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와 재혼?" 정서적 반감에도 '1위 질주'…재패니메이션 열풍
'그대들은 어떻게~' 9일째 1위
올 상반기 '슬램덩크'·'스즈메' 흥행
"기존 팬덤 있었기에 관객몰이 용이"
영화 '거미집', '1947 보스톤' 등 대형 국내 작품들이 연달아 흥행 부진을 겪은 가운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누적 관객 수는 115만5743명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개봉 첫날인 지난달 25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후 '소년들', '톡 투 미' 등 기대작들의 연이은 개봉에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다만 인기와 달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평점은 좋지 않다.
3일 기준 네이버 영화 평점은 10점 만점에 6.84점이며, CGV 골든에그지수는 72%를 기록하고 있다. CGV 골든에그지수가 타 평점 사이트에 비해 대체로 후한 점을 고려할 때, 결코 높은 점수라고 할 수 없다.
이는 한국 정서에 익숙하지 않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속 설정 때문으로 보인다. 20대 남성 김모씨는 "작중 아버지가 자기 처제와 재혼하는 설정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30대 남성 이모씨도 "일제강점기는 한국인 정서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작품이 의미하는) 뜻이 있다는데, (휴식을 위한) 영화를 보면서까지 머리 아프게 해석하고 싶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이 진행 중인 1940년대 초반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소년 마히토는 군수공장을 운영하는 집의 아들이며, 그의 모친이 1942년 둘리틀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점이 일부 관람객들에게는 '일본이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반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혹평에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높은 예매율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1일 '소년들'이 개봉하면서 상영점유율이 낮아졌음에도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에 있어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국내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본 관객 대부분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이라 믿고 봤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가 이사 겸 명예회장으로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는 일본에 지브리 미술관, 지브리 파크를 열 정도로 파급력이 있다. 국내에서도 이 두 곳은 일본 여행 관광지로 인기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흥행은 국내에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및 지브리 팬덤이 응집한 결과"라며 "더욱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내놓은 작품이다. '바람이 분다' 이후로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뿐만 아니라 올해 대한민국 영화계는 '재패니메이션'(일본 Japan과 애니메이션 animation을 합성한 조어)이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476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인 데 이어, 3월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3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2009년 12월 개봉한 '아바타'(43일) 이후 최장기간 흥행 기록을 세웠다. 누적 관객 수는 555만명으로 올해 국내 개봉한 작품 중 관객 수 3위다.
이는 '한국 영화 위기론'이 우려될 만큼 한국 작품의 흥행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일군 결과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이러한 재패니메이션의 인기와 관련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은 팬덤이 이미 있던 영화"라며 "더욱이 (한국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희망적이고 상처를 치유하는 요소들이 있다 보니까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11월 기대작으로 꼽혔던 '더 마블스'가 할리우드 파업에 따른 소극적인 홍보로 예매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기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흥행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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