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집중 어로전 동해가 위태롭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이 성어기를 맞아서 집중 어로전을 개시하고 더 많은 물고기를 잡으라며 수산물 생산을 대대적으로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문제는 이 시기를 틈타 월남을 시도하거나 의도치 않게 떠내오려는 북한 어선 때문에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겁니다.
◀ 김필국 앵커 ▶
더구나 지금은 남북간 연락채널이 모두 차단돼 있는 만큼 우려가 더 커지는데요.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29일, 강원도 제진항 동쪽 NLL 이북 약 3km 해상에서 표류하던 북한 소형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우리 군은 고무보트로 배에 접근했고,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에 먹거리만 제공하고 돌아왔습니다.
유엔사와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북한에 상황을 전파하려 했지만 답이 없었고, 언론을 통해 이들이 귀순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은 그날 밤 늦게 선박을 예인해 갔지만 우리 군이 NLL 이북지역까지 넘어간 만큼 자칫 북한군이 오해해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성준/합참 공보실장(10월 30일)] "구조물품이나 그런 걸 전달해줘야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우발적인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언론에 공개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엔 북한 소형 고기잡이 목선이 NLL을 지나 속초 앞바다까지 넘어와 귀순했습니다.
하지만 이 목선을 처음 발견한 건 군이 아니라 우리 어민이었고, 사실상 군이 초기탐지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왔습니다.
동해는 서해와 달리 해역이 넓어 수없이 많은 북한 목선의 움직임을 일일이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근식/한양대 특임교수(해군대령 출신)] "서해 NLL보다는 (동해가) 훨씬 해역이 넓고 그다음에 파도가 높기 때문에 서해에서 북한 어선을 통제하는 것보다 동해에서 통제하는 게 대단히 어려워요."
이런 가운데 북한은 성어기를 맞아 집중 어로전을 개시하고 수단 방법을 총동원해 수산물 생산 목표를 점령하라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올해는 인민경제 발전 12개 중요고지 중 하나로 수산물을 선정한 만큼 여느 때보다 강력하게 한 톤의 물고기라도 더 잡아야한다 다그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로 활동을 가장한 탈북 시도도 있었던 만큼 북한 당국이 단속 또한 대대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정대진/원주 한라대 교수] "목선들이 나갔다가 표류하는 경우들도 있고, 또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를 가지고 탈북을 하는 사람들도 생길 수 있겠죠. 그러다 보니까 북측도 더욱더 더 감시를 강화하고, 우리 군도 거기에 또 비례해서 또 감시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북한의 소형 목선이 연료 부족이나 기기 고장 등의 이유로 해류를 타고 남쪽으로 떠내려오는 일은 종종 발생합니다.
[안병민/북한경제포럼 회장] "(북한) 배들이 다 노후화돼 있고 무동력선도 많고 그래서 보통 고기잡이 하러 나왔다가 배가 고장이 나면 해류에 따라 표류해서 성진이나 나진 이런 쪽에서는 러시아 쪽으로도 넘어가기도 하고.."
지난 5년간 우리 해상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은 46명, 이 가운데 절반은 북한으로 보내졌고 나머지는 귀순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고장난 북한 목선이 떠내려온다고 해도 초기에 탐지하는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문근식/한양대 특임교수(해군대령 출신)] "목선은 선체 선고가 낮기 때문에 파도가 2~3m만 돼도 레이더에 안 잡힙니다. 해안 경계 부대랑 해군 함정이 레이더로 목선을 탐지해야 되는데 목선은 철선보다 훨씬 레이다를 탐지하기 어렵다"
또 목선을 발견하더라도 자체 통신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의도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우리 군이 구조하거나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자칫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근식/한양대 특임교수(해군대령 출신)] "엔진 고장으로 내려오는 건지, 엔진 고장을 핑계로 해서 의도적으로 귀순하는 건지 이런 것들을 굉장히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북한은 그 사람들이 귀순의사를 밝혀도 남한에서 그냥 나포해서 간 거 아니냐, 생떼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이죠."
더 우려스러운 건 현재 남북간 연락채널이 모두 막혀있다는 겁니다.
지난 2020년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모두 단절됐던 연락채널은 2021년 7월 다시 개통됐지만,
[남북연락사무소 서울사무실/2021년 7월] "잘 들리십니까? 반갑습니다. 1년여 만에 통화가 재개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북한은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등을 이유로 지난 4월부터 남북 직통전화와 군 통신선 등에 답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북한 선박이 NLL 이북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도 언론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관련 사실을 전달할 수 밖에 없었고, 지난 6월과 9월 인천 지역 해안에서 북한 주민 추정 시신을 발견했을 때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이효정/당시 통일부 부대변인(2023년 6월)] "현재 남북 통신선이 단절되어 대북 통지문 발송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언론을 통해서 대북 통지내용을 통보합니다."
통일부는 남북 연락채널은 우리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생명·안전과도 직결된다며 북한에 하루빨리 정상화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구병삼/통일부 대변인 (11월 2일)] "남북연락채널은 해상에서의 선박 조난, 재난 재해 등에 따른 통보와 협의에 필수적인 채널로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면서 자그마한 불씨가 언제든 의도치 않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대진/원주 한라대 교수] "전쟁 중에도 의사소통 채널은 늘 열려 있기 마련인데, 미연에 위험이 확산되거나 더 큰 위기가 닥쳐오지 않도록 남북이 빨리 채널 복구하고 소통하는 게 시급한 일인 것 같습니다."
채널 차단의 직접 원인이 북한에 있지만 우리 정부 역시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북한이 태도를 바꿀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남북관계에서 철저하게 실리주의적 입장을 취해왔고요. 따라서 남북 접촉을 통해서 북한이 뭔가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어야 접촉에 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여러가지 인도적 지원이나 북한이 필요로하는 문제들을 의제로 접촉을 제안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요."
불필요한 충돌을 막고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안전판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40175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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