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 예치해도 연이율 3.2%… 후끈 달아오른 은행권 수신 경쟁
"올해 추석 상여금을 케이뱅크 플러스박스(연이율 2.3%)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카카오뱅크에서 연 8% 이자를 주는 한 달짜리 적금이 나왔다. 어차피 지금 당장 쓸 돈이 아닌 데다, 이율이 3배 넘게 차이가 나기에 큰 금액은 아니어도 적금으로 옮겨야겠다 싶었다."
지난달 카카오뱅크가 출시한 연이율 8%(1개월 만기) 적금 상품 '한달적금'에 가입한 30대 직장인 조 모 씨의 말이다. 최근 은행권에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함에 따라 조 씨처럼 '어디서 가장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지' 꼼꼼히 따진 뒤 상품을 갈아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연이율 13.6% 적금까지…
11월 1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는 4.02~4.08%다(표1 참조). 12개월 만기 상품은 3.5~4.06%, 24개월은 3.25~3.55%, 36개월은 3.25~3.8%다. 6개월 기준으로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5대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연이율 4.08%)이다. 전체 은행권에서는 SH수협은행 '헤이 정기예금'과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이 모두 연 4.2% 이자를 준다. 12개월 기준으로는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4.05%)이, 전체 은행권에서는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4.35%)이 이율이 가장 높다. 이 밖에 초단기 예금 상품의 금리도 예사롭지 않다. 대표적 예로 케이뱅크 '코드K정기예금'은 1개월 3.2%, 3개월 3.8%, 6개월 4% 연이율이 적용된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충당?
은행들이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상황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 예적금 상품 출시로 늘어난 지출을 향후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충당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계부채가 경제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출금리가 현 수준보다 급격히 오르면 이른바 '영끌족'이 붕괴하면서 금융 시스템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큰 폭으로 늘었다. 10월 26일 기준 684조8018억 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 원)보다 2조4724억 원 증가한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전월(517조8588억 원) 대비 2조2504억 원 늘어난 520조1093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은 2021년 10월(전월 대비 3조4380억 원)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다.최근 들어 정부가 가계대출의 고삐를 죄면서 이미 일부 은행은 '대출 수요 억제'를 이유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11월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상품(6개월 주기)의 가산금리를 0.05%p 인상했다. 또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중 지표 금리가 1년물 이하인 상품의 가산금리도 0.05%p 올렸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은 신한은행보다 앞선 10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p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같은 달 NH농협은행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3%p 축소함으로써 사실상 금리를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들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폭은 지표 금리인 은행채나 코픽스 상승폭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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