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예비신랑이 여자였다니… 이런 ‘결혼 사기’는 처음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와 결혼할 예비신랑이 사실은 여성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그 예비신랑은 전청조라는 사람인데, 남현희는 그가 성전환을 했다고 믿었으며 심지어 그의 아이를 가진 줄 알았었다고 주장해 더욱 충격을 안겼다. 이렇게 성별이 오락가락하는 유명인 상대 사기 사건은 처음이기 때문에 더 파문이 컸다.
프랑스에선 과거 '마담 버터플라이' 사건이 있었다. 외교관 베르나르 부르스코가 1960년대에 베이징에 주재하던 당시 경극 배우인 스페이푸라는 여성과 사귀면서 둘 사이에 아이까지 낳았다. 그 둘과 아이는 파리로 이주해 가정을 이뤘다. 그러다 1980년대에 부르스코는 자신의 부인이 사실은 남성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두 사람 사이의 아이는 알고 보니 신장 지역에서 데려온 위구르족 아기였다. 두 사람이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내내 같이 살진 않았고 중간에 떨어져 산 기간이 길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까지 낳은 부인의 성별을 남편이 몰랐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겼던 사건이다.
유명인 후광 효과 이용해 수익 노린 범죄
이 사건은 아무리 결혼할 짝이라고 해도 상대방의 정체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는 점을 말해 준다. 스페이푸는 자신이 남성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가족사로 인해 남성으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고 한다. 스페이푸의 기만 능력도 대단한데 전청조의 능력은 더 놀랍다. 과거에도 남성에게 여성으로 접근하고, 여성에겐 남성으로 접근하며 사랑을 약속하고 금품을 뜯어낸 전력이 있다고 한다. 외로운 사람을 알아보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상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남현희에겐 올 초에 접근했다고 한다. 자신이 재벌 3세인데 일론 머스크와 경기를 해야 하니 펜싱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때는 자기가 여성이라고 했지만 차츰 남현희와 가까워진 후 남성으로 성전환을 했다며 사랑 고백을 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아이에게 재벌그룹을 물려주고 싶다고 해 결혼 약속까지 받았다.
일론 머스크를 언급한 것처럼 전청조는 유명인들을 내세워 자신의 신뢰성을 높였다. '세리 누나'라고 하면서 박세리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거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도 친하다고 했고, 오은영 박사도 내세웠다고 한다. 전청조가 남현희의 중학생 조카를 폭행했을 때 그의 부모가 항의하자 전청조는 김앤장 로펌을 내세우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겐 자기 자신을 재벌가 혼외자이며 후계자로 소개했다.
뉴욕 출신 외국계 시늉을 하기도 했다. 'Wife한테 다녀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ok 했어서 물어봤다. But your friend랑 같이 있으면 I am 신뢰예요~.' 이러한 조악하고 어설픈 말투로 빈축을 샀는데, 재벌 3세 후광 효과가 뒷받침되자 이런 엉터리 화법에도 피해자들이 생겨났다.
기만극은 치밀했다. 일단 경호원들을 최대 10명까지 대동하고 다녔다. 외제 고급 승용차와 리무진도 타고 다녔고, 자신을 취재할 가짜 기자도 섭외했다고 한다. 초고가 아파트에 거주했으며 휴대폰 은행 앱에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 자산이 51조원으로 찍힌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블랙카드처럼 보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이 블랙카드는 자산 191억원 이상, 연수입 15억원 이상이 기본 가입 조건이라고 한다. 그런 조건을 갖춘 사람 중에서 카드사 본사로부터 초청받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빌 게이츠, 트럼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빅토리아 베컴 등이다. 이런 카드까지 쓰니 사람들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전청조는 남현희에게 사랑한다며 금품 공세를 펼쳤다. 3억원가량의 벤틀리 승용차를 비롯해 많은 명품 선물을 하는가 하면, 1억원 이상의 빚도 갚아줬다고 알려졌다. 심지어 남현희 어머니에게도 차량과 용돈 등을 지급했다고 한다. 그리고 목격자에 따르면 전청조가 남현희를 공주 모시듯 했다고 한다. 남현희가 뭔가를 의심해 따지려고 하면 병자 행세를 하거나 자신의 어머니를 연결시키는 식으로 남현희의 말문을 막았다고 한다.
그리고 올 8월엔 전청조가 재벌 회장 행세를 하며 남현희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반가워요, 저는 청조 아버지 되는 사람 전**이요… (청조는) 며느리(남현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천재적인 놈이야. 혼인은 언제 할 예정이니? 빠르면 좋겠구나… 혼인도 10월에 마무리 짓거라.' 이런 식의 문자가 예비 시아버지 재벌 회장에게 오자 남현희가 장문의 답장을 보내기도 했다.
