낌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타닉 가든의 아욱을 모티브로 한 냉채는 훌륭한 전채요리이자 하나의 주역이다. 먹는 이의 입맛을 돋구어 주며 식감과 색감, 맛과 풍미까지 어느 하나 놓치는 것이 없어 냉채 한 그릇에서 경건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캐비어를 올린 콩나물 계란찜
다음으로 콩나물이 주인공인 요리가 나왔다. 영롱한 빛깔의 캐비어가 듬뿍 들어간 계란찜의 익숙한 콩나물 감칠맛이 입안에 맴돌고 또 그 위에 올린 마블을 넣은 테린은 이 하나의 요리에서 다양한 식감과 풍미를 더한다. 함께 서브된 와인과 너무나도 잘 어울려 작은 소리로 환호를 지를 정도로 완벽한 구성이었다. 이 콩나물 요리가 이타닉 가든 오픈 이래 시그니처 메뉴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를 여실히 알 수 있는 시간이다.

생선, 김치, 소고기와 전복요리, 국수, 마지막 자개함의 디저트까지 약 2시간에 걸친 식사는 길다는 생각보다 엔딩을 보기 싫은 영화 같이 이 시간이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오늘 같은 기념일에 완벽한 파인다이닝의 본보기가 아닐까 싶다.

◆콩나물 요리

콩나물은 정말 우리나라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자재 중 하나다. 싫어하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고 맛이 좋다. 콩나물은 콩을 그늘에서 발아시킨 것으로 시장을 돌다 보이는 검정 비닐 봉투에 덮어 놓은 콩나물을 300원어치, 500원어치씩 사던 어릴 적 기억들이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싶다. 콩나물을 요리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데친 콩나물을 건져낸 뒤 남은 물에 마늘, 고춧가루, 소금을 풀어 국으로 내고 데친 콩나물은 양념에 무쳐 반찬으로 내는 일석이조 요리로, 가성비가 아주 좋다. 또 라면을 끓일 때 소량의 콩나물만 넣어도 맛이 깊어지는 효과가 있어 냉장고 한쪽엔 항상 콩나물이 있는 집이 많다. 콩나물이 주인공인 대표적인 요리 중에 하나가 바로 콩나물국밥으로, 다진 오징어와 마늘, 콩나물을 넣어 깊고 시원한 맛을 낸다.

오징어 콩나물 계란찜
오징어를 넣은 콩나물 계란찜 만들기

<재료>

계란 3개, 오징어 50g, 참기름 10㎖, 콩나물 50g, 소금 약간, 물 30㎖.

<만들기>

① 콩나물과 다진 오징어는 물에 데친 후 다진다. ② 콩나물 데친 물은 차갑게 식힌다. ③ 계란을 푼 후 콩나물 데친 물에 섞는다. ④ 다진 오징어와 콩나물을 계란물에 섞은 후 그릇에 담는다. ⑤ 그릇은 랩으로 감싼 후 중탕으로 천천히 찐다.

김동기 그리에 총괄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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