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자책이 습관인 당신, 이 실험을 권합니다
여러분도 가끔 그런 적 있으신가요? 상처 난 부위에 딱지가 앉을 때, 그 부위를 긁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긁어서 피가 나고, 이내 상처가 더 곪는 경험 말이지요. 하면 안 되는 줄을 알지만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손이 가서 상처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맙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아지는 거 하나도 없는데...' 다 알면서도 자꾸만 습관적으로 상처를 덧나게 하는 심리적 습관, 바로 '자책'입니다. 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쉽게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인식상태(self awareness)의 불균형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1. 종이 두 장을 꺼냅니다.
2. 왼쪽 종이에는 내가 생각하는 부끄러운 점 또는 고치고 싶은 점을
3. 오른쪽 종이에는 내가 나라서 자랑스러운 점 또는 이대로 지키고 싶은 장점을 적습니다.
4. 5분 동안 총 10개 이상을 씁니다.
5. 떠오르는 대로 바로 씁니다. 어느 한쪽에 편중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총 200명의 성인 남녀에게 실험을 했는데요, 결과는 어떨까요?
2017년 실험 당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단점을 2.5배 이상 많이 썼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를 쓰고 난 뒤에, 또 '난 왜 이렇게 부정적이지'라고 생각하시는 분,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의 성격 문제라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실제로 이 실험을 동일한 조건으로 실행했을 때, 서양인에 비해 동아시아인들이 단점 서술의 비율이 높습니다. 언어적, 인지적 그리고 사회학적인 측면까지, 여러 요소들의 결합으로 우리는 단점을 더 많이 아는 한국인으로 자라났기 때문이지요. 쉬운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혹시, 어린 시절에 칭찬을 받으면 어떻게 답하라고 배우셨나요? "항상 '아니에요. 과찬이세요'라고 말해라" 즉 칭찬의 말을 부정할수록 겸손한 아이라고 배웠습니다. 반대로 꾸지람을 들을 때 부모님 선생님 선배님 등 나를 혼내는 대상은 우리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떠올려보세요. "너 똑바로 들어", "명심해", "너 새겨들어"라고 운을 뗐지요.
칭찬이라는 건 나의 장점을 습득하는 과정입니다. 여러 종류의 칭찬을 들을수록 나의 다양한 장점을 알고 학습하게 되죠. 그런데 칭찬을 사양하는 언어적 습관 속에서 우리 뇌 속 지각시스템은 이 '칭찬 정보'들을 단기기억 메모리(short-term memory)로 인식하고 저장을 하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혼날 때 새겨들으라고도 하고, 똑바로 들으라고도 하고 어떤 경우엔 엄마가 "네가 네 입으로 말해봐! 네가 뭘 잘못했어? 다시 말해봐"라고 복기를 시키기도 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고쳐야 할 점 즉, 단점들은 장기 기억 메모리로 강제로 꼼꼼히 외우도록 학습되면서 자라왔습니다. 그런 학습이 몇 십 년 이어져 온 결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자기인식 상태의 현주소입니다.
자신의 장점보다 단점을 훨씬 많이 아는 우리들이 삶에서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제일 쉽게 빠질 수 있는 생각의 오류는 뭘까요? '혹시 내가 문제인가?'로 가는 겁니다. 그러면 나만 바뀌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기대가 생기게 됩니다. 나를 고치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때로는 불안을 잠재워주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게 내 탓으로 찾으려고 하는 행위가 과도하게 습관으로 형성되면 자책으로 변모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자기인식(self awareness)의 정확한 뜻은 "자신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에서 이 대학 자문위원 75명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꼽았던 항목이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본다? 내가 나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보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객관성을 살짝 비틀어보면 '다면성'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의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 긍정 기질과 부정 기질 모두를 최대한 밸런스 있게 인식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 단점과 장점을 5:5 에 가깝게 인식하는 겁니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삶의 여러 문제들 앞에서 무조건 자책으로 빠지지도 않고 무조건 세상 탓을 하는 경우도 적습니다. 대신 "내가 문제였을까? 상황이 문제였을까?"라는 건강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나는 괜찮은 면도 있고, 모자란 면도 있는 사람'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 여러분이 쓴 종이를 다시 한번 살펴보세요. 만약 내가 단점이 너무 많은 것 같이 느껴진다면 일상 속에서 듣는 칭찬들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하나하나 적어두고 자주 살피며 장기 기억으로 저장시켜 보는 건 어떨까요? 작게라도 소리를 내어 읽으면 더 좋습니다. 다중감각을 활용할수록 훨씬 더 깊게, 오래 저장되니까요.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35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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