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남조선'도 싫다?… 대놓고 '괴뢰'라고 부르는 北

김태훈 2023. 11. 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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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괴뢰(한·미·일) 3각 군사동맹 강화 책동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뜨릴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된다."

김명철은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한 기고문에서 한·미·일 협력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성과로 꼽은 것에 반발하며 "미일괴뢰 3각 군사동맹 강화 책동은 조선반도 정세를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뜨릴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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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 기고문에 '미일괴뢰' 표현 등장
한·미·일 3국 지칭하며 한국 순서 제일 끝으로
"미국은 점점 쇠퇴"… 동맹 간 이간질도 시도

“미일괴뢰(한·미·일) 3각 군사동맹 강화 책동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뜨릴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된다.”

북한이 이제 ‘남조선’도 싫고 한국을 그냥 ‘괴뢰’라고 부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지난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이 한층 공고해지자 극심한 위기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아무 망언이나 내뱉으며 패악을 부리는 모양새다. 마침 우리 육·해·공군 지휘부가 일제히 개편된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군 지휘관 등에게 훈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곳부터 타격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듯 손으로 가리킨 지점은 우리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국제문제 평론가 ‘김명철’이라는 사람 명의로 된 ‘미국이 직면한 현 대외적 위기는 행정부의 실패한 대내외 정책의 반영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도했다. 김명철은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한 기고문에서 한·미·일 협력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성과로 꼽은 것에 반발하며 "미일괴뢰 3각 군사동맹 강화 책동은 조선반도 정세를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뜨릴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을 지칭할 때 주로 ‘남조선’이란 표현을 써왔다. 드물게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예 대놓고 ‘괴뢰’라는 비속어를 사용하는 모습이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여자축구 한국 대 북한 경기 소식을 보도하며 한국을 ‘괴뢰’, 한국 대표팀을 ‘괴뢰팀’이라고 부른 뒤 계속 그렇게 하고 있다.

한·미·일 3국을 거론하며 미국, 일본, 한국 순으로 나열한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우리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의혹을 규탄하며 기존에 써 온 ‘북·러’ 대신 ‘러·북’이란 표현을 썼다. 그간 같은 민족을 우선한다는 취지에서 ‘북·미’ ‘북·일’ 하는 식으로 북한을 제일 앞에 배치해왔는데, 같은 민족인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감안하면 과연 그런 배려가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반영된 조치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도 맞대응 차원에서 한국의 순서를 제일 뒤로 돌렸다는 풀이가 가능한 대목이다.

박안수 신임 육군참모총장이 계룡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그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 적을 압도하는 대응 능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 제공
김명철은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중동 사태에 이어 조선반도 정세가 악화되는 경우 미국이 해소하기 힘든 전략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예평하고 있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개 전쟁의 동시 수행만으로도 힘이 벅찬 미국이 제3, 제4의 전쟁까지 과연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다. 그는 이어 “현 미 행정부가 자화자찬하는 반동적인 동맹 정책이 미국 자체를 전략적 궁지에 몰아넣는 기본 인자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지위는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침식되고 있으며 미국의 국력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쇠퇴되고 있다”고 강변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을 향해 ‘한·미동맹에 안보를 의존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취지의 경고를 한 셈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자”는 이들과 “미국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이들을 서로 이간질해 남남갈등을 일으키려는 속셈이 읽힌다.

하지만 우리 군의 새 수뇌부는 북한의 이런 노림수를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박안수 신임 육군참모총장은 취임사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 적을 압도하는 대응 능력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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