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역적' 플럿코 보고있나? '사흘 쉬고 헌신' 2년만의 기적투. 이런 투수도 있다 [PO4 리포트]

김영록 2023. 11. 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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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4차전. 6회 동료들의 호수비에 감사함을 표하고 있는 쿠에바스. 창원=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3.11.03/

[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경이로운 헌신이다. 사령탑의 굳건한 믿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연고지도, 팀도, 인종도 다름에도 '최동원'이란 영광스런 별명을 지닌 외국인 투수가 있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다. 팬들은 그를 '쿠동원(쿠에바스+최동원)'이라 부른다.

팀을 위하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투수에게 따라붙는 호칭이다. 2년전 기적을 연출하고, 더 나아가 우승까지 이끌었기에 가능했다.

올해 대체 외인으로 긴급합류, 1년 반만에 KBO리그 무대에 복귀했다. 돌아오자마자 그 진가를 뽐냈다. 총 18경기에 선발등판, 114⅓이닝을 소화하며 12승무패 100탈삼진 평균자책점 2.60으로 호투했다. 단숨에 승률왕을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이강철 KT 감독과의 궁합이 눈부시다. 고비에 부딪힐 때마다 쿠에바스를 찾고, 그 기대에 보답한다.

쿠에바스는 올시즌 도중 대체 외인으로 긴급합류, 1년 반만에 KBO리그 무대에 복귀했다. 돌아오자마자 그 진가를 뽐냈다. 총 18경기에 선발등판, 114⅓이닝을 소화하며 12승 무패 100탈삼진 평균자책점 2.60으로 호투했다. 단숨에 승률왕을 거머쥐었다.

큰 경기에 더 강했던 쿠에바스다. 벤자민과 고영표가 있음에도 일찌감치 쿠에바스를 1차전 선발투수로 점찍었다.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PO 4차전 KT와 NC의 경기, 5회말 KT 쿠에바스가 NC 권희동의 땅볼타구를 처리한 3루수 황재균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창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03/

첫 결과는 당황스러웠다. 1차전에서 3이닝 동안 홈런 포함 6피안타 7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지만 제구가 흔들렸다. 베테랑 황재균의 실책까지 겹치면서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사령탑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1차전에 투구수(75구) 보고 미리 교체했다. 바로 4차전 준비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쿠에바스도 추가 설명 없이 감독의 지시에 즉각 납득했다고.

강인권 NC 감독도 이에 대해 "예상하고 있었다"는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쿠에바스와 1차전 맞대결을 벌였던 페디는 98구를 던졌고, 앞서 부상 복귀전을 치른 우려도 있었다. 결국 4차전 등판이 불발됐고, 4차전 승패는 여기서 갈렸다.

반면 '쿠동원'을 향한 신뢰는 즉각 보답받았다. 반전의 호투가 펼쳐졌다. 한국시리즈와 탈락의 기로에서 팀의 운명을 책임지는 것이야말로 에이스의 숙명이다.

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4차전. 6회 투구를 마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쿠에바스. 창원=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3.11.03/

쿠에바스는 1회초 첫 타자 손아섭의 타석에서 또다시 황재균의 실책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흔들리지 않았다. 박민우 박건우를 내야플라이, 마틴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5회 2사까지 NC의 17타자를 상대로 연속 범타 행진을 벌였다. 5⅔이닝 노히트노런이었다. 손아섭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아쉽게 노히터는 깨졌지만, 박민우를 내야땅볼로 처리하며 6회까지 1안타 무4사구 무실점 역투를 완성했다. KT 벤치는 7회 비로소 쿠에바스 대신 손동현을 투입했다.

KT 팬들은 쿠에바스가 연출한 2021년의 '기적'을 기억한다. 그가 '쿠동원'이란 별칭을 얻은 이유다.

당시 쿠에바스는 10월 28일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108개를 던졌다. 그리고 단 이틀 휴식 후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10월31일)에 선발등판, 7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며 8탈삼진 무실점의 괴력투를 펼쳤다.

2021년 10월 31일 삼성과의 타이브레이커 경기 당시 포효하는 쿠에바스. 스포츠조선DB

이해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이어진 결정적인 경기였다. 특히 7회말 148㎞ 직구를 꽂으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긴 뒤 뿜어낸 포효는 KT 팬들의 가슴에 깊게 새겨졌다. 말 그대로 '1000%'의 에너지였다.

