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젠지전능', 단 하나의 가능성에 꺾이다
(MHN스포츠 이솔 기자) 그 강력했던 타노스도 닥터 스트레인지가 본 1400만번의 미래 중 하나에 당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던 젠지 또한 '단 하나의 가능성'에 무너졌다.
지난 3일 오후 5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8강 2경기에서는 LCK 1시드 젠지 이스포츠(젠지)가 LPL 2시드, 비리비리 게이밍(BLG)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무릎꿇었다.
놀랍게도 이날 BLG는 1-2세트를 앞서가며 젠지를 코너로 몰았고, 3-4세트에서 역습을 허용했으나 마지막 5세트를 가져오며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BLG가 승리할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젠지의 습격본능을 이용한 빨아들이기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BLG는 '레나타-밀리오' 등의 지원형 서포터를, 그리고 상대 젠지에게는 '돌격형 챔피언'을 쥐어줄 것이 필요했다.
1세트에서는 이 노림수가 완벽하게 적중했다. 잭스-렐-아지르라는 돌격형 챔피언들을 젠지가 가져간 반면, BLG는 받아치기 용이한 오리아나-칼리스타-레나타 등의 챔피언으로 핵심 딜러진을 구성했다.
경기는 오래지 않아 그림대로 흘러갔다. 경기시간 15분 2차전령 교전에서 도란(잭스)과 피넛(렐)이 BLG의 진영 한가운데로 빨려들어왔고, 여기에 궁극기들을 덮은 BLG는 교전 대승을, 그리고 전령-용을 차례대로 처리하며 팽팽하던 승부를 기울게 했다.
2세트에서도 다를 것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럼블-자르반-오리아나라는, 지공전의 최강자들로 전장을 구성했으며, 더욱이 빨아들이기에 용이한 자야-레나타로 바텀을 구성했다.
경기에서는 3분경 바텀라인 갱킹에서 피넛을 빨아들이며 2-3 수적 열세 교전에서 더블킬을 만들어낸 온이 승전보를 울렸다. 이어 5분 용 시도, 9분경 탑 역갱킹 더블킬에서 모두 먼저 자리를 잡고 상대를 빨아들이며 승리를 이어갔다. 이미 라인전에서부터 현격해진 격차는 18분 전령 교전, 19분 바론 앞 교전 대승으로 이어졌다.
3세트에서는 다소 오만한 밴픽이 있었다. 마지막 5번째 밴에서 카이사 대신 드레이븐이라는,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밴카드를 활용하며 케이틀린을 가져간 것을 응징당했다. 빨아들이기보다는 타워 및 오브젝트 대치 상황에서 유리한 픽으로, 초반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면 상대의 적극적인 돌격에 무력한 픽 중 하나였다.
4세트에서는 플레이에서 문제가 있었다. 상대 렐(딜라이트)의 바로 앞에서 미니언을 처치하거나(23분), 바이(피넛)이 금고 부수기(Q)를 차징 중인 상황에서도 미니언 처치에만 집중하는 등(34분) 다소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원거리에서 니코의 이니시에이팅을 도와야 할 애쉬가 '미끼'로 활용된 셈이다.
그러나 5세트에서는 다시 밴픽과 플레이를 수정했다. 특히 바텀에서는 세나-탐켄치라는 성장력 높은, 그리고 상대를 빨아들이기 썩 괜찮은 챔피언을 활용하며 쵸비의 결정적인 실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결정타는 22분이었다. 마찬가지로 바론을 치며 상대를 '빨아들인' BLG. 특히 이 과정에서 엘크(세나)와 야가오(오리아나)가 정반대 방향으로 흩어지며 상대의 쏟아지는 딜 집중을 피해간 점은 BLG가 집중력을 되찾았음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일방적으로 2킬을 따낸 BLG는 바로 다음 교전인 23분 미드 아랫부쉬 교전에서도 빨려들어온 도란-쵸비를 쓰러트리며 교전에서 승리, 경기를 그대로 굳혔다.
결국 결정적인 승부처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해낸 BLG. 어쩌면 1400만번의 미래 중 한 번이었을지도 모르는 이번 기회를 잡아내며 구단 역사상 첫 롤드컵 토너먼트 승리라는, 위업을 이뤄냈다.
이미 결승전 한 자리를 차지한 LPL. 그리고 멈추지 않는 BLG의 열차는 이제는 4강, 그리고 결승전을 목표로 출발한다.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