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 “나는 ‘진짜 여행’을 꿈꾼다”... 20년 경력 여행작가의 진솔한 인터뷰
여행의 묘미는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다면 여행이 일상이 된다면 어떨까요?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가 얼마 동안 머물렀던 곳을 떠나와야 하는 일상의 반복.
차기열 작가는 여행을 업(業)으로 삼는 사람이 짊어져야 할 운명이라고 말합니다.
20년 동안 여행작가로 살아온 그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Q. 작가님 소개를 찾아보니까 ‘한국보다 남미가 더 편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미여행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떻게 여행 작가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가까워진 계기가 제가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유럽 배낭여행이 정말 붐이었어요. 제가 그때 여행을 갔던 건 아니고 학비를 벌려고 여행사의 배낭여행 포스터를 대학교에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거든요.
그러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그 포스터 붙이던 여행사에서 “유럽에 한 번 가보지 않을래?”하는 제안을 계기로 생애 처음 외국 여행을 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외국에 나가기도 되게 힘들었거든요. 학교 총장님한테 허가도 받아야 하고, 자유스럽지가 않았어요, 시대적으로. 여권도 복수여권이 안 끊어지고 한번 다녀오면 없어지는 단수 여권 그걸 들고 여행 갔던 생각이 나네요.
어떻게 보면 헬퍼 역할로 따라갔던 게 여행의 시작이었고, 유럽 문화를 경험하면서 충격도 많이 받았고... 그러면서 여행의 꿈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지금도 저 같은 해외여행 초급자들에게 ‘남미’는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지는데요. 작가님은 훨씬 전인데 여행하다 아예 6~7년을 그곳에서 사셨으니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또 적응하는 능력은 타고나신 게 아닌가... (웃음)
군대 전역하고 미국에 들어가서 해외 생활을 시작하고, 남미에는 2003년도에 들어갔어요.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세계테마기행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그러면서 사람들한테 ‘중남미 여행 전문가’로 알려진 것 같아요. 또 제가 중남미 가이드북을 출간했는데 당시에는 한국에 그런 책이 없었거든요.
아무래도 정보가 계속 바뀌다 보니까 2014년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개정 업무를 해왔어요.
Q. 작가님의 인생에 어떻게 보면 운명적으로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찾아온 것 같은데요. 최근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큰 난관에 봉착하셨다고요?
네, 아무래도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이 코로나랑 상반되는 성질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코로나 터졌을 때 여행과 관련된 안 좋은 소식들은 다 저랑 관련된 이야기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심적으로 좀 힘들기도 했고, ‘그럼 과연 내가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버리고 가야 하나’ 또 그러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우리나라에서 여행, 사진 이 두 가지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도시는 좀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제주라는 곳으로 결정하고 서울에서 내려오게 됐어요.
제주에서 조그마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공간의 콘셉트와 콘텐츠는 중남미에요. 아르헨티나 뒷골목에 밀롱가라고 하는 조그마한 카페테리아 콘셉트로 해놨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카페지만 제 이야기를 통해서, 또 영화 상영회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가지 문화들을 같이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려고 합니다.
Q. 평범한 직장인과는 또 다른,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지속해나가는 데 이런 저런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어버리면 고충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저는 사실 ‘여행 많이 하셔서 좋겠어요’ 라고 사람들이 얘기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보다가 요즘은 그렇게 물어보면 ‘생각해보니까 저는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 얘기를 해요.
안주할 곳, 흔히들 시쳇말로 ‘나와바리’ 이러잖아요. 저는 그런 게 없고 또 동시에 사람들과의 지속성 이런 거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어요.
왜냐하면 ‘반드시’ 라는 말을 못하거든요. 제가 그 장소에서 1년이 될 수도 있고, 2년이 될 수도 있고... 페루에도, 미국에도 있었지만 돌아왔잖아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떠난 사람이란 말이죠, 바꿔서 얘기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상황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관계 지속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지금 예쁜 따님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할 때도 많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아이가 지금은 당연히 아는데 4살, 5살 때까지 아빠 회사가 어디야? 물어보면 공항이라고 대답을 했어요. 만날 공항에 가서 아빠를 마주하고 보내고 했으니까.
이제는 커서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고, 최근에 충북 여행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제가 했는데, 마지막에 스페셜 편으로 딸이랑 같이 출연했어요.
Q. 앞으로 바람, 계획 있으시다면요?
책이든 방송이든 중남미라는 여행지를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최대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고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가족이 된 지 10년이 다 됐는데 정작 여행다운 여행을 못 해 본 것 같아서 이제부터는 진짜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정말 순수하게 ‘여행’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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