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소년들' 정지영 감독 "난 허무주의자…영화에 비전 만드는 이유"
"올해 40주년 행사를 하며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됐어요. 제가 좀 허무주의자예요. '이 사회가 과연 나아질까' 이런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데 영화를 통해 그걸 극복하는 것 같아요. 영화에 항상 비전을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죠."('소년들' 인터뷰 中 정지영 감독)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지영 감독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에 이어 실화극 3부작으로 선보이는 신작 '소년들'까지. 자신의 영화에서 마지막에는 늘 비전을 포기하지 않는 결말을 넣는 이유를 밝히며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정지영 감독은 지난 1일 신작 영화 '소년들'을 선보였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영화의 주요 소재인 슈퍼 살인사건은 1999년 발생한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2007년 석궁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부러진 화살'(2012),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다룬 '블랙머니'(2019)에 이어 정지영 감독의 실화극 3부작을 완성하는 작품이다.
먼저 정 감독은 "40주년이라고 해서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정지영 감독에 대해 만들어놓은 게 있더라. 의식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명감도 좀 생기고 어깨도 무거워진다. 40년을 안 돌아봤으면 좀 편했을 텐데 약간 자유를 구속하더라"라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영화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 말에 "내가 좀 허무주의자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극복하는 것 같다. 제 영화를 보면 항상 비전을 만든다. '블랙머니'에서도, '부러진 화살'에서도 그랬다. 그러면서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되돌아봤다.
감독으로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도 고백했다. 정 감독은 "가끔 '감독님 영화가 삶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이 있다. 어떤 의사가 '하얀 전쟁'(1992)을 보고 의대 졸업 후 해외 의료봉사를 갔다고 하더라. 아주 미약하지만, 이런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작 '소년들'도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을 바로잡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을 담아내 현실 공감을 자아내는 스토리로 언론의 호평을 받았고, 지난 1일 개봉과 동시에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정지영 감독은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점검하는 영화라 생각한다. 우리가 어디 살고 있는가를 알려면 실화가 가장 좋고, 어제는 어땠고 내일은 어떨지 생각하며 사는 게 적극적인 삶이라 생각한다. 시대가 가는 대로 사는 건 좋은 삶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건을 소재로 했을 때 장단점이 있다. 식상할 수도 있지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축약해서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좀 더 배경과 깊이를 갖췄을 때 사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과 이해가 이뤄질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지영 감독은 사건의 전말을 관객들이 몰입해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황반장'이라는 인물을 설정하고, 관객들이 그가 느끼는 사건에 대한 의구심과 분노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2000년 재수사 과정과 2016년 재심 과정을 점층적으로 배치했다.
그는 황반장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 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17년이라는 세월의 변화를 녹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설경구라면 쉽게 소화가 될 것 같았다. '강철중'이 반장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현재를 섞는 구성을 결정한 이유도 설명했다. 정 감독은 "처음에는 연대기 순으로 풀었는데 영화가 전편, 후편으로 나뉘더라. 스피디하게 가다가 17년 후가 되니 호흡이 쳐졌다. 고민을 하다가 섞었더니 리듬이 찾아져서 그렇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 CJ ENM]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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