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나 다름없다? 같지만 다른 남북한 언어

문정실 작가 2023. 11. 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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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같은 한글을 사용하는데 북한 말은 우리가 쓰는 말과는 좀 다르죠? 오늘은 남북한 언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김필국 앵커 ▶

안녕하세요.

◀ 차미연 앵커 ▶

나민희 씨는 남한 오신 지 이제 꽤 되셨잖아요. 북한에서는 잘 안 썼는데 남한에서는 좀 뭐가 다르다 이렇게 느낀 점 있으신가요?

◀ 나민희 ▶

아무래도 북한에서는 거의 안 썼었는데 이제 남한에 와서 자주 쓰게 된 '사랑'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북한에도 분명히 사랑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어떤 조국에 대한 사랑 이런 식으로 어떤 좀 개인 간에는 잘 안 쓰는 그런 표현이었거든요. 이제 남한에 오니까 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쓰고 있잖아요. 뭐 고객센터에 연락을 해도 이제 사랑합니다. 고객님

◀ 나민희 ▶

이렇게 나오니까 저도 이제 한국에 와서는 되게 자연스럽게 많이 쓰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렇네요.

◀ 김필국 앵커 ▶

얼마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매체가 우리나라를 괴뢰라 표현해 논란이 됐었잖아요. 그런데 북한이 우리나라를 괴뢰라 칭하는 일 올해 들어 꽤 잦았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노동신문의 아시안게임 보도입니다. 남한 팀을 괴뢰로 표현했던 바로 그 기사인데요. 사실 북한 TV에서 괴뢰라는 표현은 올해 첫날에도 등장했었습니다.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 김필국 앵커 ▶

심지어 태풍 관련 뉴스에서도 우리나라를 괴뢰로 표현했습니다.

"괴뢰지역에서 이번에 들이닥친 태풍 6호로 인명 및 물질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이 괴뢰라는 표현을 안 썼던 건 아니지만 올해 들어 빈도수가 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남초록 ▶

괴뢰는 원래 꼭두각시 인형이라는 뜻인데요. 남의 지시에 따라서 주체성이 없이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이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괴뢰를 제국주의 앞잡이라는 의미로도 쓰는데요. 남북 관계가 좋을 때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이 말이 최근에는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남북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겠죠.

◀ 김필국 앵커 ▶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서 표현이 달라지기도 하는 듯한데요. 같은 말을 남북이 서로 다른 의미로 쓰기도 하고 또 반대로 의미는 같은데 서로 다르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죠?

◀ 남초록 ▶

남한의 표준어에 대응되는 개념이 북한의 문화어인데요. 평양말을 기준으로 노동자 계층에서 쓰는 말로 언어생활의 기준이 되는 말로 규정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한의 이념이나 어떤 사회 제도적 차이가 어휘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서 동무라는 단어는 남한에서는 늘 친하게 지내는 어울리는 사람의 뜻으로 쓰이는데 북한에서는 이 뜻 외에도 혁명대오에서 함께 싸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또 한자어나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를 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척 보아서는 나뉜옷 같아 보이지만 이 옷 역시 달린옷입니다. 허리 부위에 흐르는 듯한 나풀단 방식을 해주었습니다."

◀ 나민희 ▶

저는 이제 한국에 와서 외래어가 아무래도 가장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카페를 좀 하고 있는데 특히 디저트 관련해서는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그러니까 북한은 그냥 우유가 들어가면 우유빵이고 달걀이 들어가면 우유 달걀 빵이고 생긴 게 네모나면 네모난 빵 이렇게 얘기를 했었는데

◀ 나민희 ▶

이제 여기 오니까 뭐 마들렌 휘낭시에 이제 처음에는 차이를 몰라서 이제 손님이 휘낭시에를 달라고 했는데 마들렌을 드린 적도 있고 그래서 한국은 보면 이제 영어 관련된 외래어를 많이 쓰는 것 같고 북한에 있을 때는 저도 모르게 이제 쓰곤 했었지만 일본어 관련한 그런 밴또라든가 그리고 러시아어의 영향도 또 많이 받아서 그 탱크를 또 땅크라고 하기도 하고 소시지 같은 걸 북한에서는 꼴바사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또 남북한의 외래어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렇군요. 남북의 언어 차이 분명히 어휘에서 제일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기는 한데요. 가만히 보면 문법과 화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지난해 10월 만경대혁명학원 75주년 기념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 연설입니다.

"주체혁명위업수행에서 중추적역할을 담당할 기둥감들을 육성하는 것"

◀ 김필국 앵커 ▶

들을 때는 드러나지 않지만 김정은의 말을 전한 노동신문을 보면 중추적 역할을 붙여서 쓴다든지 띄어쓰기가 전혀 다른 걸 볼 수 있습니다.

◀ 남초록 ▶

북한이 남한보다 붙여쓰기 원칙을 더 많이 적용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무슨 무슨 적 무슨 무슨 식과 같은 말 뒤에 명사가 오면 남한은 띄어 쓰는데 북한은 붙여 씁니다.

"우리 혁명앞에 나선 중대한 역사적 과제는 전당의 이민위천" "우리 국가 과학원에 대한 현지지도에 첫 자욱을 새기신 것은 2014년 1월 14일" "만경대 혁명사적지 기념품 공장에서 제품의 가지 수를 늘리기 위한 사업과 "

◀ 남초록 ▶

북한에서는 주로 실용적인 방법에 의해서 이렇게 붙여 쓰는 거고요. 남한에서는 보조용언 같은 경우에는 남한에서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기는 한데 붙여 쓰는 것도 허용을 하고 있어서 좀 헷갈리는 부분이 있죠.

