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키스, 사랑하거나 아프거나

도광환 2023. 11. 4. 0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키스는 감미롭다.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키스는 신비롭거나 기이하다.

아름답지만, 가장 슬픈 키스는 프란체스코 하예즈(1791~1882)가 그린 연인의 키스다.

남녀가 나누는 사랑의 상징은 키스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키스는 감미롭다. 그 단어만으로 설렌다.

하지만 키스는 달콤함만을 상징하진 않는다. 키스 뒤엔 다양한 아픔이 서려 있기도 하다. 이별, 회상, 혹은 죽음까지도.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이 만든 불후의 키스는 '정열'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1882)

남자 목을 감은 여인의 손, 여자 허벅지에 다소곳이 놓인 남자의 손, 살짝 비튼 여자 상반신 등은 따라 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로댕의 '키스' 로댕 미술관 소장

키스를 소재로 한 가장 유명한 회화는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황금빛 키스다. (1908)

입과 입이 마주치기 직전, 무심하게 수용한 듯한 여인의 표정이다. 자기 목을 감은 남자 손을 살며시 잡은 그녀 손에서 둘의 접촉을 한 단계 깊게 느낄 수 있다.

무릎을 꿇은 여자의 자세는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굴복이다. 죽음과 연관된 관능을 숨겨 놓았다는 평도 받는다.

클림트 '키스' 벨베데레 미술관 소장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키스는 신비롭거나 기이하다. (1928) 초현실주의 작품 경향답게 '하되 하지 않는', '있되 있지 않은', 현실 부재(不在)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코로나 시대를 풍자하는 그림으로 자주 인용됐으니, 마그리트는 인류의 페이소스(연민)를 예견한 화가로 자리매김한다.

마그리트 '키스'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신고전주의 프랑스 조각가, 안토니아 카노바(1757~1822)가 제작한 키스는 최상급 황홀경이다. '프시케를 깨우는 큐피드의 키스'(1793)다.

신화 내용을 현실 세계로 옮긴 '순간 포착'이지만, 3차원으로 구현된 그들의 바라봄은 영원히 이어질 것 같다. 큐피드 머리를 감싼 프시케 두 손은 중력에 저항하는 듯한 애타는 당김(引)이다.

카노바의 '키스' 루브르 박물관 소장

아름답지만, 가장 슬픈 키스는 프란체스코 하예즈(1791~1882)가 그린 연인의 키스다. (1859)

'이탈리아 통일 운동'과 관련 있다. 강대국 오스트리아에 맞서 프랑스와 손잡고 전쟁을 벌인 이탈리아 한 병사가 전쟁터로 떠나며 프랑스 여인과 이별하는 순간을 그렸다.

헤어지기 싫은 두 사람의 마음은 살짝 보이는 얼굴, 하나 된 그림자에 잘 표현돼 있다. 붉은 망토(이탈리아)와 푸른 드레스(프랑스)는 두 나라 동맹을 상징한다.

하예즈의 '키스' 브레라 미술관 소장

콘스탄틴 브랑쿠시(1876~1957)의 키스는 동화 같다. (1908)

돌의 물리적 속성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으며 표현도 단순하다. 단순함을 넘어 단조롭기까지 하다. 매끄럽지 않은 아름다움이다.

로댕의 키스를 본 뒤에 만든 것이라고 하니 거장을 극복하려는 도전 의식의 발로다. 브랑쿠시는 키스 작품을 연작으로 꾸준히 제작했다.

브랑쿠시 '키스'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남녀가 나누는 사랑의 상징은 키스다. 평소에는 먹고, 말하고, 웃는 기능을 가진 입과 입의 접촉이지만, 여러 작품에서 본 것처럼 손과 손의 만남이기도 하다.

키스는 할 때보다 하기 직전이 더 농밀하다. 꼭 키스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이성에게 사랑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손부터 잡자. 그전엔 눈부터 바라보자. 곧 감을지라도….

사랑한다면, 욕망보다는 교류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dohh@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