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유괴의 날' 박유영 감독 "체감 인기 5% 이상…시즌2? 가능성 열어둬"
- 입봉작 '유괴의 날' 최종회 5.2%로 유종의 미
- 복합장르에 따뜻한 메시지, 작품성 호평받아
- 종영 후에도 OTT 티빙·쿠팡플레이 상위권 유지
"극 중 로희는 '명준에게 유괴되기 전까지가 유괴된 날이었다'는 말을 해요. 엘리트만 추구하는 사회와 욕망이 천재아이 프로젝트가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부모의 역할,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드라마 '유괴의 날'을 연출한 박유영(45)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했다. 이렇듯 드라마를 관통하는 교훈적이고 따뜻한 메시지가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결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1.8%(1회)→3.6%(4회)→4.0%(7회)로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인 드라마는 5.2%(최종회)를 찍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방영 전부터 배우 윤계상 씨의 브라운관 복귀작이자 첫 아빠 캐릭터 도전으로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는 방영 후 독특한 소재와 주요 출연진들의 열연, 탄탄한 만듦새까지 3박자의 완벽한 조화로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그 결과 스토리도, 시청률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최종회 시청률 5.2%는 ENA 채널을 통해 방영된 드라마 중 역대 3위에 안착했다. 2049 타깃 시청률은 2.2%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놀라운 건 종영 후에도 OTT인 티빙과 쿠팡플레이에서 상위권을 유지 중이라는 것. 입소문을 탄 작품을 몰아보기하려는 이용층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유괴의 날'을 연출한 박유영 감독에게는 이 작품이 입봉작이라는 사실. 2012년 영화 '점쟁이들' 연출부로 시작한 박 감독은 영화 '내부자들', '덕혜옹주', '골든 슬럼버' 조감독, 넷플릭스 '킹덤' 시즌1 조연출을 거쳤고, '유괴의 날'로 첫 드라마 연출작을 선보이게 된 것.
직접 기획했고, 입봉작으로 선보인 만큼 '유괴의 날'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유영 감독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화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부터 엔딩을 둘러싼 궁금증까지, 자세한 '유괴의 날'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Q. 9월에 시작한 드라마가 종영했어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A. 종방날 작은 극장을 빌려서 배우들과 다 함께 봤어요. 다들 시청률 5%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음 날 정말 넘어서 다들 좋아했어요. 주변에서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체감상 5% 이상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첫 연출 드라마다 보니 매주 긴장했는데 많이 사랑해 주셔서 행복했고, 감사한 분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12부까지 좋은 대본을 써주신 작가님부터 고생한 스태프들까지 전부요. 끝났지만 여운이 많이 남아요. 엔딩을 놓고 의견들이 많더라고요. 토론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Q. 12부에서 김신록 씨와 유나 양의 연기대결이 압권이었다는 반응이 많아요.
A. 제가 스피디한 걸 좋아해서 편집본이 늘 60분을 넘기지 않았는데, 12회는 1시간 15분이었어요. 사건의 시작과 발단인 서혜은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어줘야만 했기 때문이었어요. 서혜은(김신록 분)과 로희(유나 양)의 대치 장면은 30분 분량이지만 시청자들이 지루하단 느낌을 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그 신을 찍고 '12부에서 김신록 배우의 신들린 연기를 볼 거다'라고 했는데, 왜 김신록 씨를 캐스팅했는지 알게 만든 회차가 아니었나 싶어요. 막방을 볼 때 유나에 대한 칭찬은 말할 것도 없이 많이 있었고요.
Q. 시청자들이 난상토론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쿠키 영상은 소름 돋던데요. 의미하는 바가 뭔가요?
A. 천재아이 프로젝트가 결국 실패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로희는 쌍둥이였고, 원래 천재였어요. 로희와 쌍둥이인 다른 아이는 실험을 당하지 않고 싱가포르에 있는 한 시골 학교에서 학교생활을 했어요. 대조군이 필요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아이도 뛰어난 아이였던 거예요. 그 아이가 칠판에 써서 푼 문제도 연출팀 말로는 꽤 어려운 문제라고 하더라고요. 성공한 프로젝트였다면 로희가 모은선(서재희 분)을 보내지 않고, 자신처럼 고통받는 아이들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실험 자료를 파기했을 거라 생각해요.
Q. 쿠키 영상을 비롯해서, 로희와 명준의 딸 희애가 함께 등교하는 것으로 끝나는 열린 결말 때문에 시즌2를 기대하는 시선이 많아요.
A. 열어두고는 있어요. 드라마가 잘 된다면 굳이 닫아놓지는 말자고 생각했어요. 엔딩 장면에서는 제가 유나에게 카메라 정면을 보고 인사를 해달라고 했는데요. 자기 재산이 얼마고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아이다운 자기소개를 하는 모습을 통해서 진짜 이 아이가 원하는 건 뭐였는지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진짜 부모라고 할 수 있을까, 운동장에서 건강하게 뛰어노는 것만 봐도 고맙다고 하는 게 어쩌면 참된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Q. 시청자 반응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평이 있었을까요?
