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둘러싸고 들끓는 분노…신 중동전쟁에 기름 붓나[이-팔 전쟁 한달]

강민경 기자 2023. 11. 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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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1차 세계대전 일으킨 사라예보 사건처럼 일촉즉발 가능성
가자지구 참혹해질수록 온건한 아랍국가도 등 돌린다
거처를 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의 알 시파 병원을 찾아 임시로 묵고 있다. 2023.11.03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서울 면적의 60% 정도 크기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분쟁이 아랍 세계에 연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거의 한 달 간 보복 공격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이슬람권 국가들의 반감이 커지는 가운데, 서방 관리들 사이에서는 중동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시간) NBC방송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처한 곤경을 지켜보는 아랍 국가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으며, 점점 끓어오르고 있는 이들의 화는 이미 가뜩이나 불안정한 정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분석했다.

아직까지 미국 등 서방 정보당국은 이란이 미국과의 직접적인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지는 않으며, 그 대신 대리 세력을 이용해 이스라엘을 약화시키고 서방을 압박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2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의 포격을 받는 가자 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2023.1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러나 전현직 관리들은 이란의 대리 세력들이 더 많은 공격을 감행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면서 교전이 점차 격화되고 의도치 않은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서방 관리는 "이 사태를 통제불능 상태로 몰아넣을 요인들이 너무나도 많다"며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1차대전 일으킨 사라예보 사건처럼 일촉즉발 될 수도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는 지난달 17일부터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을 대상으로 28차례의 로켓 및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란의 대리 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더 많은 공습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더 강한 반격에 나선다면 친이란 민병대가 응징에 나서면서 확전에 불이 지펴질 수 있다.

NBC방송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처럼 적을 저지하려는 하나의 시도가 침략행위로 해석되거나, 잘못 발사된 로켓이 엄청난 사상자를 내거나 할 때 지역 전체가 불길에 잠길 수 있다고 전했다.

아들 부시 행정부 시절 중동 정책을 총괄했던 존 앨터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는 "위험한 건 이란이 선전포고하는 게 아니라, 어떤 야전 지휘관이 어리석은 짓을 해서 하루 만에 상황이 혼돈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패배 위험에 처해 있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이란의 계산법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NBC는 해석했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북부에서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

2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중부의 부레이 지역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파괴된 모습. 2023.11.02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가자지구 참혹해질수록 온건한 아랍국가도 등 돌린다

서방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공세가 장기화될수록 중동 내 이슬람 무장세력들의 반발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마스를 지지하지 않는 온건한 아랍 국가들조차도 등을 돌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악감정을 부채질하는 사건도 있었다. 최근 이스라엘방위군(IDF) 병사들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학대하고 망신 주는 장면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됐다.

IDF는 사건을 조사해 보겠다고 밝혔으나, NBC방송은 언제 어디서 촬영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이 영상이 아랍계의 분노를 자극하면서 중동 내 갈등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의 포격을 받은 가자 지구 누세이라트 난민톤의 허물어진 주택이 보인다. 2023.1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집트처럼 온건한 아랍 국가들은 향후 가자지구에 대한 정치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텐데, 이들의 민심마저 잃으면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조차도 찾을 수 없게 된다.

미국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이스라엘이) 서사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요르단과 바레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항의해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중 유일한 중동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라나 누세이베 유엔주재 대사는 지난달 30일 안보리에서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이 없다면 대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중동) 일대에 더 광범위한 확전을 경고하는 믿을 만한 징후가 있다. 전쟁의 북소리가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개시 이후 사상자 수는 연일 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일 기준 가자지구에서 18세 미만 3760명을 포함한 906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14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목숨을 잃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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