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EPL경기 무단중계하면서…펄펄나는 손흥민·황희찬은 ‘외면’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11. 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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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VOA“北, 1년 반 동안 EPL 130회 무단 방영”
중계권 구매·지원없이 유럽리그경기 방송 물의
북한 조선중앙TV가 영국 프로축구 경기를 녹화방영중인 장면. [조선중앙TV 캡쳐]
북한이 최근 1년 반 동안 영국 프로축구(EPL) 경기를 100차례 이상 무단 방영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VOA는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13일 EPL 축구팀인 리버풀과 본머스 간 경기를 녹화 중계했다고 설명했다. 오후 3시30분부터 방영된 중계화면 왼쪽 위에는 조선중앙TV의 로고가 나왔고, 오른편에는 ‘2023~2024 잉글랜드 최상급 축구련맹전 중에서’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한국 내 EPL 중계권을 가진 업체는 EPL 측에 시즌마다 약 3000만 달러(약 394억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EPL과 이렇다 할 중계권 계약을 맺지 않았고, 녹화방송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PL 관계자는 VOA에 ‘EPL과 북한은 이번 시즌 중계권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VOA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북한이 129회에 걸쳐 EPL 경기를 무단 방영한 것으로 집계했다. 북한은 주로 전체 경기를 녹화 방송하고 있지만, 2개의 경기를 1개 분량으로 편집하거나 득점 장면 하이라이트를 편집 방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북한은 수년 전부터 EPL은 물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아A 등 유럽 주요 프로축구 리그 경기도 수차례 무단 방영했다.

다만 북한은 EPL에 참가 중인 20개 팀 가운데 한국인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손흥민)와 울버햄튼(황희찬)의 경기는 방영하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인 선수가 세계 최고 프로축구 리그인 EPL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내부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해외 프로축구 경기를 방영할 때에는 관중들의 함성 등 현장음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관중들의 자유분방한 모습도 가급적 드러나지 않도록 편집하고 있다. 중계자들은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경기를 설명하고 일부 스타 선수들의 경우에는 주요 기록과 이전 소속팀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북한은 해외 프로축구 경기는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경기도 무단 방영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월 FIFA의 허가를 받지 않고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경기를 녹화중계하기도 했다. 당시 FIFA는 VOA에 “해당 토너먼트(2023 여자 월드컵)에 대한 북한 내 어떠한 권리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당시 중계방송이 무단 방영됐다고 밝혔다. 또 “저작권 침해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FIFA는 잠재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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