반면 불명예 그 자체인 '런'이란 멸칭이 주어지는 선수들도 있다. '로닝맨(로니+런닝맨)' 제임스 로니(전 LG 트윈스)가 대표적. 그리고 '플런코(플럿코+런)'가 있다. 올해 의사의 진단에도 불복하고 주치의만을 신뢰하며 등판을 거부한 끝에 '퇴출'당한 투수다.

아담 플럿코는 올해 KBO리그에서 2번째 시즌을 보냈다. 작년에도 성적은 좋았다. 28경기에 선발등판, 162이닝을 소화하며 15승5패 평균자책점 2.39의 호성적을 남겼다.

켈리와 플럿코(왼쪽)의 즐거웠던 한때. 스포츠조선DB

시즌 막판에 문제가 생겼다. 정규시즌에서는 27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피칭을 하며 한번도 5회 이전에 무너진 적이 없었던 플럿코는 마지막 등판으로 기록된 9월 25일 인천 SSG 랜더스전서 경기전 갑작스런 등 통증으로 첫 타자에게 자동 고의4구를 보낸 뒤 마운드에서 내려오며 처음으로 5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플럿코는 이후 재활을 하면서 플레이오프 2차전만 준비했다. 스스로의 스케줄을 만들어 준비했고 LG가 휴식 기간 동안 KT 위즈 2군과의 연습경기를 했을 때 투수들이 실전 등판을 하며 경기 감각을 올렸는데 플럿코는 실전 등판을 하지 않고 라이브 피칭으로 준비를 했었다. 코칭스태프는 플럿코에게 연습경기 등판을 제안했지만 플럿코가 라이브 피칭만 하겠다고 하자 그의 의견을 존중했다.

플럿코였기에 믿었던 것. 정규시즌 내내 안정감을 보였고, 키움전엔 2승1패 평균자책점 1.82의 더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 1차전서 승리를 거둔 뒤 플럿코의 등판이라 2연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플럿코는 1회부터 2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그리고 2회엔 끝내 마치지 못하고 5개의 안타로 5점을 내주고 말았다. 특히 2아웃 이후 3연속 안타를 맞고 계속 추가점을 줘 0-6으로 벌어졌다. LG는 착실히 따라갔으나 결국 6대7, 1점차로 패했다. 2차전서 기세가 꺾인 LG는 결국 3,4차전까지 내주고 한국시리즈 티켓을 키움에게 내주고 말았다.

전 LG 애덤 플럿코. 스포츠조선DB

올시즌 재계약을 한 플럿코는 전반기에 에이스의 역할을 했다. 전반기 17경기서 11승1패 평균자책점 2.21의 눈부신 피칭을 했다. 케이시 켈리가 전반에 부진했기에 플럿코가 더욱 기특해보였다.

그러나 후반기에 부진했다. 4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2패, 평균자책점은 3.38로 좋지 못했다. 게다가 감기 몸살에 코로나19까지 걸려 한동안 등판하지 못했고, 골반뼈 타박상으로 8월 26일 창원 NC전을 마지막으로 긴 휴식에 들어갔다.

LG 염경엽 감독은 이후 검진에서 좋아졌다는 결과에 플럿코에게 피칭을 주문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던지기 위해선 확실한 피칭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플럿코는 한차례 불펜 피칭을 했지만 이후 피칭을 하지 않았다. 미국에 있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는 피칭을 더이상 거부했다. 국내 의료진의 검진 결과를 두고 설득작업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플럿코는 한국보다 미국 의사의 말을 신뢰했고, 결국 몸이 재산인 선수다 보니 팀을 위한 희생보다는 자신의 건강만을 더 생각했다.

한국시리즈에 선발 등판을 하기 위해선 늦어도 한달 전엔 피칭에 돌입해야 했지만 결국 마지노선을 넘었다. 어쩔 수 없이 LG는 플럿코와 합의하에 미국으로 조기 귀국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전 LG 애덤 플럿코. 스포츠조선DB
전 LG 애덤 플럿코. 스포츠조선DB


창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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