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왜 계량기 옆을 서성였나…처벌 못피한 '던지기 수법'[사건의재구성]

조현기 기자 2023. 11.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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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계량기에 뒀다."

지난해 11월4일 오후 10시쯤 서울 서초구 한 주택가의 수도계량기 옆에서 한 남성이 뭔가를 찾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대마 판매뿐 아니라 매수, 흡연 등 재배를 제외한 대마 관련 모든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마약류를 매수해 흡연 혹은 투약한 것을 넘어 마약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일종의 중개상 역할을 했다"며 "대마 매도 범행 횟수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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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은닉한 뒤 구매자가 찾아가게…주범 보호
법원 "매수·투약 넘어 중개상까지"…실형 선고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수도계량기에 뒀다."

지난해 11월4일 오후 10시쯤 서울 서초구 한 주택가의 수도계량기 옆에서 한 남성이 뭔가를 찾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남성이 조심스럽게 가져간 것은 바로 대마였다.

계량기 옆에 대마를 놓은 사람은 A씨와 B씨. 두 사람은 이렇듯 은밀한 방식으로 대마를 열여덟번이나 거래하거나 거래를 시도했다. 판매한 금액(법원 추징액 기준)만 1300만원.

이들은 대마 구매 희망자에게 계좌로 입금하게 한 뒤 돈이 들어온 사실이 확인되면 미리 숨겨놓은 대마나 액상대마 카트리지의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마약을 미리 은닉한 다음 구매자가 찾아가게 하는 '던지기 수법'이다.

던지기 수법은 유통업자를 잡더라도 주범까지 검거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대마 외 다른 마약의 거래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대마 판매뿐 아니라 매수, 흡연 등 재배를 제외한 대마 관련 모든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수 금액(법원 추징액 기준)만 2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주로 주거지에서 액상대마 카트리지를 전자담배에 넣고 흡연하거나 베이퍼 기구에 넣고 흡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엑스터시도 구매해 투약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의료 목적을 제외하고 대마나 대마초 종자의 껍질을 흡연 또는 섭취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대마 수출입·제조·매매나 매매알선 행위도 하면 안된다.

두 사람은 범행이 발각돼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 B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을 80시간 이수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마약류를 매수해 흡연 혹은 투약한 것을 넘어 마약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일종의 중개상 역할을 했다"며 "대마 매도 범행 횟수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데다 피고인들의 부모가 보호와 계도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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