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실책→호수비→실책 '천당과 지옥이 따로 없네'... 솔직한 심경 밝혔다
[마이데일리 = 창원 심혜진 기자] KT위즈 황재균(36)이 플레이오프를 4경기 치르는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KT는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즈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2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KT는 2연패 뒤 2연승을 내달리며 시리즈를 5차전 끝장 승부를 끌고 갔다.
2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한 황재균은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활약했지만 경기 초반부터 아슬아슬하긴 했다.
황재균은 1회말 첫 타자 손아섭의 쉬운 땅볼 타구를 놓쳤다. 보통 실책이 나오면 실점으로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나머지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황재균은 실책한 후 쿠에바스에게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시했다.
실책은 공격력으로 만회했다. 팀이 3-0으로 앞선 2회초 1사 1, 3루 기회에서 NC 두 번째 투수 이재학을 상대로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달아나는 점수를 안겼다.
이어 6-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세 번째 타석에서는 장타를 뽑아냈다. 이재학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솔로홈런을 쏘아올렸다. 비거리 125m였다. 이번 가을야구 첫 홈런이다. 조금이나사 수비에서의 아쉬움이 해소된 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황재균은 이번 시리즈를 시작하면서부터 불안함을 노출했다.
1차전을 보자. 황재균은 0-2로 뒤진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박민우의 평범한 내야 뜬공을 놓쳐 위기를 자초했다. 실책으로 분위기가 NC 쪽으로 넘어갔고, 이날 선발 투수 쿠에바스는 대량실점을 허용해 5-9로 패했다. 타석에서도 4타수 무안타 2삼진을 당하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다음날 열린 2차전에서도 황재균은 다시 실책을 저질렀다.0-3으로 끌려가던 5회 이번에도 박민우의 땅볼 타구를 놓쳤다. KT는 불안한 수비 속에 2차전 마저 2-3으로 내주면서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황재균이 신경도 안 쓰더라. 미안한 마음도 없는 것 같더라"라는 농담을 하며 믿음을 보냈지만 황재균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황재균은 "1차전 실책은 바로 기억 속에 지웠는데 오늘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또 실책을 범했다"고 자책한 뒤 "오늘 같은 실책은 하면 안 되는 플레이였다. 쿠에바스가 잘 막아줘 실수를 잊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박경수에 따르면 황재균은 3차전을 앞두고 선수단을 모아 메시지를 남겼다.
박경수는 "(2연패 뒤) 주장으로서 미팅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황)재균이가 경기 전 '우리는 또 할 수 있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2패를 했는데 뭐가 더 두려운가'라며 선수단을 모아 말을 했다. 고참급 선수가 그런 말을 해줘서 주장으로서 정말 고마웠다"라고 얘기했다.
보통 선수들 앞에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황재균이었지만 이례적으로 한 마디를 한 것이다.
황재균은 "올 시즌에 꼴찌에서 2위까지 잘해온 것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쫓기지 말고, 편하게 즐기면서 하자고 했는데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분위기를 바꿔야 하기도 했고 내 진심도 있었다. 우리는 좋은 팀이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마음고생은 조금이나마 턴 것 같다. 황재균은 "그동안 타격감은 괜찮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답답했다"면서 "이제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다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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