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사도 안 되는데”…식당서 종이컵 쓰면 24일부터 과태료

이지현 기자 2023. 11. 4. 09: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종이컵. 〈사진=이지현 기자〉


“종이컵 안 쓰고 다회용 컵 쓰면 일일이 씻어야 하고 살균기도 갖다 놔야 하잖아요. 요즘 장사도 안돼 죽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A 씨·분식집 운영)

오는 24일부터는 식당 안에서 종이컵을 사용하거나,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쓰면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만든 규제인데, 계도기간이 끝나 오는 24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일회용품을 대체할 만한 방법을 찾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골치가 아픕니다. 규제에 따르자니 비용이 많이 들고 가게 여건도 갖춰지지 않아섭니다.

식당 종이컵·나무젓가락 금지…과태료 최대 300만원

24일부터는 식당 안에서 취식할 때 일회용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을 쓸 수 없다. 〈사진=이지현 기자〉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이미 한층 강화된 일회용품 규제는 시행됐습니다.

식당 안에서 음식을 먹을 땐 꼭 다회용 식기를 써야 합니다. 일회용 종이컵이나 나무젓가락, 접시는 쓸 수 없고,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 식탁보도 쓸 수 없습니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때도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나 젓는 막대를 쓰면 안 됩니다. 종이 빨대나 생분해성 빨대 또는 닦아서 재사용하는 스테인리스·실리콘·유리 재질의 빨대를 사용해야 하죠.

음식·음료를 포장해 가거나 배달인 경우에만 일회용품을 쓸 수 있는 셈입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에서는 종이로 만들어지지 않은 일회용 봉투나 쇼핑백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비 오는 날 입구에 비치해뒀던 우산 비닐도 쓸 수 없습니다.

제도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혼선과 소상공인 부담을 우려해 정부는 1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오는 24일이면 1년의 계도기간이 끝납니다. 앞으로는 규제를 어기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겁니다.

“대안 못 찾아 고민”…골치 아픈 소상공인들


24일부터는 카페 안에서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 빨대를 제공하면 안 된다. 〈사진=이지현 기자〉

일회용품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부 대형 카페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혹은 생분해성 빨대로 바꾸는 등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상공인 중에는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일회용품의 대안을 찾자니 비용이 많이 들거나 인력이 더 필요한데,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종이컵을 물컵으로 쓰고 있습니다. 가게를 거의 혼자 운영하는 탓에 다회용 컵을 일일이 씻어 사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A 씨는 “종이컵을 안 쓰면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컵을 사용해야 하는데 일일이 다 씻기 어렵다”면서 “씻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살균 소독기까지 갖춰놔야 하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규제가 그렇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요즘 장사도 잘 안 되는데 고민”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B 씨는 “아직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을 찾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2~3배 가격이 비싸고, 생분해성 빨대는 그보다 더 비싸다”며 “비용 문제 때문에 다른 빨대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최대한 쓸 수 있을 때까지 플라스틱 빨대를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용산구에서 카페를 하고 있는C씨도 “종이 빨대와 생분해성 빨대 모두 사용해 봤지만, 둘 다 특유의 향이 있어 손님들의 호불호가 심했다”면서 “그렇다고 닦아 쓰는 다회용 빨대를 쓰자니 인력 문제도 있고 위생 면에서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 결국 다시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환경부 “소상공인 부담 덜겠다”



정부는 고심하고 있습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2일 소상공인연합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과 간담회를 갖고 업계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규제 본격 시행 시 소상공인이 겪게 될 부담에 대해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도 시행 유예'와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고물가 속에서 소상공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면서 “건의사항은 적극 검토할 것이며, 소상공인의 부담은 덜고 현장 수용성은 높인 일회용품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편의점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 식당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됐지만 1년의 계도기간을 뒀다. 〈사진=연합뉴스〉

환경단체는 반발



환경 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이미 1년의 계도기간이 있었고, 정부가 제도를 잘 안착시키기 위해 고민했다면 그 기간에 소상공인 의견을 미리 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환경 단체 사이에서는 제도는 당장 시행하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탈플라스틱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다시 일회용품을 사용하라'고 하는 건 답이 아니다”라면서 “제도를 시행하되 정말 상황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어느 정도 규모의 소상공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인프라를 지원해주거나 소상공인에 한정해 제도 시행 유예기간을 주는 등 거시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회용 정책이나 폐기물 정책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면서 “만족할 수는 없지만 불편하고 어렵더라도 함께 해야 하는 게 폐기물의 문제다. 그래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