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 수수료가 집값 6%라고?…美 부동산 시장 뒤집힌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 등에 18억달러 배상 판결
집주인이 매수자 중개인 수수료 내는 관행도 바뀔 듯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와 일부 대형 부동산 중개 업체가 공모해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등의 혐의로 18억달러(약 2조3800억원)에 달하는 손배해상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 부동산 산업의 전체 구조를 재설계하고, 중개 수수료를 줄여 이사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캔자스시티 연방법원에 제소한 집단소송 외에도 일리노이주 연방법원 등 다른 미국 20여개 지역에서 이번 판결과 비슷한 취지의 집단 소송 재판이 내년에 진행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판결로 인해 미국인들이 매년 부담하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300억달러나 줄어들고, 부동산 중개 산업에 종사하는 160만명 중 절반이 넘는 상담원들이 실직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NAR과 Keller Williams, Anywhere, Re/Max, HomeServices of America 등의 대형 부동산 중개 업체들은 약 50만명의 미주리주 주택 판매자들이 제기한 독점금지 집단소송에 따라 총 17억800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받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레이시 캐스퍼 NAR 회장은 내부 협회 회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궁극적으로 이길 것이라 확신한다”며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AR 주도 부동산 중개 관행이 집주인 부담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은 주택을 사려는 매수자는 매도자의 중개인을 접촉해 매수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NAR의 로비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여러 주에서 같은 중개인이 매도자와 매수자를 동시에 대리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제정됐다.
이현승 한국외대 교수가 저술한 ‘미국의 부동산 중개업의 변화’ 논문에 따르면 미국은 매도자가 매수자의 중개 수수료도 부담하는 관행으로 인해 대체로 집값의 2% 미만인 주요 국가들과 달리 집값의 5~6%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를 매도자가 부담한다.
실제 미국 주택 매매 과정에서 매도자 측 중개인은 NAR에서 개설한 온라인 지역 부동산 정보 플랫폼(MLS)에 매물을 등록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NAR 규정에 따라 매도자 측 중개인이 MLS에 매물을 등록할 때 매수자 측 중개인이 받을 수수료도 명시해야 한다.
이 교수는 “대형 부동산 중개 업체의 점유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매수자 중개인 수수료가 높은 매물을 우선해 매수자에게 추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일부 매수가 측 중개인이 수수료 일부를 매수자에게 돌려주는(리베이트)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려고 해도, NAR의 로비 결과 여러 주에서 중개인의 리베이트를 불법으로 규정해 매입자 중개인 간 경쟁이 원천 차단된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중개 수수료 제도 정비까지 불확실성 불가피
WSJ은 이번 판결 결과로 기존에 집값의 5~6%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를 매도자 측 중개인과 매수자 측 중개인이 나눠 갖던 관행이 없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다만 이 경우 매수자가 매수자 측 중개인 수수료를 부담하되,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협상을 통해 매수자 측 중개인 수수료 부담 여부를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경우 주택 매수자는 중개인 수수료를 추가 비용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중개인을 두지 않거나 매수자 측 중개인이 수행하는 부동산 임장, 물건 검사 보고서 검토, 최종 계약 검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일부 축소하고 수수료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
WSJ은 다만, 집단 소송 결과 공개된 법원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미국 대부분의 주택 부동산 거래가 기존의 중개 수수료 관행을 따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주택 매도자의 약 99.75%는 매수자 측 중개인에게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었고, 매도자가 매수자 측 중개 수수료를 부담하는 거래의 95%가 매수자 측 중개 수수료를 2% 넘게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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