전청조, 스스로 언론에 나섰다가 정체 들통
이런 과정을 거쳐 결혼 직전까지 갔는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10월에 한 월간지에 남현희와 전청조의 동반 인터뷰 기사가 실린 것이다. 그 보도로 인해 전청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제보가 속출, 결국 정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원래 유명인 결혼 때 일반인 배우자는 보호받기 때문에 기자는 남현희 인터뷰만 요청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연락이 닿은 실장이라는 사람이 예비신랑 인터뷰를 역제안해 기자가 놀랐다고 한다. 기자가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 실장이라는 이가 바로 전청조 자신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 전에도 전청조는 여러 사람으로 가장해 다른 이들을 속였었다. 남을 속이는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 언론에 나선 전청조의 행태가 놀랍다. 정말 대담하고 뻔뻔한 모습이다.
전청조가 위험을 무릅쓰고 언론에 나선 건 그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에 유명인 남현희와 결혼할 재벌 3세로 보도되는 게 중요했다는 이야기다. 남현희도 그 보도 때문에 전청조를 더욱 믿게 됐다고 했다. 전청조의 가장 큰 목표는 남현희 펜싱아카데미의 학부모들이었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보통 피해자 한 명의 피해액이 몇천만원 수준이었는데, 미국 유학 교육사업을 한다며 펜싱아카데미 학부모들에겐 1인당 3억원 이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큰 건수이기 때문에 금품 공세와 공주 대접으로 남현희를 확보하고, 언론에도 나오려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돈에 대한 전청조의 집착은 비상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2022년 말에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할 상황이 되자 피해자들에게 '전청조는 뉴욕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고 알려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순간에도 돈을 챙겼다. '전청조가 피해자들에게 유산을 남겼는데 그 돈을 찾으려면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며 또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올 3월에 피해자들 앞에 나타나 '그룹 상속 문제 때문에 극단적 선택으로 위장했다'고 변명했다고 한다. 뻔뻔함의 수준이 도를 넘어선, 매우 반사회적인 인격으로 보인다.
남현희에게 남성으로서 결혼하자며 사귀던 기간에, 다른 30대 남성에게 여성으로서 결혼하자며 접근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 30대 남성은 최근까지 '여성' 전청조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이번 논란으로 인해 속은 걸 깨닫고 전청조를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전청조는 경찰 수사를 받기 전에 돌연 방송 인터뷰에 나서 또다시 세인을 놀라게 했다. 그의 평소 행태로 미루어봤을 때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언론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청조의 인터뷰 내용과 최근 보도된 그의 또 다른 말을 종합해 보면 그는 지금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면서 남현희에게 책임을 최대한 전가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의심된다. 이에 대해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남현희의 공범 여부도 물론 수사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전청조를 믿었다는 남현희의 주장이 공감을 사긴 어렵다. 다만 인간은 상황만 주어진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도 얼마든지 믿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직은 남현희의 죄를 속단하긴 이르다. 상당한 지적 능력의 전문직 종사자지만 빤히 드러난 증거를 한사코 불신하며 교주를 맹종하는 사이비 종교 신도들도 있다. 사람이 일단 미혹에 빠지면 나중엔 믿고 싶어서, 믿어야 하니까 믿기도 하고, 인지부조화로 진실을 외면하기도 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해 진실을 밝힐 사안이다.
이번에 남현희가 결혼 발표를 하자 많은 이가 반대했다. 그 전에도 국민이 반대한 유명인 결혼 발표가 있었다. 바로 낸시랭과 왕진진 커플이었다. 당시 낸시랭은 많은 반대에도 결혼에 이르렀고, 결국 상당한 금전적 피해와 함께 힘든 이혼 과정을 밟아야 했다. 왕진진도 재벌 혼외자 3세를 사칭했는데, 그 재벌과 전청조가 사칭한 재벌이 같다. 바로 파라다이스그룹이다. 2003년에 김상중도 파라다이스 회장 딸을 사칭한 여성과 결혼 직전까지 갔었다. 파라다이스 측에서 집안에 그런 여성은 없다고 밝혔고 결혼 직전에 파혼했다. 파라다이스그룹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건 이 회사가 실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비한 이미지면서, 한때 밤의 황제로 군림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소문 때문일 것이다.
남을 속이는 사람들은 후광 효과를 잘 활용한다. 재벌가를 내세우면 다른 이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니까 반복적으로 재벌가를 내세울 것이다. 그러면서 유명인과의 친분도 과시하는데, 유명인의 지인 후광 효과도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유명인의 짝, 배우자라고 하면 더욱 공신력이 올라간다. 그렇게 유명인이 유용한 존재이다 보니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이 유명인에게 금품 공세를 하며 접근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과거 가짜 수산업자가 여성 연예인들에게 명품과 자동차 등을 선물해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여성 연예인은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의심과 비난을 받았다.
사기꾼들이 유명인 후광 효과를 이용해 노리는 것은 물론 더 큰 수익이다. 이걸 노리고 유명인에게 큰돈을 들이며 집요하게 접근하고 그 관계를 과시한다. 유명인 후광 효과 때문에 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유명인들은 과도하게 호의를 베풀며 접근하는 이들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사기극 방조나 공모까지 하는 것은 당연히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이번 사건도 분명하게 진실을 밝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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