A. 명준과 로희의 유대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휴머니즘이 쌓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두 캐릭터를 만드는데 공을 많이 들였어요. 복합장르였지만 휴머니즘이 메인이었어요. 9부에서 둘이 떨어져 있을 때, 둘이 같이 있는 걸 보고 싶다는 반응이 오는 걸 보면서 틀리지 않았구나 싶었어요. 또 정작 명준과 로희는 가만히 있는데 이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끼리 서로 싸우다가 나락에 빠지는데요. 거기서 오는 주제들이 있는데 그 의도를 정확하게 캐치해 주는 분들이 많아서 집중해서 봐주셨구나 하는 느낌을 받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Q. 윤계상 씨와 유나 양의 케미가 유독 좋았다는 평이 많았어요.
A. 윤계상 씨가 노력을 많이 했어요. 본래 낯을 많이 가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 유나가 어색하지 않게 일부러 장난을 많이 치고 이상한 표정도 정말 많이 짓더라고요. 나중에는 유나가 명준삼촌이라고 하면서 서로 장난치고 하는 편한 분위기가 빨리,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었어요. 장난치다가 슛 들어가면 바로 진지하게 바뀌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나도 많이 배웠을 것 같아요. 유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력이 확확 느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NG가 거의 없더라고요.
Q. 윤계상 씨가 유나 양과 함께 연기할 때 애드리브도 많이 넣었다고 했었어요.
A. 아이디어가 정말 많았어요. 최종회에서 로희가 면회를 왔을 때 명준이가 머리띠를 하는 장면, 1회에 나왔던 효자손을 다시 꺼내 때리는 장면 모두 윤계상 씨 아이디어예요. 고증 상관없이 마지막에 유쾌하고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하기로 했죠. 윤계상 씨 스스로 명준을 더 명준스럽게 만들었어요. 분석을 많이 해와서 현장에서 아주 조심스럽게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다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가자고 했었어요.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 나중에는 더 자신감 있게 가는 느낌이었어요.
Q. 감독님께서 배우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허용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A. 배우분들이 만들어줘서 저는 오히려 편했고, 제가 많이 배웠어요. 제가 생각한 기본 동선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현장에서 배우들이 대사 할 때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대사도 본인 입에 맞게 바꿔도 된다고 생각해요. 제 역할은 캐스팅이 끝인 것 같아요.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믿음을 주고 배우의 능력을 활용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현장에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죠.
Q. 김명준과 최로희를 둘러싼 다른 배우들의 존재감도 강렬했죠.
A. 김신록 씨는 서혜은의 계산된 연기를 표현해야 했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텐데 너무 잘해줬어요. 가장 좋아하는 서혜은의 신은 과거 최원장의 집에서 사건이 벌어진 후 철원 아저씨를 아이처럼 마주했던 장면이에요. 큰 스피커와 기둥 사이 틈에 들어가 있겠다고 배우가 아이디어를 냈었죠. 박성훈 씨는 무게감 있게 형사 라인을 이끌어줬고, 다 내려놓으라고 말할 때의 눈빛을 보고 눈물이 많이 났어요. 서재희, 김상호, 강영석 배우 모두 캐릭터 연기를 너무 잘해줘서 감정이 저절로 왔어요.
Q. 감독님께서 직접 원작 소설을 보고 드라마화를 결정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때 이야기도 궁금해요.
A. 어릴 적에 영화 '퍼펙트월드'(1994)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탈옥한 주인공이 어느 집 아이를 납치하거든요. 그 아이가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어머니 밑에서 비정상적인 제재를 많이 받고 자랐는데, 납치범과 깊은 유대감을 쌓게 돼요. 나중에 헤어질 때 그 아이가 납치범에게 울며 달려가죠. 이런 류의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소설 '유괴의 날'을 보게 됐고, 충분히 드라마로 개발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드라마는 작가님이 새로운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만들어내서 장르적 긴장감을 끌고 갈 수 있었고, 인물들 간에 감정적 시너지가 쌓여 더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극 중 캐릭터를 보고 캐스팅할 배우는 단번에 떠올리셨나요?
A. 김명준 역할을 제일 먼저 캐스팅해야 했고요. 윤계상 씨는 배우로서 '범죄도시' 장첸의 강렬한 느낌이 있었지만, god 팬들이라면 다 아는 일명 '빙구미'가 있잖아요. 그런 모습에 카리스마도 있어서 윤계상 배우만 한 사람이 없겠다 싶어서 제안했는데 빠르게 답을 줘서 기획부터 캐스팅까지 2년 반만에 마칠 수 있었어요. 방영 이후 "이제 아저씨는 원빈과 윤계상 두 사람이다", "장첸을 희석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캐릭터가 나왔다"는 반응이 많아서 좋았고요. 유나도 우리가 두 달 동안 힘들게 뽑은 아이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줘서 좋았어요. 제가 모든 캐스팅을 너무 잘했어요(웃음). 모든 배우들의 인성이 좋고 편하게 해 줘서 현장이 편했어요.
Q. 작품을 사랑해 준 애청자들과 OTT를 통해 작품을 보게 될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릴게요.
A. 좋은 배우분들을 만나 결과물까지 좋게 나와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괴의 날'은 복합장르지만 명준과 로희의 따뜻한 케미에 가장 집중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시 정주행 한다면 김신록 씨가 어떻게 초반부터 서혜은의 계산된 연기를 표현했는지 눈여겨 봐주셔도 좋을 것 같고요. 저는 '도둑들'·'암살' 최동훈 감독님, '미생'·'시그널' 김원석 감독님을 좋아합니다. 두 감독님들처럼 유쾌함, 열정, 만듦새가 돋보이는 작품을 앞으로도 많이 선보이고 싶어요. 좋은 작품이라면 영화든 드라마든 다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취재 = YTN 강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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