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수백년 된 무덤이…37년만에 후손 찾았지만 이전은 '글쎄'

노경민 기자 2023. 11. 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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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부산 동구 증산공원.

증산공원은 1986년 만들어진 근린공원이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 구는 공원이 설치된 지 37년만에 후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허근형 동구의원은 "미조성 공원으로 남은 공원들은 많은 사업에 제약을 받고 있다. 시 차원의 국유지 매입이 있어야 조성공원이 될 수 있는데 그동안 증산공원은 매입 대상에서 후순위였다"며 "후손과 합의해 묘를 이장하고 현대식 어린이 놀이터로 재탄생시킨다면 다시 어린이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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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증산공원…공원 조성 전부터 묘 있었던 걸로 추정
부산 공원 절반 '조성 완료 안 된 곳'…자체 재정비 어려움
부산 동구 증산공원의 놀이터에 있는 묘지.2023.10.31/뉴스1 ⓒ News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놀이터에 웬 묘가?"

지난달 31일 부산 동구 증산공원. 가족과 함께 놀이터에서 산책하던 주민 A씨가 한참 동안 무덤을 살펴보고 있었지만 선뜻 가까이 다가서지는 못했다.

놀이터 한가운데에는 비석과 함께 설치된 묘가 떡 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바쁜 도시 속에 자연의 여유로움을 제공하는 이 공원에는 운동하러 오는 주민들로 늘 북적인다. 하지만 공원에 놀러 온 아이들은 오싹함 때문인지 늘 꺼려지는 곳이 바로 놀이터다.

A씨는 "어른들이야 괜찮겠지만 아이들이 조금 무서워할 것 같다"며 "평소 공원에 산책 오시는 분들도 왜 묘가 여기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증산공원은 1986년 만들어진 근린공원이다. 도시철도 좌천역에서 나와 산복도로를 올라가면 동구도서관 옆에 자리한 것을 볼 수 있다.

공원에서 만난 주민들은 근처에 공원이 없어 산책하러 이곳을 자주 온다고 했다. 전망대부터 게이트볼장, 농구장까지 다양한 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놀이터 한복판에 위치한 무덤이다.

관할 지자체도 최근까지 묘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묘가 먼저 세워졌는지 공원이 먼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한 상태였다.

그러다 주민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동구는 지난 9월 추석연휴에 묘 옆에 '후손이 계신다면 구청에 연락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했다.

추석이 지나고 나서 구는 공원이 설치된 지 37년만에 후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후손 측은 시조의 35대손으로 묘에 안장된 선조와 11대 손 정도 차이 나 300년 정도 된 묘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아직 이전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후손 측에 이전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게 구의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지자체 마음대로 묘를 이전할 수는 없다. 후손 측과 협의하고 이전 예산까지 마련해야 한다"며 "근린공원은 구 차원에서 재정비하거나 시설 보수할 수 있으나 주로 시에서 관리하고 있어 구에서 자체 관리가 어렵다. 국유지 매입 계획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정비가 예정된 증산공원 데크의 출입금지 선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허물어져 있다. 2023.10.31/뉴스1 노경민 기자

이처럼 구가 오랫동안 묘 주인을 알지 못한 데다 이전 등 재정비가 어려운 이유는 부족한 예산뿐만 아니라 공원 대부분이 국유지인 점도 한몫한다.

공원은 전체 면적 중 국유지 면적 비율에 따라 '조성완료' '조성 중' '미조성'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조성완료 공원은 대부분 지자체 소유의 땅이다. '조성 중'인 증산공원은 전체 면적 2만7126㎡ 중 약 93%가 국유지로 대부분 산림청이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조성 중 공원이나 미조성 공원은 시설 재정비를 위해선 땅 주인인 국가나 사유지 주인에 매번 허가를 받아야 해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주민들의 민원이 있어도 자체 결정 권한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증산공원 역시 목재 데크 등 일부 시설이 낡아 수리가 필요한데, 재정비 계획을 세울 때마다 산림청에 일일이 허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번거로움은 증산공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부산의 도시공원은 총 1042개이고, 이중 조성 중이거나 미조성된 공원은 전체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96개(47.6%)다.

허근형 동구의원은 "미조성 공원으로 남은 공원들은 많은 사업에 제약을 받고 있다. 시 차원의 국유지 매입이 있어야 조성공원이 될 수 있는데 그동안 증산공원은 매입 대상에서 후순위였다"며 "후손과 합의해 묘를 이장하고 현대식 어린이 놀이터로 재탄생시킨다면 다시 어린이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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