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도 내 존재를…" 도쿄돔에 뜨는 KBO 홈런왕, 노시환 이름 알릴 기회가 왔다
[OSEN=이상학 기자] KBO리그 홈런왕이 도쿄돔에 뜬다. 노시환(23·한화)이라는 이름을 일본에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미 일본 도쿄에서 노시환의 이름이 한 번 나왔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이 지난달 24일 도쿄에서 열린 APBC 참가 4개국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4번타자는 노시환”이라고 선언했다.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노시환을 6경기 중 4경기에서 4번타자로 쓴 류중일 감독은 “4번타자라면 중요할 때 역할을 잘해줘야 한다. 노시환은 찬스에서 큰 것 한 방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올해 홈런왕을 했고, 장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노시환이 그런 활약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시환은 올해 131경기 타율 2할9푼8리(514타수 153안타) 31홈런 101타점 74볼넷 118삼진 출루율 .388 장타율 .541 OPS .929로 활약했다. 리그 유일 30홈런 타자로 홈런과 타점 2개 타이틀을 가져갔다. 장타율과 OPS 2위에 오르는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잠재력이 폭발했다.
첫 성인 국가대표팀이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6경기 타율 4할3푼8리(16타수 7안타) 6타점 8볼넷 OPS 1.140으로 활약했다. 홈런은 없었지만 2루타 2개, 희생플라이 2개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특히 결승 진출의 발판이 된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6회 선제 희생플라이에 이어 8회 쐐기 적시타로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며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지난달 16일 정규시즌 종료 후 휴식을 갖고 대전에서 개인 운동을 하며 5일 대표팀 소집을 준비 중인 노시환은 “아시안게임에서 목표였던 금메달을 목에 걸고 왔다. 선수들끼리 단합해 잘돼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 주장 (김)혜성이형의 리더십이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아마 APBC에서도 혜성이형이 주장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아시안게임 멤버들이 대부분 가기 때문에 금메달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듬직한 선수들이 많다. 서로 의지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24세 이하 또는 입단 2년차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은 선수 26명 중 17명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들이다. 류중일 감독 체제에서 세대 교체 기조를 쭉 이어가는데 그 중심에 4번 노시환이 있다. 류중일 감독의 기대에 노시환은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잘하겠다. 앞으로도 계속 국가대표 4번타자로 불리기 위해선 증명을 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APBC는 전 경기가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열린다. 도쿄돔은 홈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 100m, 중앙 122m로 길지만 좌우중간이 110m로 짧고, 내외부 기압 차이로 지붕을 부양하는 방식이라 구장 내 상승 기류가 있다. 이로 인해 타구가 잘 뻗는 특성이 있어 홈런 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노시환의 방망이에 더욱 기대가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 투수들이 만만치 않다.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한 일본 사회인(실업야구) 대표 선수들도 쉽지 않았지만 일본프로야구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APBC는 한 단계 더 높은 레벨의 대회다. 여기서 노시환이 KBO 홈런왕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면 일본 포함 다른 나라에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면서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다.
2017년 첫 APBC 대회에서 4번타자로 나선 김하성(샌디에이고)이 예선 일본전에서 그해 15승 투수 야부타 가즈키에게 4회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정후(키움)도 당시 예선 대만전에서 6회 상대 에이스 천관위에게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결승 3루타로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어 일본 언론에 모처럼 아버지 이종범(LG 코치)의 이름을 소환하기도 했다.
지금 김하성은 메이저리거로 승승장구하고 있고, 이정후도 내년 빅리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 빅리거를 꿈꾸는 노시환이 이번 APBC는 자신의 가치와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노시환은 “일본, 호주, 대만 등 강팀들 상대로 내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을 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각인될 수 있을 만큼 기억에 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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