◀ 차미연 앵커 ▶

남북한 외래어 차이는 스포츠 중계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벨기에는 벨지끄 폴란드를 뽈쓰까라고 하고요. 다이빙을 물에 뛰어들기라고 하는 등 국가명이나 외래어를 표기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청소년이 야영지에서 아버지에 대해 쓴 수필을 볼까요? 매 순간도 그 품 떠나 못 살 아버지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 학생이라면 살지 못한 아버지라고 했을 텐데요. 확실히 차이가 있네요?

◀ 남초록 ▶

차이가 있죠. 남한에서는 서울에 못 가봤다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서울에는 가도 못 봤다라고 하죠. 이는 화법의 차이인데 북한에서는 이제 부정의 못이 가와 보다 사이에 와서 가도 못 보다로 씁니다.

◀ 차미연 앵커 ▶

의미가 좀 다르게 느껴지네요.

◀ 나민희 ▶

저도 이제 유튜브를 하면서 보니까 자막을 달아야 되다 보니까 이런 차이들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기도 했지만 댓글에 보면 씁니다 보다 읍니다를 많이 쓰시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참 이해가 안 됐었었어요. 왜 이건 당연히 있습니다 인데 왜 있읍니다라고 쓰실까 그래서 일본어 잔재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예전에는 읍니다를 썼는데 이제는 이제는 습니다. 이렇게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바뀌기도 하는구나. 이제 문법이라든가 이런 표준어 이런 게 많이 바뀌다 보니까 그때그때 찾아봐야 되는 점도 있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러네요.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이 띄어쓰기뿐만 아니라 문법도 굉장히 적응하시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언제 제일 힘드셨어요?

◀ 나민희 ▶

수학 용어라든가 이런 거는 또 확실히 차이가 있더라고요. 북한에서 공부를 좀 하다가 와서 수능 준비하는 친구들이 그것 때문에 좀 힘들었다라고 해요. 그래서 북한은 는을 항상 같기라고 부르거든요. 그래서 셋 더하기 둘 같기는 다섯 이런 식으로 같기가 항상 붙거든요. 는 이게 좀 적응이 잘 안 되는 거예요. 그리고 북한에서 이제 물 물을 H 둘 O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H2라고 안 하는 거예요.

◀ 차미연 앵커 ▶

H 둘 O.

◀ 나민희 ▶

CO 둘 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기도 하고 뻔히 아는 건데도 불구하고 영어가 달라서 틀린 적도 있었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 남초록 ▶

이런 차이들 때문에 이제 탈북민이 남한 말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죠.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남한으로 온 탈북민 30%가 남한 말에 익숙해지는 데 4년에서 5년 정도가 필요하다라고 얘기하고 있고요. 또 50% 이상은 6년 이상이 필요하다라는

◀ 차미연 앵커 ▶

외국어네요.

◀ 남초록 ▶

네.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남북의 언어 차이를 파악하고 좁혀나가려는 그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분단된 지 75년이 넘어가면서 남과 북의 언어도 그만큼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요. 남북 가릴 것 없이 같은 말을 쓰고 또 소중하게 지켜냈던 때가 있었죠.

◀ 차미연 앵커 ▶

보시는 것은 우리 영화 말모이의 한 장면입니다.

"이거 읽을 줄 아냐구요. 이거 한번 읽어 보세요"

◀ 차미연 앵커 ▶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기 이전 하나의 말을 사용했던 당시의 모습이죠. 일제 강점기 일제의 탄압을 피해서 조선어학회가 편찬했던 첫 국어사전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일제 강점기 우리 말을 지키고 민족의 얼을 되살리겠다는 선대의 염원이 담겨 있는데요. 국가 등록문화재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남북의 언어 이질화도 심해지고 있는데요. 남북 학자들이 함께 겨레말 큰사전 편찬을 준비하기도 했었잖아요. 지금 상황 궁금합니다.

◀ 남초록 ▶

겨레말 큰사전의 경우에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규정이나 이런 것들을 흡수하거나 이런 것이 아니라 각 차이를 서로 통합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그러한 방식으로 사전 편찬을 진행하고 있고요. 그래서 겨레말 큰사전의 편찬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남과 북이 계속 공동회의를 통해서 합의한 것들을 수록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남북 공동 집필 회의가 남북 관계가 좋을 때에는 1년에 4차례 정도 열리기도 했었는데 현재 남북 공동 집필 회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회의는 중단됐지만 사업회에서는 북측 협의용으로 2021년 3월에 겨레말 큰사전 가제본을 제작했고요. 남북의 언어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한눈에 들어오는 남북 언어 총서를 발간하였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갈수록 심해지는 남북의 언어 차이 더 달라지게 하지 않기 위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 나민희 ▶

아무래도 조금 외래어 사용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점점 가면서 더 많은 외래어가 많이 쓰이는 것 같아서 일상에서 편하게 우리 말로 할 수 있는 건 우리말로 바꾸는 게 좋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남초록 ▶

남과 북의 말을 모으고 또 차이를 알아가고 이런 사전 편찬 사업들이 정치적 영향을 받는 것이 매우 안타깝고요.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통합을 위한 대화가 계속되어야 하고 또 하루빨리 회의가 재개되기를 바랍니다.

◀ 차미연 앵커 ▶

작은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또는 소통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가 큰 갈등으로 확대되기도 하죠. 남북이 언어의 벽부터 허물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김필국 앵커 ▶

다음 시간에는 언어 사용과 관련해 강력한 규제와 처벌 조항을 담은 북한의 평양 문화어 보호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40176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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