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키스, 사랑하거나 아프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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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는 감미롭다.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키스는 신비롭거나 기이하다.
아름답지만, 가장 슬픈 키스는 프란체스코 하예즈(1791~1882)가 그린 연인의 키스다.
남녀가 나누는 사랑의 상징은 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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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키스는 감미롭다. 그 단어만으로 설렌다.
하지만 키스는 달콤함만을 상징하진 않는다. 키스 뒤엔 다양한 아픔이 서려 있기도 하다. 이별, 회상, 혹은 죽음까지도.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이 만든 불후의 키스는 '정열'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1882)
남자 목을 감은 여인의 손, 여자 허벅지에 다소곳이 놓인 남자의 손, 살짝 비튼 여자 상반신 등은 따라 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키스를 소재로 한 가장 유명한 회화는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황금빛 키스다. (1908)
입과 입이 마주치기 직전, 무심하게 수용한 듯한 여인의 표정이다. 자기 목을 감은 남자 손을 살며시 잡은 그녀 손에서 둘의 접촉을 한 단계 깊게 느낄 수 있다.
무릎을 꿇은 여자의 자세는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굴복이다. 죽음과 연관된 관능을 숨겨 놓았다는 평도 받는다.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키스는 신비롭거나 기이하다. (1928) 초현실주의 작품 경향답게 '하되 하지 않는', '있되 있지 않은', 현실 부재(不在)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코로나 시대를 풍자하는 그림으로 자주 인용됐으니, 마그리트는 인류의 페이소스(연민)를 예견한 화가로 자리매김한다.
신고전주의 프랑스 조각가, 안토니아 카노바(1757~1822)가 제작한 키스는 최상급 황홀경이다. '프시케를 깨우는 큐피드의 키스'(1793)다.
신화 내용을 현실 세계로 옮긴 '순간 포착'이지만, 3차원으로 구현된 그들의 바라봄은 영원히 이어질 것 같다. 큐피드 머리를 감싼 프시케 두 손은 중력에 저항하는 듯한 애타는 당김(引)이다.
아름답지만, 가장 슬픈 키스는 프란체스코 하예즈(1791~1882)가 그린 연인의 키스다. (1859)
'이탈리아 통일 운동'과 관련 있다. 강대국 오스트리아에 맞서 프랑스와 손잡고 전쟁을 벌인 이탈리아 한 병사가 전쟁터로 떠나며 프랑스 여인과 이별하는 순간을 그렸다.
헤어지기 싫은 두 사람의 마음은 살짝 보이는 얼굴, 하나 된 그림자에 잘 표현돼 있다. 붉은 망토(이탈리아)와 푸른 드레스(프랑스)는 두 나라 동맹을 상징한다.
콘스탄틴 브랑쿠시(1876~1957)의 키스는 동화 같다. (1908)
돌의 물리적 속성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으며 표현도 단순하다. 단순함을 넘어 단조롭기까지 하다. 매끄럽지 않은 아름다움이다.
로댕의 키스를 본 뒤에 만든 것이라고 하니 거장을 극복하려는 도전 의식의 발로다. 브랑쿠시는 키스 작품을 연작으로 꾸준히 제작했다.
남녀가 나누는 사랑의 상징은 키스다. 평소에는 먹고, 말하고, 웃는 기능을 가진 입과 입의 접촉이지만, 여러 작품에서 본 것처럼 손과 손의 만남이기도 하다.
키스는 할 때보다 하기 직전이 더 농밀하다. 꼭 키스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이성에게 사랑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손부터 잡자. 그전엔 눈부터 바라보자. 곧 감을지라도….
사랑한다면, 욕망보다는 교류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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