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에 잠든 박영석 대장…그 흔적을 그림에 담다
[앵커]
인류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이란 위업을 이룬 박영석 대장이 안나푸르나에 잠든 지 꼭 12년이 됐습니다.
올해 초 수색대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다시 안나푸르나로 향했는데요.
이 원정길에 따라나선 한 화가가 박영석 대장의 흔적을 찾는 여정을 화폭에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김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험하기로 이름난 안나푸르나 남서벽에 코리안루트를 개척하러 나선 박영석 대장과 대원들.
하지만 방송 카메라에 잡힌 이 모습을 끝으로 끝내 연락이 끊기고 맙니다.
그로부터 꼭 12년.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올해 3월, 수색대가 다시 안나푸르나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나선 한 화가가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그때그때 그린 스케치들.
안나푸르나에서 돌아온 화가는 그 느낌을 생생하게 화폭에 옮겼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박영석 대장과 대원들이 잠든 안나푸르나.
캔버스 천을 손으로 구겨 거친 암벽의 질감까지 입체적으로 살렸습니다.
화가에게 안나푸르나는 풍경, 그 이상이었습니다.
[김남표/화가 : "단지 눈에 보이는 산의 형태가 아니라 박영석이라는 인물을 투영해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이번 작업의 중요한 시작점이 아니었나 라고 생각합니다."]
액자 없이 캔버스 천 그대로 걸린 그림.
안나푸르나의 거친 피부를 옮겨온 것처럼 강렬한 현장감이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산과 겹쳐지는 얼굴.
[김남표/화가 : "안나푸르나는 곧 박영석이고 박영석은 곧 안나푸르나라는 등식을 생각을 해봤어요."]
박영석 대장의 흔적을 찾아 나선 여정의 결과물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
번듯한 전시장 대신 산악인들을 위한 공간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박영석 대장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셰르파들의 얼굴도 보입니다.
[김남표/화가 : "이 작업이 또 저 안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이 돼서 꾸준하게 앞으로 할 생각입니다."]
들판을 뛰어다니며 포효해야 진짜 호랑이라 했던 산악인 박영석.
그 불굴의 정신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애도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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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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