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에서 친구로 남북의 '작은 통일'

이상현 2023. 11. 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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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이 3만 4천명에 이른다죠?

처음엔 낯설었던 남한 사회에 뿌리내리고 이제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된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이렇게 정착한 탈북민과 남한 출신 주민들이 각 지역에서 어울려 하나가 된 다양한 경험이 무대에 올려졌다는데요.

그 현장에 이상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충북 음성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들어서 있는 조그마한 건물.

2009년 세살배기 딸과 함께 남한으로 온 탈북여성이 회사생활과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5년전 창업한 북한술 제조업체입니다.

[김성희/북한전통주 제조업체 대표(탈북민)] "저희같이 탈북민 기업가들은 일단 자본력이 취약하고 인적인 네트워크가 취약하기 때문에 딱 나만 할 수 있는 걸 해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생각하다 보니까 저희 집안에 내림주가 있었어요.. 교육을 받아보니까 그게 전통주였더라고요."

어릴 적, 고향인 함경북도 회령에서 외할아버지에게 전수받은 기억을 토대로 비교적 도수가 높은 북한 전통주 사업에 도전했는데요.

남한 농산물과 북한 제조방법을 합쳐 하나가 된 맛을 술병에 담아냈고, 힘들었던 코로나 시기를 돌파할 만큼 안정적 성장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안정적 정착엔 10여 년에 걸쳐 쌓아온 이웃 주민들과의 정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성희/북한전통주 제조업체 대표(탈북민)] "나를 알아주는 데를 찾아다니지 말고 이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수 있게 내가 열심히 하면 이 지역에서부터 작은 사회통합이 일어나지 않을까?"

어려울때 또 바쁠때엔 서로 돕고, 서로의 것을 조금씩 나누며 살아온 생활이 새로운 친구, 가족, 또 하나의 고향을 만들어줬고, 안정적 삶의 토대가 되어주었습니다.

[서용운/음성 주민] "힘들면 아, 힘들어 못하겠어 이러잖아요. 그런게 없어요. 도전성 있고. 힘들어도 그냥 하고, 그거 보고 야~ 참 열심히 산다."

[이봉순/음성 주민] "얘 진짜 참 올바르게 열심히 사는구나 누구보다도. 그런게 내 마음에 와서 닿기 때문에 그냥 나 역시도 뭔가를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잘해주고 싶은 이런 마음이 있고"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렇게 남북출신 주민들이 서로 어울려 '작은 통일'을 이뤄나간 이야기들이 이곳 남북통합문화센터에 한꺼번에 펼쳐진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까요? 함께 들어가보시죠."

종전의 '탈북민 정착경험 발표대회'가 10년 째를 맞아 '남북한 사회통합사례 발표대회'로 확대됐다는 행사장.

[조민호/남북하나재단 이사장] "그 동안에는 탈북민들이 단순한 정착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남한 사람들하고 사회통합을 함으로써 통일의 밑거름이 되는.. 통일이라는 건 결국은 북한 주민과 남한 주민이 하나가 되는 건데, 하나되기 앞서 우리 남한 사회부터 하나로 한번 가보자라는 개념인 거죠."

남북 출신 주민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가장 처음 연단에 오른 주인공은 음성에서 만났던 북한전통주 제조업체 대표였습니다.

[김성희/통일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북한전통주 제조 탈북민)] "여러분, 탈북민과 지역민과의 성공적인 사회통합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우리 탈북민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낯선 이방인이 아닌 가족과 같은 이웃이 되는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한정착 8년차의 30대 간호사는 남한에서 받은 혜택에 보답코자 코로나 선별진료소 근무를 자청했고 기부도 하고 있다며 작은 것부터 해 나가자고 역설했고요.

[이복신/같이 삽시다(탈북 간호사)] "저는 우리가 사회통합을 이룬다고 하면 뭔가 크고 대단한걸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사소한 것 하나가 모여서 크게 되고 그게 대단한 게 된다고 생각을 해요. 친해지면서 작은 고민 나누고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분들한테서 도움이 필요하면 손 내밀 수도 있고 이렇게 서로 주고받으면서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살아가는 삶, 저는 그것이 곧 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회사에서 근무하는 40대 탈북민은 갑작스레 낯선 이방인과 살게 된 남한 주민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전명순/잘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청소회사 근무 탈북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를 가진 언니 때문에 힘든 나날들도 있었고 일하는 방식과 생각 차이가 달라서 마찰이 있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나를 깨우쳐준 지인의 한마디를 떠올리며 진짜 일어섰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라. 그가 안하면 내가 하면 된다."

남한 출신 주민들도 연단에 올랐는데요.

하나원 파견교사로 근무하며 맺었던 탈북 청소년들과의 인연을 지금까지 멘토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선생님부터,

[남현욱/심장에 남은 제자들(교사)] "저는 저의 제자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사회에 나아가서 대접받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이 저를 잠깐 스쳐간 손님이 아니라 저의 제자들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안학교 근무 등을 하며 만나게 된 탈북 청년들의 부모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회사원 부부까지,

[오현정/이곳도 살기엔 괜찮은 곳이란다(회사원)] "통일이 되기 전까진 아빠 엄마가 되어줄께. 대산 통일이 되어 살아계신 너희들의 엄마 아빠가 내려오시면 그땐 작은 아빠, 작은 엄마로 할 거야."

멀게만 느껴지는 남북의 통합은 이렇게 조금씩 우리 가까이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남북통합 파이팅!"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40177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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