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 “나는 ‘진짜 여행’을 꿈꾼다”... 20년 경력 여행작가의 진솔한 인터뷰

이민아 2023. 11.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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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묘미는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다면 여행이 일상이 된다면 어떨까요?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가 얼마 동안 머물렀던 곳을 떠나와야 하는 일상의 반복.

차기열 작가는 여행을 업(業)으로 삼는 사람이 짊어져야 할 운명이라고 말합니다.

20년 동안 여행작가로 살아온 그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차기열 여행 및 사진작가, 사진 프로젝트로 간 중남미에서 7년간 생활하다 돌아온 후 중남미 여행 가이드북 집필, 방송 큐레이터로 참여하며 국내에서 남미여행 전문가로 알려졌다.

Q. 작가님 소개를 찾아보니까 ‘한국보다 남미가 더 편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미여행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떻게 여행 작가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가까워진 계기가 제가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유럽 배낭여행이 정말 붐이었어요. 제가 그때 여행을 갔던 건 아니고 학비를 벌려고 여행사의 배낭여행 포스터를 대학교에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거든요.

그러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그 포스터 붙이던 여행사에서 “유럽에 한 번 가보지 않을래?”하는 제안을 계기로 생애 처음 외국 여행을 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외국에 나가기도 되게 힘들었거든요. 학교 총장님한테 허가도 받아야 하고, 자유스럽지가 않았어요, 시대적으로. 여권도 복수여권이 안 끊어지고 한번 다녀오면 없어지는 단수 여권 그걸 들고 여행 갔던 생각이 나네요.

어떻게 보면 헬퍼 역할로 따라갔던 게 여행의 시작이었고, 유럽 문화를 경험하면서 충격도 많이 받았고... 그러면서 여행의 꿈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지금도 저 같은 해외여행 초급자들에게 ‘남미’는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지는데요. 작가님은 훨씬 전인데 여행하다 아예 6~7년을 그곳에서 사셨으니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또 적응하는 능력은 타고나신 게 아닌가... (웃음)

군대 전역하고 미국에 들어가서 해외 생활을 시작하고, 남미에는 2003년도에 들어갔어요.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세계테마기행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그러면서 사람들한테 ‘중남미 여행 전문가’로 알려진 것 같아요. 또 제가 중남미 가이드북을 출간했는데 당시에는 한국에 그런 책이 없었거든요.

아무래도 정보가 계속 바뀌다 보니까 2014년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개정 업무를 해왔어요.

Q. 작가님의 인생에 어떻게 보면 운명적으로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찾아온 것 같은데요. 최근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큰 난관에 봉착하셨다고요?

네, 아무래도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이 코로나랑 상반되는 성질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코로나 터졌을 때 여행과 관련된 안 좋은 소식들은 다 저랑 관련된 이야기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심적으로 좀 힘들기도 했고, ‘그럼 과연 내가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버리고 가야 하나’ 또 그러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우리나라에서 여행, 사진 이 두 가지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도시는 좀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제주라는 곳으로 결정하고 서울에서 내려오게 됐어요.

제주에서 조그마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공간의 콘셉트와 콘텐츠는 중남미에요. 아르헨티나 뒷골목에 밀롱가라고 하는 조그마한 카페테리아 콘셉트로 해놨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카페지만 제 이야기를 통해서, 또 영화 상영회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가지 문화들을 같이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려고 합니다.

Q. 평범한 직장인과는 또 다른,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지속해나가는 데 이런 저런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어버리면 고충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저는 사실 ‘여행 많이 하셔서 좋겠어요’ 라고 사람들이 얘기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보다가 요즘은 그렇게 물어보면 ‘생각해보니까 저는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라고 얘기를 해요.

안주할 곳, 흔히들 시쳇말로 ‘나와바리’ 이러잖아요. 저는 그런 게 없고 또 동시에 사람들과의 지속성 이런 거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어요.

왜냐하면 ‘반드시’ 라는 말을 못하거든요. 제가 그 장소에서 1년이 될 수도 있고, 2년이 될 수도 있고... 페루에도, 미국에도 있었지만 돌아왔잖아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떠난 사람이란 말이죠, 바꿔서 얘기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상황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관계 지속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지금 예쁜 따님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할 때도 많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아이가 지금은 당연히 아는데 4살, 5살 때까지 아빠 회사가 어디야? 물어보면 공항이라고 대답을 했어요. 만날 공항에 가서 아빠를 마주하고 보내고 했으니까.

이제는 커서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고, 최근에 충북 여행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제가 했는데, 마지막에 스페셜 편으로 딸이랑 같이 출연했어요.

차기열 작가는 지난 6개월 간 충북 여행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사진은 마지막 편에 딸 재윤 양과 함께한 장면, CJB DB

Q. 앞으로 바람, 계획 있으시다면요?

책이든 방송이든 중남미라는 여행지를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최대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고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가족이 된 지 10년이 다 됐는데 정작 여행다운 여행을 못 해 본 것 같아서 이제부터는 진짜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정말 순수하게 ‘여행’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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